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그대 이름을 인문학 고등학교라고 명명(明命)하노라.

김광호 여양고등학교 교사

  • 입력 2015.07.13 08:56
  • 기자명 여수넷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우리의 삶을 행복한 놀이터라고 말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린 행복한 놀이터를 만들려고 항상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의 전제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의 의식 전환이다. 이른바 ‘지구는 돈다.’라는 갈릴레이 식 사고방식이다. 매사에 왜(WHY)라는 질문을 던지며 돈보다는 사람을 향하면서 나만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간다면 교육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언제부터인가 학생들과 인문학을 공유하면서 사색의 싹을 틔울 수 있는 공기와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그 결과에 대하여 단언할 수 없지만 학생들은 인문학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이성을 넘어 감성으로, 감성을 넘어 영혼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나라에도 인문학 초등학교 ․ 중학교 ․ 고등학교를 반드시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필자가 생각하는 인문학고등학교(人文學高等學校)의 청사진(靑寫眞)을 선명하게 펼쳐보겠다. 크게 외부강사 초청 강연, 동양 철인(哲人)과와 만남, 현대 사상가와의 대화, 독서를 통한 생각 나누기, 문학 답사를 통한 역사 바로 알기, 문화 및 예술과 벗하기, 실용적인 지식 쌓기, 국어 ․ 영어 ․ 수학 교과 중심의 기본 지식 쌓기, 음악 ․ 미술 ․ 체육 교과의 실용화하기 등 여덟 분야로 나누어서 살펴보겠다.

첫째, 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은 외부강사를 초빙하여 학생들에게 삶의 의미를 재음미하게 하는 것이다. 본교는 5월에 차00 교수(00대학교 영문학과)를 초빙하여‘인간의 본성과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1시 40분 동안 학생들과 문답법을 실시하였다. 특히 차 교수는 이청준 작가의 ‘벌레이야기’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을 통해서 양심과 정의 그리고 종교에 대하여 학생들과 다양한 문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였다.

질문은 이렇다.“‘벌레이야기’에서 벌레는 누구를 가리키는가?, 종교가 정말 인간에게 이로운가? 혹은 필요한가?,‘벌레이야기’와 달리‘밀양’에서 주인공 신애가 살아나가는 이유는?, 여러분의 밀양 즉 숨은 빛은 누구인가? 혹 여러분은 누구의 밀양인가?” 학생들은 이 강연을 통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삶과 죽음, 인간과 종교,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았다.

둘째, 동양 철인(공자, 맹자, 장자)과의 만남을 안내하는 것이다. 논어 학이 편에 나온 글귀를 보여주면서 공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보게 하였다. “子曰 弟子入則孝하고 出則弟하며 謹而信하며 汎愛衆호되 而親仁이면 行有餘力이어든 則以學文이라. - 제자는 들어온즉 효도하고 나간즉 공손하며, 삼가 믿음을 갖고, 널리 사람을 사랑하면 인에 가까워 질 것이다.

그렇게 행하고도 남은 힘이 있거든 학문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하여 정의(定義)하도록 질문을 던졌다.‘왜 공자는 학문에 대하여 이렇게 설파(說破))했을까요?”와‘인성은 온데 간 데 없는데 지성(국, 영, 수 지식 쌓기)만 계속 키우면 되겠느냐’라고 학생들에게 반문(反問)을 하였다. 더 나가 공자는 왜 인(효, 공손, 삼가, 믿음, 사랑)을 이루고 힘이 남거든 학문을 하라고 했는지 곱씹어 보게 했다.

셋째, 21세기를 선도하는 현대사상가(장 보드리야르, 울리히 벡, 미셸 푸코 , 위르겐 하버마스, 제레미 리프킨, 한나 아렌트 등등)와의 만남을 진행하는 것이다. 요즘 사회는 일명 소비사회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를 소비사회라고 명명((命名)했던 프랑스의 석학 장 보드리야드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삶은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있을 때 진정으로 아름답고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오래전부터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렸다.

이렇게 자아(본질)를 잃어버린 현대인에 대하여 프랑스의 석학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사회라는 책에서‘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가짜의 세계에 사는, 소외당한 현대인에 대하여 통렬한 반성을 촉구했다.

모든 것이‘기호’와‘이미지’로 변하여 소비만을 종용하는 물신주의(物神主義) 사회에서 과연 우린 어떻게 살아야할지 필자는 학생들에게 우문(愚問)을 던졌다. 더 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일회성’과‘파편성’에 길들여져 이미지와 브랜드가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사회에 사는 학생들에게 깊은 사색이 필요한 이유임을 말해주었다.

넷째, 독서(영화, 여행, 드라마 등등) 통한 생각 나누기를 실시하는 것이다. k 학생이 발표한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다.“ If you think that the world means nothing. think again. ( 만약 이 세상이 너에게 무의미하다면, 다시 생각해. ) you might mean world to someone else. ( 너는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세상의 전부일 수도 있으니까.) -심장배반 중에서-” 모든 학생에게 이 문장을 자신의 입장에서 재해석해 보게 했다.

이 문장을 준비한 학생은 다음과 같이 해석을 했다.‘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은 소중합니다. 그 사람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말입니다. 쓸모없는 어른이 단 한사람이 없듯이 쓸모없는 아이 또한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빨리 돈(출세, 명예)보다 사람(사랑)을 존중하고 중시하는 세상이 도래하길 간절히 바랍니다.’필자는 지도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독후감이나 감상문을 쓰도록 강요하기 보다는 자신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감명 깊은 문장을 발췌하여 친구들에게 소개하게 하고 그 문장을 재해석했다. 더불어 왜 그 문장이 인상적이며,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요약하게 했다.

