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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어부의 아들이 '섬 전문가'로

[인터뷰] <한국의 섬> 저자, 이재언 목포대학교 연구원

  • 입력 2015.10.16 14:18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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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세혁군과 함께 여수해양레일바이크를 타며 다정한 한 때를 보내는 이재언씨(앞줄 왼쪽) 모습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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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대다. 돈이 용을 만들고, 서울 강남에서 용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찢어질 듯이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청년이 현실 속 용이 되었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글을 쓴다.

부전자전이라고 했던가! 국립 목포대학교 도서(섬)문화연구원이자, <한국의 섬> 저자인 이재언씨의 아들 세혁군(거창고 출신)이 외교관 시험 37명 합격자 중에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갔다.

2015년도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서 수석과 최연소합격자를 비롯해 여성합격자가 64.9%에 이르는 등 여풍(女風)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2015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은 일정수준 이상의 한국사,영어,외국어능력검정점수를 가진 806명이 응시했다.

1차(공직적격성평가.선택형), 2차(전공평가.논문형), 3차(면접)을 거쳐 37명의 최종합격자가 결정됐다. 지난 10월 7일 오후 6시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서 발표된 최종합격자는 외교관후보자 신분으로 국립외교원에 입교해 정규과정(1년)을 이수하고, 종합평가 결과에 따라 3명을 제외한 34명이 5등급 외무공무원으로 임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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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세혁군과 다정한 한때를 보내는 세혁군 어머니 임향숙씨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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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혁군은 공군 통역 장교 출신으로 번역가로 활동했었다. 효자가 따로 없다. 아버지가 돈도 안 되고 위험한 섬과 바다에 빠져서 배를 타고 다니다 보니 집안이 망하기 직전에 가세를 일으켜 세운 장한 효자 아들이다.

3년간 장교로 복무하면서 월급과 보너스, 퇴직금까지 모두 섬을 순회하라고 아버지에게 보내 주었다. 외교관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집에서 돈 한 푼 가져가지 않고 오히려 번역으로 모은 돈을 부모에게 송금했다. 집안에 많은 도움을 주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외무고시에 합격을 했으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육지에 '김정호'가 있었다면 바다에는 '이재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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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서 25년간 우리나라 유인도 466개를 세 번 돌아본 후 이재언씨가 펴낸 한국의 섬 시리즈 책. 13권 중에 8권이 시중에 나와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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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혁군의 아버지 이재언 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1992년부터 한반도 섬을 3번씩이나 직접 배를 타고 돌아본 섬 탐험전문가이다. 죽을 뻔도 여러 번 경험했고, 배 사고로 교도소까지 다녀온 특이한 사람이다.

지금은 필자의 동네 여수에서 친구로 살고 있지만, 그는 원래 완도군 노화도라는 이름 없는 동네 가난한 어부의 아들 출신이다. 그는 목사 출신으로 탐사선 등대호를 타고 우리나라 유인도 466개 섬을 세 번이나 돌았다. 답사한 결과물인 <한국의 섬> 13권 중에 현재 시중에 8권이 시중에 나와 있다.

그는 일찍이 고향 노화도에서 가출해 서울에서 고학을 하면서 중국집 보이, 구두닦이, 신문팔이, 신문배달, 넝마주이, 광부, 세일즈맨, 트럭운전기사 등 밑바닥 인생을 걸으면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다.

신학 공부를 9년씩이나 했지만 정식 졸업장이 없어서 50살이 넘어서야 중,고 검정고시를 봤다. 합격 후 지방의 대학에서 복지학을 전공하여 졸업하였다. 그의 부인 말마따나 "섬이라면 징글징글하다"던 노력이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60살이 넘었는데 섬 전문가로 인정되어 국립 목포대학교에 초빙되어 섬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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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시드니 사는 작은 아들 결혼식장에서 촬영한 이재언씨 가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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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섬 발전과 문화를 위하여 지금까지 25년 인생을 걸어온 그가 내 친구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의 서재에는 이런 말이 붙어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에게 "왜 이런 글을 붙여놨느냐?"라고 묻자 그가 대답한 말이다.

"장화처럼 생긴 이태리 반도를 기원전 753년에 로물로스가 건국하여  통일하는데 580년이 걸렸습니다. 저에게 큰 힘이 되는 명언이지요."

그가 한 마디를 보탰다. "훌륭한 작품은 인내와 피와 땀과 눈물과 정직과 노력의 결과"라는 뜻입니다. 그렇다! 그의 경구가 의미하는 것은 과정을 무시하고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 있는 한국인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대목이다.

소처럼 우직하게 25년 간을 혼자서 섬을 돌며 섬사람을 사랑하고, 살기 좋은 섬, 머물고 싶은 섬이 되기를 희망했던 그의 꿈이 현실이 되기를 빌며 아들의 기쁜 소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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