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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놓이길 거부하는 섬, 이런 이유였다

출렁다리가 인상 깊은 금오도 비렁길 3코스

  • 입력 2015.12.07 11:23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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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렁길 3코스인 매봉전망대를 오르는 데크목 사이로 펼쳐진 경관이 마치 제주 마라도를 연상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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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도 다른 섬처럼 다리가 놓여야 하지 않나요?" 
"안돼지라. 우린 그냥 섬으로 남는 걸 원하거든. 죽을 때까지..."

이곳 주민께 물었더니 다소 의외의 답변이 되돌아 왔다. 다른 섬은 다리가 안 놓여 안달인데 그 반대다. 그 이유를 들어봤더니 "섬에 다리가 놓이면 인심이 사나워지고 섬이 가진 낭만이 없어져버려 머물다 가야 할 섬이 뜨내기 섬이 된다"는 우려였다. 

주민들은 개발 논리인 빨리빨리와는 정반대로 느릿느릿을 추구한 셈이다. 금오도는 두 개의 다리가 놓여 육지가 된 돌산이 섬에서 제외된 후부터 여수에서 제일 큰 섬이 되었다. 

황금 거북섬... 대동여지도에 '거마도'라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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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도 3코스 매봉전망대에서 연인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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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보다는 섬으로 남길 원하는 섬, 금오도. 섬의 생김새가 큰 자라같이 생겼다 하여 자라 오(鰲)자를 써 '금오도(金鰲島)'라 부른다. 이를 풀이하면 황금거북이 섬이란 뜻이다. 또 숲이 우거져 섬이 검게 보인다고 하여 '거무섬'이라고도 한다. 1861년 만들어진 <대동여지도>에는 금오도가 거마도(巨磨島)로 표기돼 있다. 

이 섬에 사람이 들어와 산 역사는 12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주변 섬에 비해 그리 오랜 역사는 없다. 하지만 늦게 튄 놈이 무섭다고 지금은 그 위세가 대단하다.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정신없다. 주말에는 여객선 두 대가 30분 간격으로 실어 날라도 모자랄 판이다. 때문에 선사 측은 대형 여객선을 건조 중이다.

지난 주말 1박 2일 금오도 비렁길을 다녀왔다. 갑자기 찾아온 겨울이지만 이곳은 포근하다. 역시 겨울은 남도다. 바다에 펼쳐진 겨울바다 풍경이 참 시원하다. 비렁길 5코스까지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는 이곳에서 짧은 주말을 즐기기엔 딱이다. 아침에 조금 일찍 서두르면 5코스 중 3코스까지는 무난히 돌고 다음날 안도 둘레길을 둘러본후 점심을 먹고나오면 알찬 여행이 될 듯싶다.

겨울산... 물맛 좋은 금오도 막걸리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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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생긴 출렁다리는 비렁길3코스의 명물이 되었다. 한 부부가 아슬아슬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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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포마을에서 오른 첫번째 갈바람통 전망대는 토종고래 상괭이 출몰지역이다. 운좋은 날은 상괭이를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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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스는 함구미 마을에서 출발해 미역널방을 지나 두포마을에 도착한다. 두포에서 출발한 2코스인 굴등전망대를 오르면 직포마을에 다다른다. 이후 3코스다. 직포에서 학동삼거리가 종점. 일행 8명 중 한 명은 오전 9시에 출발해 1, 2코스를 오른 후 오후에 출발한 일행들과 합류했다. 차 2대를 타고 와서 4명씩 양쪽으로 나눠 타고 3코스를 올랐다. 이후 매봉전망대에서 만나 차 키를 서로 교환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비렁길 3코스는 매봉전망대와 출렁다리가 인상적이다. 중간에 갈바람통 전망대에서는 운 좋은 날엔 토종 고래 상괭이떼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출렁다리는 작년 7월에 만들었다. 길이가 42.6m, 폭 2m다. 협곡에다 다리를 걸쳐놨다. 다리에서 아찔한 벼랑의 절경을 체험할 수 있다. 

발걸음을 옮기자 다리가 출렁거렸다. 중간쯤 지나자 투명유리 아래로 아득한 낭떠러지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않는다. 70m는 족히 넘어 보인다. 한 부부가 다리를 건너는데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남편과 무서워 못 가겠다는 아내. 결국 남편이 눈감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건네는 모습이 정겹다. 출렁다리를 지나 매봉산 전망대에 올랐다. 오르는 길이 데크목이라서 다리가 편하다.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가슴이 탁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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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렁길 3코스를 오른후 일행들은 학동한접시 주막에서 물맛 좋은 금오도 막걸리를 한잔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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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오르는겨?" 

답은 없다. 혹자는 산에 오르는 건 생각을 비우고 채우는 일과도 같은 것이라 말한다. 허나 내가 좋아서 오르는 게 산이다. 무엇보다 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모습. 이곳 금오산의 가르침이다. 산을 내려온 우리 일행은 직포마을에 도착했다. 다른 일행과 바꿔치기한 키로 차를 타려는데 웬걸. 펑크가 나서 바퀴가 주저앉았다. 난감했다. 섬이다 보니 출동서비스도 부를 수 없다. 손수 스페어타이어를 바꿨다. 근데 트렁크 속 스페어도 바람이 별로 없어 황당했다.

"우째 이런 일이..."

학동에 도착하니 등산객들은 하산주에 막걸리 한 잔을 걸친다. 막걸리 한사발에 시름을 달래는 이들이 많다. 흥겨운 음악소리를 틀어놓은 일손 바쁜 아낙네가 운영하는 주막이름이 '학동한접시'다. 방풍나물에 멍게 한 접시를 시켰다. 물맛 좋은 금오도 막걸리 한사발을 쭈~욱 들이켰다. 막걸리 맛이 달짝지근하다. 꼭 비렁길 오른 느낌이다. 산에 오르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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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도 비렁길을 내려와 안도둘레길을 오르기 위해 안도대교를 가던중 일몰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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