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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과 부처가 하나 되는 길, 그게 '여수갯가길'?

천천히 느리게 걷기, 여수갯가길과 용월사 '힐링'

  • 입력 2015.04.06 08:50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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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욕심쟁이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천천히', '느리게'에 적응하기 더 어렵습니다. 일부러 애를 쓰고 천천히 하는데도 어느 틈엔가, 빠르게 바뀌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어찌된 일일까. 나를 잠시 내려놓은 것 같은데, 어느 새 다시 꽉 잡고 있는 자신을 보고 맙니다. 아닌 척 해도 나는 참 욕심쟁이입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려 마음에 든다는, '여수갯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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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갯가길 2코스에 자리한 무인 등대입니다. 바다 색 및 하늘 색과 어울린 등대의 하얀 색이 일품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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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갯가길 2코스 지도입니다. 2코스는 색깔로 구분된 것처럼 5구간으로 나뉩니다.
ⓒ (사)여수갯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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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갯가길 안내판입니다. 거북 머리가 가르키는 곳이 가는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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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갯가길 2코스에 섰습니다. 2코스는 돌산의 무술목~월암~두른계~계동~두문포~방죽포 해수욕장 등 약 17km 거리를 5개 구간으로 나눴습니다. 완주하는 데 5시간 정도 걸립니다. 전체를 걷기에는 무리가 있는 분들은 자신의 체력에 맞게 시간과 구간을 선택해 걷는 게 좋습니다. 운동하러 왔다가 몸이 쑤시고 아프면 안하느니만 못하니까.

참고로, 여수갯가길(www.getga.org)은 여수의 해안선 420㎞에 이르는 길이 바다, 갯벌, 벼랑, 산길, 숲길 등 갖가지 다양한 길이 오밀조밀 연결된 '생태체험 길'입니다. 특히 마을과 마을 간 '소통 길'과 낚시꾼들의 '낚시 길', 야생 동물들의 '이동 길' 등을 개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린 '자연 길'입니다. 하여, 이런 평을 자주 듣습니다.

"여기는 길에 그 흔한 데크가 깔리지 않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려 아주 마음에 든다."

여수갯가길은 차근차근 단계별 개장을 준비 중입니다. 총 25개 코스 중 1코스 돌산공원~무술목(동백골) 구간과 2코스 무술목~방죽포해수욕장 구간 및 특별 코스인 '여수밤바다' 등 3개 코스가 개장되어 갯가꾼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조만간 3코스(방죽포 해수욕장~향일암)가 개장될 예정입니다.

"저 해안 공터에서 야외 음악회를 열면 금상첨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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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갯가길 2코스 너럭바위를 지나면 해안공터가 보입니다. 저 곳에서 야외 음악회가 열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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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갯가길 2코스 등대 옆의 '용꼬리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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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갯가길 안내판이 앙증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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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갯가길 2코스 중, 계동~두문포 3·4구간을 걸었습니다. 이곳은 풍광이 뛰어나고, 힘들지 않으면서도, 땅심까지 온화해 마음의 여유를 찾기에 제격입니다. 전망대 앞 공터에서 좌측 숲길로 접어들면 작고 하얀 무인 등대가 나옵니다. 바다 건너 경남 남해와 거제 두미도와 욕지도까지 아우른 풍경은 감탄입니다. 너럭바위를 지나면 몽돌해변이 자리합니다. 이 해안 공터에서 하고픈 게 있습니다.

"저 해안 공터에서 야외 음악회를 열면 금상첨화지요!"

걸으면서 지인에게 아는 척 했더니, 계동이 태 자리인 지인, "운치 있고 좋겠다"면서 한 바위를 가리키며 "저기는 용꼬리 바위"라며 스토리텔링에 살을 붙이더군요. 공자 앞에서 문자 쓴 격입니다. 암튼, '~척' 해도 중생이거니 하면, 용서 혹은 이해가 됩니다. 중생이라서 참 다행입니다.

등대를 뒤로하고, 갯가길 안내판이 서 있는 숲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하얀 등대와 푸른 바다, 바다 위에 정박한 배 등이 어울린 풍경이 압권입니다. 눈과 발이 호사다마를 누리는 사이, 대형 비렁(벼랑) 바위와 비렁길을 마주합니다. 비렁 해안선이 소나무 등 녹색 숲 경계선과 대비를 이룬 광경은 색다른 맛입니다.

"그렇지. 저기가 포인트야."

