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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의 전설을 만들어가는 사람

[인터뷰] 우도 문화관광해설사 김철수씨

  • 입력 2015.09.30 09:07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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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수씨가 자신이 만든 <바람이 들려주는 우도이야기>라는 섬안내 책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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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진도 출신이라 해녀 일도 못하고 미니수퍼를 해서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제가 직업도 없고 돈도 못 벌어 미안하죠. 한 마디로 지역발전을 위해 미쳤던거죠."

2007년부터 우도 문화관광해설을 하고 있는 김철수(64)씨의 말이다. 지난 주(18~19일) 금오열도발전연구회원 일행과 함께 우도를 방문했을 때 "우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하자 주민자치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추천한 사람이 김씨다. 

김씨는 전임 도지사 특별보좌관을 지내기도 했고, 이어 주민자치위원장직을 마친 후 현재 서광리 이장 직책을 맡고 있다. 30분쯤 기다리자 김철수씨가 차를 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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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도발전연구회원들이 김철수씨 댁을 방문해 홍조단괴와 갈대화석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그의 서재에는 2천여권의 책이 빼곡이 쌓여있어 얼마나 열심히 연구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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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어디를 가든 문화관광해설사는 의례적으로라도 환하게 웃음을 짓는다. 헌데 김씨는 미소만 약간 띤 채 "반갑수다"며 손을 내밀었다. 약간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그런 분일까? 아니면 내공이 뛰어난 분? 둘 중 하나니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김씨의 차를 타고 동천진동에서 우도 쇠머리오름으로 가는 바닷가에 차를 멈춘 김씨의 설명이다. 

"갈대 잎과 줄기 및 꽃도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곳은 오래전에 갈대밭이었습니다. 현재 우도에는 갈대군락이 없으나 성산포 내만지역은 갈대군락을 형성하고 있어 화산폭발이 일어났을 때 성산포와 우도가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관광객들이 가져갈 것을 우려해 알려줄 수 없지만 원하시면 저녁에 보여 드리겠습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지질학까지 공부했다는 게 얼른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해설사가 그렇다고 하니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우도봉 정상에서 우도에 관해 상세한 내막을 설명하고 내려오던 김씨가 말목장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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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도 말목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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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도에서 묘를 쓸 때는 둘레에 돌담을 쳤다. 우마가 파헤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아랫부분은 튼튼하게 쌓지만 북쪽은 망자와 신들의 통로이기 때문에 낮게 쌓았다고 한다. 요사이는 돌이 아닌 시멘트로 쌓은 담이 대부분이지만 돌담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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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년(숙종 2년) 제주목사겸 병마수군 절제사 이형상이 화공 김남길로 하여금 41쪽의 채색 그림으로 그리게 하고 오씨노인에게 설명을 한 '탐라순력도'를 보면 말이 262필이며 목자 23인이 관리하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당시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기 때문에 민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멀레 해안을 구경한 일행은 서천진동 해안도로를 달리다 차를 세웠다. 환해장성. 해변가에 높이 2m로 길게 담을 쌓아 외침을 막기 위해 설치한 돌담이다. 우도 환해장성은 탐라기년 현종 11년 1845년 겨울에 수축하였으며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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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천진동 해안도로 옆에 쌓은 환해장성으로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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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돌담을 자세히 보세요. 오랫동안 쌓여있는 이끼가 다른 돌담과 다르죠? 일반 돌담과 형태가 달라 역사기록을 살펴보다 이 돌담이 왜적을 막기 위해 쌓은 성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점입가경이다. 문화관광해설사가 고문헌을 공부했다니! 주민들이 공동으로 만들어 멸치를 잡던 원담에 얽힌 사연을 설명한 김씨가 들른 곳은 하우목동항 인근 '홍조단괴해빈해수욕장'이다. "길가 안내판에서 '산호사 해수욕장'이라고 적힌 안내판을 보았는데요?"라고 반문하자 김씨는 "그 안내판이 틀렸기 때문에 수정해야 한다"고 한다. 김씨에게 '산호사는 뭐고 홍조단괴'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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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유일의 홍조단괴해빈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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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호사 해수욕장으로 알려졌지만 모 대학교수의 연구결과 홍조단괴라는 해양생물이 죽어서 햐얗게 변한 홍조단괴해빈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모래를 접사로 촬영했다 . 살았을 때는 빨갛지만 죽어 해변으로 밀려와 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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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학교수가 이 해수욕장의 모래를 자세히 연구하기 전까지는 산호가 죽어 생긴 산호모래 해수욕장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모래 성분을 분석하던 교수가 산호모래가 아닌 홍조단괴라는 해양생물이 죽어서 해변에 밀려와 하얗게 변색된 것을 알고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잠수부를 시켜 해저 30m에서 채취한 홍조단괴라는 해양생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니 이분이 문화관광해설사가 맞나 아니면 학자? 저녁을 먹은 후 김씨 집에 들렀다. 한 쪽 벽에는 여러 장의 표창장이 걸려있고 서재에는 역사책과 관련서적이 가득하다. 헤아려보니 2천여 권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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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수씨가 직접 보여준 갈대화석(왼쪽)과 수심 30m에서 살아있던 홍조류를 채취한 홍조단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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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을 구경하다 김철수씨의 '그섬'이라는 시가 씌어진 비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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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신 후 약속했던 갈대 화석과 바다 속에서 채집한 홍조단괴를 보여줬다. 돌 속에 박힌 갈대잎과 줄기, 물속에 살아있을 때는 빨간색을 띠어 홍조단괴라고 불렸다는 해양생물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제서야 자신이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미쳤었다는 얘기가 수긍이 갔다. 옆에 있던 주민자치위원장 고혜동씨가 김씨의 전력을 소개해줬다. 

"김 선생님이요? 군수를 모시고 육지에서 우도를 방문한 한 지자체직원들 연수 프로그램 시절에 우도를 안내했고 감동받은 군수가 그 지자체에 초대해 전직원을 대상으로 강의하기도 했습니다."

김철수씨는 우도문화관광해설을 하면서 관광지 특성에 따라 36개의 스토리텔링을 고안했다. 그가 주민자치위원장을 하면서 관광객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만든 해안가 야광판은 밤이면  빛난다. 갈매기 형상의 가로등은 유별나다. 아랫부분에는 태극기가 걸려있고 갈매기 날개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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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수씨가 주민자치위원장 시절 만들었다는 갈매기 형상 가로등으로 밤이되면 날개에서 불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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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수씨가 주민자치위원장 시절 만든 해안가 야광판과 갈매기 가로등이 빛나고 있었다. 새벽산책을 나가다 본 우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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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가로등은 우도의 상징이자 지역에 맞는 콘셉트입니다. 과거 우도는 농수산이 80%, 관광이 20%였지만, 지금은 관광이 60%, 농수산이 40%로 변했습니다. 제 조그만 노력이 주민소득창출에 기여했다면 그게 보람이죠."

"36개 스토리텔링도 아무렇게나 한 게 아니라 <신증동국여지승람> <조선왕조실록> <탐라지> 등의 문헌자료 기록을 고증해 만들었다"고 말한 그는 "우도를 무공해 섬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면민이 주주가 되어 전기버스, 모노레일카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씨의 설명과 연구하는 모습을 보고 김씨의 향토 사랑에 감탄했다. "우도라는 상품을 가지고 노약자를 포함한 모든 주민이 골고루 나눠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김씨의 야무진 포부가 이뤄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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