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향]자유함을 얻다

  • 입력 2015.09.07 09:08
  • 수정 2017.03.11 08:23
  • 기자명 여수넷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서 인도로 들어가는 길에 홍콩공항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에 난 남편의 귓밥도 파주고 꽈샤로 얼굴도 마사지를 해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효정이라는 청년은 우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재미있어했다. 여기까지 좋았다. 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난 남편에게 애교를 떨면서 말했다.

“여보 나 향수 하나만 사줘”

“응!”

“내 생일 몇 칠 안 남았는데 생일 선물로 향수 사죠! 알았지”

“으응.........”

“얼마 비싸지도 않아 하나 사줘라”

남편은 사준다! 안 사준다 말이 없었다. 그저 얼굴에 천사 같은 미소만 있을 뿐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좀 쓰리다. 효정이랑 함께 어떤 향수가 냄새가 좋을까? 이것저것 뿌려보고 다녔다. 나중엔 너무 많이 뿌려서 머리가 띵했다.^^ 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싸고 향이 괜찮은 것으로 찜해 놓고 남편에게 왔다. 아까 얼굴표정으로 보아서는 안 사줄 분위기는 아니었다.

“여보 내가 보고 왔는데 4만 원대 밖에 안 해 사죠! 빨리”

내가 남편을 다 아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말없이 쳐다보더니 설교가 시작되었다.

“향 당신은 선교사야. 그리고 사모야. 왜 그런 것이 당신에게 필요해?. 난 그런 것들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 그런 것은 머리가 빈 사람이나 하는 거야.”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본전도 못 건질 분위기였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몸에 냄새가 나기에 나이가 들수록 깔끔하고, 남들에게 좋은 냄새를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처음으로 향수하나를 선물로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왜 사달라고 해서 설교를 들어야 하나 싶었다.

“향 생각해봐 우릴 후원하는 사람들이 당신이 그런 것을 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겠어. 비노바바베가 평생 어떻게 살았냐는 둥, 내 철학이 어떻고 저떻고, 효정이가 어떻게 생각하겠냐는 둥”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효정이 앞에서 쪽팔리고 창피하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효정이랑 여기저기를 감정조절을 하면서 웃으면서 다녔다.

한참을 돌고 다시 남편이 앉아있는 곳으로 갔다. 남편은 또 한 마디 한다.

“향! 내가 뭐 잘못 말했어.”

“여보 이제 그만해요 안 사줘도 되니까.”

또 설교가 시작되었다 인도의 위대한 인물들이 다 나왔다. 결국 참았던 가슴이 터지고 말았다.

“알았어요! 여보!

난 선교사이기 전에 사모이기 전에 여자라고요. 그만 해요! 다시는 당신에게 뭐 사달라고 말 안 할 테니까 절대 앞으로 나한테 뭐든지 사주지 마세요.”

남편의 말이 더 걸작이었다.

“그래 나에게서 그런 기대는 아예 버려 그리고 사주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까”

“나 한데 뭘 사주지도 말고 나도 절대로 당신에 바라지도 않고 안 받을 거니까”

그만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민망해 어쩔 줄 모르는 효정이에게 정말 창피하고 미안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에~이 좁쌀영감”

그때 내가 향수를 사도 살 수 있었다. 난 단지 남편에게 생일선물을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마음을 받고 싶은 것이었다. 나의 자존심이 짓밟힌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때 ‘단단히’ 결단했다.^^ 다시는 남편에게 뭘 사달라고 하지 말아야지. 필요하면 내가 알아서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한동안 그 일만 생각하면 남편에게 섭섭하고 내 가치가 남편에게 4만원의 존재도 안 된다는 것이 속상했다. 난 나름 남편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는 것이 아니었다.