바위틈에 서 있는 낚시꾼을 보며 건네는 훈수도 재미납니다. 가파른 바위를 슬기롭게 헤쳐 내려가면 바닷물에 손을 담글 수 있습니다. 이곳 바다는 안강망 등의 그물이 촘촘하게 영역 표시를 할 만큼 어족 자원이 풍부한 곳입니다. 그래 설까, 낚시꾼들이 잡은 물고기 제법 씨알이 큽니다. 이들 낚시 객은 가족 행복을 낚은 셈이지요.

여수갯가길, 이렇게 손대지 말고, 그대로 가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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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갯가길 2코스 4구간에 펼쳐진 비렁길입니다. 앞에 보이는 불무섬이 운치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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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갯가길에선 쉽게 동백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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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갯가길은 비렁길, 숲길, 갯벌 등 다양한 길들이 어우러진 '힐링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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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의 바다. 여수의 바다는 태평양의 시작점입니다. 두문포 앞에 자리한 '불무섬'이 운치를 더합니다. 태풍 등을 차단하는 방파제 역할과 넓디 넓은 태평양의 밋밋함을 가려주며 호기롭게 서 있습니다. 물이 빠지면 건널 수도 있지요. 주민들은 이 때를 이용해 미역, 톳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갯것을 합니다.

"여수갯가길, 애 참 많이 썼네요. 이렇게 손대지 말고, 그대로 가꾸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저희들이 이런 길 조성해 줘 고맙다고 인사해야겠습니다."

전국의 도보 여행객의 일원으로 경기도에서 오신 갯가꾼 소감입니다. 이런 칭찬과 격려 말씀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쓰레기가 많아 좀 걱정입니다. 하여튼 여수 갯가길은 민간 자원봉사단체가 만드는 중입니다. 여수갯가길을 조성하고 애쓰고 가꾸는 (사)여수갯가 김경호 이사장과 이회형 이사 등의 노력에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쯤에서 4월 개장을 준비 중인 여수갯가길 3코스를 잠시 소개하지요. 약 8km 길이의 3코스는 돌산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출발해 백포, 기포, 대율, 소율을 거쳐 그 유명한 해를 향한 암자인 향일암이 있는 임포에서 끝이 납니다. 완주까지 약 3시간 정도 걸립니다. 3코스 풍광 또한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습니다.

3코스는 푸른 바다 위로 깎아지른 듯 솟아 있는 비렁 길. 파도에 닳고 닳아 머지않아 모래가 될 작은 몽돌 해변. 적송이 우거진 숲 속 오솔길. 열 맞춰 물 위로 떠 있는 홍합양식장 등은 시골 텃밭을 연상케 하는 한 폭의 그림입니다. 게다가 갯가 사람들의 삶을 관찰할 수 있는 마을과 포구, 바다 물이 들면 모습을 감추었다가 물이 빠지면 몸을 드러내는 여(바위) 등이 여행길의 든든한 벗이 될 겁니다.

중생과 부처가 하나 되는 길 그게 바로 '여수갯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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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월사에서 스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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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월사 밑 바다에서 들리는 파도소리는 부처님의 설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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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갯가길 1코스에 자리한 용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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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힐링'의 마무리 코스로 이동합니다. 여수갯가길 중간 중간에 있는 절집에 들러 스님과 차 마시며 나누는 한담이야말로 힐링의 끝판 대왕입니다. 무작정 여수갯가길 1코스 중간인 돌산 상·하동에 자리한 용월사로 향했습니다. 대웅전 앞을 지나시는 스님을 붙잡았습니다. 원일스님의 웃음에서 동자승의 해맑음이 엿보였습니다.

"스님, 참 맑습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살다 보니, 자연스레 부처가 되어가는 게지요."

스님께서 내신 차는 돼지감자 차. 이 차는 누룽지처럼 고소함이 일품입니다. 지인이 스님께 빌려간 『티벳 사자의 서』를 건넵니다. "한 번 읽은 후, 그 의미를 알 듯 모를 듯해 두 번이나 읽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원일스님의 법문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도 어쩔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첫째, 죽은 자는 못 살립니다. 둘째, 시절 인연이 닿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셋째, 깨달음은 스스로 구해야 합니다."

암요.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남의 허물만 찾는다!"고 합니다. 삶. 타인에 의지하지 않고, 부단히 수행하고 노력해야지요. 주위에서 재밌는 말로 그러더군요.

"'남'이란 글자에서 점(·) 하나 빼면 '님'이 되고, '남'이란 글자에서 'ㅁ'을 떼면 '나'가 됩니다."

이는 '남'이란 글자는 '님'도 되고 '나'도 되는, 우리는 하나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생과 부처가 하나 되는 길 그게 바로 여수갯가길이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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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월사의 스님께서 돼지감자 차를 내셨습니다. 산행의 마무리는 술보다 차. 이게 힐링의 끝판대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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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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