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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고래 상괭이, 제 별명은 '미소천사'입니다

멸종위기종 토종돌고래 상괭이, 상괭이의 웃음을 지키는 사람들

  • 입력 2015.05.06 15:22
  • 수정 2015.05.07 08:49
  • 기자명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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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오전, 여수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여수 앞바다에 서식하는 상괭이를 찾아 나선 사람들입니다.

"저기 보인다. 상괭이가 떼로 몰려다니네. 녀석들 오늘 회의하러 모였나 봐요."

여수 돌산 신기항 인근 해상, 사람들이 배안에서 비 내리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이윽고 배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더니 탄성이 터집니다. 미소천사 상괭이가 나타났습니다. 상괭이는 살아있을 때도 웃음 띤 모습이지만 죽어서도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상괭이에게 '미소천사'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이 미소천사가 돌산 신기항 인근 해상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림잡아 스무 마리는 될 듯합니다. 녀석들 때문에 사람들이 흥분합니다. 상괭이는 등지느러미가 없어 쉽게 관찰하기 힘든데 오늘은 상황이 다릅니다.

물 밖으로 내민 몸이 큼직한 게 눈에 확 들어옵니다. 상괭이 조사에 나선 여수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충분히 흥분할 만합니다. 이들은 'Daum 희망해'(아래 희망해)와 함께 상괭이 보호에 팔을 걷어붙인 사람들입니다.

배를 스쳐 지나가는 상괭이가 두 마리

▲ 개도 해상, 주변을 유심히 바라보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릅니다. 보기 힘들리란 예상을 깨고 상괭이 두 마리가 경주하듯 배를 스쳐 지나갑니다.

지난 4월 28일 오전, 여수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여수 앞바다에 서식하는 상괭이를 찾아 나선 사람들입니다. 오늘은 여수 앞바다를 배로 항해하며 상괭이 조사와 보호활동을 펼치는 날입니다. 하지만 날씨는 썩 좋지 않습니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그치지 않고 아침까지 이어집니다.

다행이 파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박근호(여수환경운동연합 이사)씨는 걱정이 많습니다. "어렵게 준비한 행사인데 바다에서 상괭이를 못 볼까봐 걱정"이라며 "파도가 조금 일고 있는데 상괭이 특성상 높게 뛰어오르지 않고 수면에 등을 조금 내비치는 정도라 관찰이 쉽지는 않겠다"고 한숨을 쉽니다.

▲ “저기 보인다. 상괭이가 떼로 몰려다니네. 녀석들 오늘 회의하러 모였나 봐요”

박 이사의 한숨을 뒤로하고 배가 출항합니다. 목적지는 여수 화정면 월호도와 개도 사이 수로입니다. 이윽고 도착한 개도 해상, 주변을 유심히 바라보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릅니다. 보기 힘들 것이란 예상을 깨고 상괭이 두 마리가 경주하듯 배를 스쳐 지나갑니다.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상괭이를 잘 포착하지는 못합니다. 이 녀석들 특성 때문입니다. 상괭이는 일반 돌고래처럼 등지느러미가 크게 솟아 있지 않고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또, 돌고래처럼 수면 위로 뛰어오르지도 않습니다.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상괭이, 터져 나오는 탄성

▲ 여수 앞바다를 배로 항해하며 상괭이 조사와 보호활동을 펼치는 날입니다.

때문에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서 상괭이를 관찰하려면 눈을 크게 뜨고 신경 써야 합니다. 하지만 월호도와 개도 사이 수로에서 만난 상괭이는 일반 상괭이와 다릅니다. 수면 위로 몸을 크게 드러내며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그 외에도 네 마리 정도의 상괭이가 수로 이곳저곳을 유영하고 다닙니다.