40만원도 아니고 매달 4만원도 아니고 일 년에 한번 그것도 생일날 완전 점수 확 깎였다. “여자도 모르는 남자” 정말 그 이후로 남편에게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한동안 향수 사건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속에서 불이 확확 나고 남편이 얄밉기만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언젠가부터 난 남편에게서 자유로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오! 놀라워라! 이 자유함! 참 놀랍고 신기한 일이었다. 생일날 나에게 선물을 안 주어도 섭섭하지 않고 생일날 케이크를 자르지 않아도 전혀 서운함이 없다. 남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마음이었다. 참 신기하고 놀랍다. 이렇게 자유 함을 얻고 나니 받을 생각보다는 남에게 베푸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나름 뭐가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요즘은 남편을 있는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려고 한다.

남편은 보통사람과는 좀 다른 사람이다. 나도 처음에는 참 살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장거리를 갈 때 휴게소에 가면 보통사람들은, 먹는 재미로 휴게소에 가기도 하고 왠지 뭘 안 먹고 오면, 좀 섭섭하고 허전한 것이 정상이 아닌가? 처음 남편을 만나 친정집을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렸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매점에 가려고 하는데,

“향 뭐 하려고 그래?”

“아니 뭐 안 먹어요?”

“지금 가면 장모님 댁에 가서 밥 먹을 텐데 뭐 하려고 먹어”

“아직 한참 가야 하잖아요?”

“지금 뭘 먹으면 우리 저녁 못 먹어”

오! 마이갓~ 외계인이 확실해.

“또 먹냐! 난 아직 배고프지 않아”

결국 빈손으로 매점에서 돌아 나왔다. 정말 이해가 안됐다. 난 배도 고프고 힘들었다. 제기랄~

탄산음료는 아예 입에 대지도 않는다. 남편은 먹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많은 양을 먹지도 못한다. 물론 음식은 아주 맛있게 먹는다. 또 음식 투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음식은 남김없이 깨끗이 먹는다. 그리고 우리 생명누리에서는 절대 밥알 하나도 버리면 안 된다. 이런 일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요즘은 그래도 가끔 약간의 간식과 국수라도 먹을 때가 있다. 엄청난 발전이다.^^

그리고 남편은 비누도 치약도 샴푸도 안 쓴다. 물론 얼굴에 스킨로션은 당연이 안 바른다. 필요한 것이 없는 사람이다. 20년 넘게 비누도 안 쓰다가 이제는 머리 깎는 날만 비누를 딱 한 번 쓴다. 결혼해서 참 맞추며 살기 힘들었다. 화장을 왜하냐, 샴푸는 쓰지 말라.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한 동안 안 쓰기도 해 보았지만 인도에서 내 머리는 개털이 되었고 얼굴에는 잡티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옛날보다는 샴푸도 치약도 조금씩 쓴다.

남편의 구두는 딱하나이다. 양복은 한 벌로 된 것은 아예 없다. 3~5만원 사이의 개량한복 몇 벌과 봄가을 콤비 하나와 겨울 콤비 두 개가 전부이다. 2만 원 이상의 바지는 절대 못사는 사람이다. 내가 몰래 잠바 하나를 사가지고 갔다가 결국 매장에 가서 바꾸고 말았다. 그 이후로는 옷을 사기가 망설여진다. 필요함을 전혀 안 느끼고 사는 사람이다. 인도에 구제품으로 교회들에서 보낸 헌옷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휴대폰은 늘 남이 사용하던 것으로 사용하다가 이번에 나랑 함께 공짜폰으로 바꾸었다. 남편은 너무나 행복해하며 천진한 미소로 남들에게 자랑을 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좋은 기계를 그것도 새것으로 공짜로 준다니 이해가 안가! 난 이 휴대폰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고 너무 행복해 정말.”

새것이기 때문에 남편이 행복해 한 것이 아니라 내 생각엔 공짜라서 너무 행복해 한 것 같다. 있는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늘 있는 것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이다. 이런 남편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 정말 깨끗하고 귀엽기도 하고 순수하기도하다.

