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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윈도 앞에서 서성이는 현대인에게 고(告)함-장 보드리야르의‘소비사회’를 읽고

김광호 교사

  • 입력 2015.05.26 15:26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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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오가다보면 쇼윈도에 있는 마네킹은 항상 좋은 옷을 입고 있다. 며칠이 지나면 그것도 싫증을 내며 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정말 개성이 넘치는 옷만 입는 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뇨?

종종 모임에서 나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종종 밀폐된 공간에서 나와 똑같은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우린 서로의 아바타도 아닌데 왜 똑 같은 상품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마네킹의 아바타가 되어서 오늘도 쇼윈도의 근처에서 서성이는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이 아닐까?

삶은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있을 때 진정으로 아름답고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오래전부터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렸다. 즉 브랜드 이미지(기호)를 소비하는 사회에 살다보니 더 이상 실체(본질)는 중시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이미지와 실체가 뒤 바뀐 주객이 전도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자아(본질)를 잃어버린 현대인에 대하여 프랑스의 석학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사회라는 책에서‘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세계에 사는, 소외당한 현대인에 대하여 통렬한 반성을 촉구했다.“행복한 때에도, 불행한 때에도 인간이 자신의 상(象)과 마주 대하던 장소였던 거울은 사라지고 그 대신에 쇼윈도가 출현했다”고 말하면서 참모습이 아닌 이미지만을 추종하는 현대인에게 자아 찾기에 나서라고 일침을 가했다.

문득 일제강점기 때, 극한 상황에서도 본질적인 자아를 찾기 위해 고뇌했던 윤동주 시인이 떠오른다. 그는 자유와 인권을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현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여타의 이유로 일본인의 아바타가 되어 권력과 출세에 도취되어 있을 때 그는 현실을 냉철하게 살피면서 자신에게 끝없이 성찰하길 주문했으며 나날을 진정한 자아 찾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그는 사색하는 자아모습을 다음과 같이‘또 다른 고향’으로 노래했었다.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 어두운 방은 우주로 통하고 /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 어둠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 백골을 들여다보며 /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 백골이 우는 것이냐 /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 지조 높은 개는 / 밤을 새워 어둠을 짓는다. // 어둠을 짖는 개는 / 나를 쫓는 것일게다. // 가자 가자. /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아! 나약한 자아와 이상적 자아 사이에서 끝없이 고뇌하는 현실적 자아의 진한 고뇌가 느껴지지 않은가?

오늘도 눈만 뜨면 사방에서 들려오고 보여지는 광고 일색뿐이다. 자본주의의 특명을 받은 광고라는 행동대장이 현란한 색깔을 앞세워 우리를 시각과 청각을 현혹하고 있다. 모든 것이‘기호’와‘이미지’로 변하여 소비만을 종용하는 물신주의(物神主義) 사회에서 우린 과연 어떻게 살아야할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일회성’과‘파편성’에 길들여져 이미지와 브랜드가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깊은 사색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 누구도 자본주의의 핵심인 소비사회의 그물망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더 나가 그 어디에도 소비사회에서 빠져 나올 출구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장 보드리야르가 현대‘소비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비관적이었으며 얼굴 또한 냉소적이었지 않았을까? 우리 또한 이번 기회에 나약한 자아와 생각 없이 행동하는 자아에게 반성이라는 메스를 옹골차게 들이대면 어떨까? 진정 화려한 쇼윈도가 아닌 맑은 거울 앞에서 말이다. 그리고 거울에 투명한 글씨로 새겨 두자. 주체화된 개인은 절대로 획일화된 삶을 살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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