푸른 바다에서 먹이활동에 열중하는 상괭이를 본 뒤, 배는 남면 금오도 여천항으로 이동합니다. 그곳에서 조촐한 점심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또다시 돌산 신기항 인근 해역으로 이동합니다. 그곳에서 운 좋게도 상괭이 떼를 만났습니다. 항구 인근인데도 미소천사 상괭이들은 열심히 먹이활동을 합니다.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상괭이의 검은 등을 보며 사람들이 탄성을 지릅니다. 사람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번갈아 촬영하며 멸종위기종인 상괭이를 열심히 관찰합니다. 이번 조사와 홍보활동은 향후 여수 앞바다에 서식하는 상괭이의 생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날 조사가 더운 뜻 깊은 이유는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본부장 박정준) 소속 해양생물구조센터 연구원들도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해양생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상괭이 보호에 의미 있는 역할을 맡으리라 기대됩니다. 그들이 바라본 야생 상괭이 조사와 보호 활동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선상에서 구조센터 선임연구원인 한동진씨와 간단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 구조와 치료 및 방류까지 적극 참여할 것

▲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해양생물연구센터 연구원들이 벨루가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 수족관을 벗어나 야외에서 상괭이 조사에 참여한 소감은 어떤가요?

"토종 돌고래 서식지 조사 및 구조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롭고 뿌듯합니다. 상괭이 서식지 조사 및 해양환경 캠페인이 잘 추진돼 남해안에 서식하는 상괭이가 많이 번식하길 바랍니다. 해양생물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상괭이의 번식 및 생태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또, 이번 행사를 통해 여수 인근지역 바다에서 상괭이가 많이 서식하고 있음을 알리고 상괭이라는 고래가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활동이 진행 중인 것을 적극 홍보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먼저 찾아와 참여하게 되길 바랍니다. 이로 인해 지역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 혹시 여수환경운동연합과 상괭이 보호를 위한 공통 프로젝트 추진 계획이 있나요?

"오늘 처음 참여한 활동입니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입니다.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습니다. 단, 해경이나 여수환경운동연합으로 좌초 및 혼획에 대한 신고가 들어왔을 때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본 역할을 살려 구조와 치료 및 방류까지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보호대상 해양생물 종 증식 및 복원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해양생물연구센터는 해양 동물 전문구조치료 기관으로 조난 또는 부상당한 해양 동물의 구조 및 치료를 위해 적절한 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춘 기관으로 해양수산부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전문기관으로 선정된 곳입니다.

고래고기로 밀거래되는 현장 목격 후 조사 결심

이번 조사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박근호 여수환경운동연합 이사는 포털 사이트인 다음에서 상괭이 보호를 위한 모금 캠페인을 제안했는데, 그 내용이 채택돼 현재 '희망해'에서 시민들의 모금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 이사에게 상괭이 보호 캠페인을 제안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 상괭이 조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자주 상괭이를 봤습니다. 헌데 어느 날부터 상괭이가 고래 고기로 밀거래되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상괭이는 불법 포획되고 있었습니다. 상괭이는 우리나라 토종고래이면서 국제 멸종위기종인데도, 보호활동에 너무 무관심했습니다. 때문에 여수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조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지역이나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상괭이 존재를 널리 알려 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 포털 사이트에 상괭이 보호활동 제안하게 된 이유가 있을 텐데요?

"여전히 상괭이는 국민들에게 생소한 이름입니다. 때문에 보호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공익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SNS상에도 활동 내용을 자주 올리고 있지만 홍보에 한계가 있습니다. '희망해'를 통해 많은 네티즌들이 서명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상괭이를 더 많이 홍보하기 위해 보호활동을 제안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기금도 모았습니다. 이 기금, 소중하게 사용해 해양환경의 중요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겠습니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상괭이는 우리지역뿐만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든 보호받아야 합니다. 특히, 상괭이는 해양생태 관광사업으로 충분히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바다에서 배 띄워 관찰하는 것보다 섬에 상륙해서 관찰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여수시와 국립공원관리공단 그리고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도 이 활동에 동참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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