 

남편은 항상 편지봉투도 그냥 버리지 않고 재활용한다. 메모를 하든 뭔가를 담아서 보관하든지 한다. 생명누리 자원봉사자들이 이면지로 쓸 수 있는 것들을 실수로 버린 것을 발견했다. 남편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어느 날 여자 자원봉사자가 방바닥에 떨어진 손바닥만 한 크기의 종이쪼가리를 발견하며 기뻐하면서 하는 말

“어~ 이거 우리 목사님 드리면 좋아하시겠다!”

후배목사님과 식사를 하면서 우연히 물어보았다.

“목사님은 어디서 머리 자르세요?

“난 결혼해서 지금까지 집에서 머리 잘라요.

시골에서 목회 하다 보니 나갈 시간도 없고 그냥 집사람한테 잘라보라고 했더니

그냥 괜찮아서 지금까지 집사람한테 잘라요. 딱 한번 미용실에 갔더니………^^ 얼굴이 보시다시피 크잖아요. 옆머리를 싹 잘라나서 얼굴이 더 크게 만들어놔서 다시는 미용실에 안가요. 그리고 난 우리 집사람한테 돈 주어요.”

그 순간 이런 기쁜 복음이 있나! 숨도 안 쉬고 물어보았다.

“얼마씩 주세요?”

“기분 좋으면 2만원 기분 나쁘면 만원만 주어요.”

어느 날 남편이 하는 말

“당신 요즘 내 머리를 정성 드려 안 자르고 대충 근성으로 자르는 것 같아! 나도 돈 줄게.”

“진작 그럴 것이지!”^^

남편도 나랑 결혼해서 지금까지 나에게 머리를 맡겼다. 몇 년 전부터는 수염도 서비스로 나에게 맡겼다. 한국에서는 미용실도 많고 머리도 잘 다듬기도 하는데 기필코 좁은 목욕탕에서 도구도 부족한데 집에서 머리와 수염을 다듬는다. 한편 나에게 머리를 맡기는 남편이 고맙기도 하다. 한 해 두 해 살아가면서 생태적인 삶을 살아가는 남편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어느 날 딸과 우리부부가 형님 병문안을 갔다가 오는 길에 서로가 관심 있는 것과 욕심이 있는 것이 어떤 것이지 말해보았다.

“당신은 뭐에 관심이 있고 욕심이 있어요?”

“난 하나는 탐구하는 것과 책 욕심이고, 둘째는 일 욕심이고,

셋째는 마누라에게 관심과 욕심이 많지”

참 평범하지는 않다. 사람은 생긴 대로 각자의 신념대로 사는 것이 행복한 것 같다.

난 남편과 살면서 일찌감치 포기할 것 포기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살다 보니 자유 함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뭐가 그렇게 필요한 것이 많은지 요즘 생각하면 남편이 사는 것처럼 간단하고 단순한 삶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아파트에 내 놓은 멀쩡한 가구나,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 인도에 있는 우리들의 눈으로 보면 정말 아깝기 그지없다.

우리 부부는 가끔 이야기한다.

“우린 언제 새 차를 타볼까?”

지금까지 항상 중고차를 타고 다녔다. 한국에 오면 타는 차는 조카가 호주가면서, 친구에게 50 만원에 판다고 하기에 우리에게 팔라고 해서 산 것이다. 마땅히 한국에 오면 거주할 곳이 없고, 우리 짐들을 어디 놔둘 데가 없다보니 차는 창고이자 집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

“어째서 당신은 그렇게 중고를 좋아해?”

“그러게 난 중고가 좋은 갑네!

“여보! 중고가 좋은 이유가 뭔데?”

“값이 싸고, 편안하고, 품위가 있잖아!

자유로움이란 생각하기 마음먹기 달린 것 이다. 욕심을 좀 버리면 자유로워지고 집착을 버리면 더 자유로워진다.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삶! 그것이 아름답다. 작은 것에 만족하는 흰머리 소년 내 남편이 아름답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