다섯째, 문학 답사를 통한 역사 바로 알기를 실시하는 것이다. 본교는 올 1월달 에 다산초당과 태백산맥 문학관을 방문하였다. 방문하기 전에 미리 정약용 선생님과 조정래 선생님에 대하여 세세하게 정보를 탐색하였다.

그리고 답사를 통해 궁금했던 점을 하나하나 해결하였다. 특히 학생들은 문화 해설사의 도움을 받아 다산과 조정래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알게 되었으며,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하면서 500권 이상 책을 저술했다는 다산의 삶을 접했을 때는 나태하고 안일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을 반성하였다.

또한 이념의 차이 때문에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던 우리 역사의 부침(浮沈)을 깊이 알게 되었을 때에는 많은 학생들의 얼굴빛이 어두워보였다.

여섯째 문화 및 예술과 벗하기 활동을 실시하는 것이다. 본교는 9월 5일 여수 예울마루에서 뮤지컬‘빨래’를 관람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삶에 대하여 깊은 사색을 요하는 영화 한 편을 선정해서 함께 감상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에서 많은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다. 즉 등장인물에게 편지쓰기, 끌리는 등장인물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비판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등에 대하여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각각의 질문에 답을 쓰게 할 것이다.

일곱째 국어 ․ 영어 ․ 수학 교과를 중심으로 기본 지식 쌓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지금처럼 어려운 지식을 암기하게 하고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 현실에서 필요한 실용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국어는 곧 삶의 이야기를 기록한 과목이다. 그렇기에 독서를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많은 질문과 대답을 통해 상상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영어는 곧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 과목이다.

그렇기에 회화를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영문 소설과의 대화를 통해 독해력을 길러 주는 것이다. 수학은 곧 수요와 공급 시 필요한 기본 지식을 이해하는 과목이다. 그렇기에 사칙연산을 중심으로 가르치되 사고의 방향을 확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이론을 안내하는 것이다.

국어 ․ 영어 ․ 수학 교과에 더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한 학생은 대학교나 대학원에 입학해서 전문적인 지식 익힘을 하면 될 것이다. 도대체 초등 ․ 중등․ 대학교까지 무려 16년 동안 영어 공부를 하고도 외국인을 만나면 제대로 말을 못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여덟째 음악 ․ 미술 ․ 체육 교과를 중심으로 실용 기능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죽어있는 이론을 암기하게 하고 모든 내용을 세분화 하여 기능 익힘을 방해하는 교육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음악은 이렇게 교육 했으면 좋겠다.

음악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하되 초등 ․ 중등의 전 과정에서 반드시 서양 악기(바이올린, 첼로, 트럼펫, 플루트, 심벌즈, 섹소폰 등등)나 국악 악기(대금, 단소, 퉁소, 생황, 장고, 해금, 가야금 등등) 하나 정도는 연주할 수 있도록 지도했으면 좋겠다.

미술은 이렇게 교육 했으면 좋겠다. 미술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하되 초등 ․ 중등의 전 과정에서 반드시 그림(정물화, 인물화, 산수화 등등), 서예(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공예(금속, 도자, 목칠, 염직) 등등에서 최소 한 분야라도 완전히 자기 기능으로 익히게 했으면 좋겠다.

체육은 이렇게 교육 했으면 좋겠다. 체육 또한 기본적인 이론을 알게 하되 초등 ․ 중등 전 과정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조깅,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수영, 스쿼시, 헬스, 골프, 자전거, 야구, 농구, 축구, 권투, 태권도 등등) 하나쯤을 완벽하게 몸으로 익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돌아보면 우리나라 교육은 너무 예 ․ 체능교육을 등한시 해왔다. 초등부터 중등 12년 동안 미술, 음악, 체육 분야에서 제대로 배우고 익혀서 자기 것으로 안착시킨 것이 무엇이 있는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들 지경이다. 이상으로 인문 학교(고등학교)에서 가르쳐야할 항목을 설명하였다. 즉 외부강사 초청 강연, 동양 철인(哲人)과와 만남, 현대 사상가와의 대화, 독서를 통한 생각 나누기, 문학 답사를 통한 역사 바로 알기, 문화 및 예술과 벗하기, 국어, 영어, 수학 교과 중심의 기본적인 지식 쌓기, 음악, 미술, 체육 교과의 일상화하기 등등 여덟 분야로 나누어서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목적이 학생들에게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단순 지식을 기억하게 해서 명문대학교(?)에 들어가는데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즉 학교는 출세를 지향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젠 우리나라도 교육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 즉 폭넓은 인문학 영역( 고전, 철학, 심리, 독서, 문화, 예술 등등 )을 초등과 중등 교육 현장에서 교육 프로그램화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다양한 인문학과의 만남을 통해 자아와 삶에 대하여 진중하게 고뇌하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올바른 가치관과 인생관, 세계관을 정립하게 해야 한다. 즉 역사, 철학, 심리, 고전, 문학을 바탕에 깔고 국어, 영어, 수학 지식을 더하면 어떨까?

한 나라의 교육은 길게 보아야 한다. 이젠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에 몇 명의 학생을 보냈느냐의 입시 결과를 놓고 교육을 잘했느니 못했느니 말하는 엉터리 교육은 지양하자. 특히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지수가 높은 학생이 많이 재학한다고 그 학교를 명문 고등학교라고 칭하는 그런 세태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대한민국 국민(여수시민)은 교육을 편협하게 정의하지 말고, 말 그대로‘체성(體性) ․ 덕성(德性) ․ 지성(知性)’을 기르는 통 큰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