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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제에서 망가진 카메라 "액땜 됐으면..."

동고지 명품마을에서 보낸 우리가족 연말연시

  • 입력 2016.01.04 16:03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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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신년 새해 첫날 해맞이를 보러가 애지중지 아끼던 카메라가 망가졌다. 한해를 맞는 액땜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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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헉, 쨍그랑...."
"캬악~ 이 일을 어쩐다냐?"

새해 첫날부터 곡소리가 났다. 정초부터 예측불허의 사건이 일어났다. 일출제에서 고가의 카메라가 두동강 났다. 나의 심장이 찢어질 듯 심하게 뒤틀렸다. 사진사가 가장 명심해야 할 기본인 목걸이를 착용하지 않은 대가는 참혹했다. 

"한번의 실수가 이렇게 허무할 줄이야... 흑흑." 

지금껏 금이야 옥이야 6년 동안 애지중지하던 나의 분신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카메라와 렌즈가 박살나고 말았다. 해맞이를 보러 가서 생긴 어이없는 첫 경험. 그나마 이렇게 위안 삼고 싶다. 

"한해의 액운! 이것으로 액땜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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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을 찾은 자식들을 위해 어머니는 노랑가오리와 민어를 준비해 빨래줄에 말리고 있다. 어머니가 준비한 생선은 해풍에 꼬들꼬들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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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지난 2015년 12월 31일 해맞이를 떠났다. 송년회 겸 새해를 맞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준비한 계획이었다. 올해는 고향에서 사촌 형님네와 함께 보냈다. 1박2일 한 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 보냈더니 2년을 함께한 셈이다. 

몸이 멀면 마음도 벌어지는 법이다. 옛날에 비해 요즘 세대는 사촌간이 가까운 친척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아파트 생활로 마을 공동체가 없어진 탓이 크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 자랑 좀 해야겠다. 큰어머니와 큰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조카들을 손수 돌보신 어머니는 사촌이나 우리 형제들을 늘 한자식처럼 여기셨다. 그래서 지금도 사촌 형수님들은 작은 어머니를 친정어머니 대하듯 살갑게 여긴다.

일례로 작년에 어머니가 사는 시골집을 리모델링했다. 그런데 사촌형제들 역시 내 집처럼 십시일반 돈을 보탰다. 동구간의 우애는 이럴 때 엿보인다. 이날 객지에서 사촌간이 모였고, 뜨끈뜨끈한 군불을 얼마나 지폈으면 방이 노글노글했다. 어머니와 맞는 첫 송년파티. 촛불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어머니와 사촌 형님은 이렇게 말했다.

"새해에도 자식들 다 건강하고, 형제간들 우애 있으면 좋겠네. 또 하는 일마다 무탈하고, 꼬리가 되지 말고 머리가 되길 늘 비네." 
"작은 어머니! 건강하고 오래오래 사세요. 그리고 우리 형제들 우애 있게 지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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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지 일출장인 해돋이 마루에서 첫해를 보며 새해 소원을 빌고있는 일출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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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이야기로 밤을 새웠다. 날이 밝은 새해 첫날 '동고지명품마을 새해맞이 일출행사'가 열렸다. 김성수 위원장의 사회로 아침부터 해돋이 전망대 무대가 들썩거렸다. 

"병신년 첫해 독도는 7시 26분, 포항 간절곶은 7시 38분, 동고지명품마을에는 그보다 3분 뒤인 7시 41분 해가 떠오릅니다. 카운트다운 구호에 따라 일제히 '대한민국'을 외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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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지명품마을에 뜬 병신년 일출 아래로 어선들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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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지명품마을에 병신년 희망찬 해가 떠오르는 가운데 어선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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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저마다 함성이 울려 퍼졌다. 작년 해맞이 전망대 탄생 후 동고지 해맞이 축제가 알려지면서 올해는 4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섬치고 보기드문 일이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두 배가 늘었다. 바다 속에서 쟁반 같이 둥근 해가 떠올랐다. 이내 소원을 빌었다. 

"올해는 건강을 주소서! 우애있는 우리 가정에 행복을 주소서!"

동고지와 백금을 감싼 확 트인 남해바다에서 떠오른 일출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1부 해맞이로 소원을 빈 후 자리를 옮겼다. 2부 행사는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다. 안도리청장년회가 마련한 푸짐한 전복죽과 경품권 추첨이 이어졌다. 새벽 4시부터 전복죽을 준비한 안도리청장년회 자원봉사자 임상엽씨는 "여기는 청정지역에다 공해, 즉 바다 위에서 곧바로 뜨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 때문에 바다와 좋은 경치 그리고 자연산 전복을 듬뿍 넣은 전복죽을 먹으면 몸이 건강해져 힐링이 된다"라고 해맞이 행사를 소개했다.

마을 축제로 자리잡은 '동고지 해맞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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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지 일출제에서 김서은(여안초 5)학생이 '새해맞이대상'인 전복 2kg의 경품을 수상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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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지 해돋이 행사에서 관광객들이 전복죽과 전어구이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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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이 잡은 즉석 전어구이 익는 소리가 지글거린다. 경품은 이곳 특산품인 섬에서 키운 전복과 멸치, 오가피, 방풍 등이 준비됐다. 새해맞이대상에는 전복 2kg의 경품이 걸렸다. 이날 김서은(여안초 5) 학생은 행운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전복 20kg을 넣고 쑨 대형 솥 4개의 전복죽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주최 측은 "전복죽이 얼추 400그릇이 나갔다"고 말했다. 

박인관 남면장은 "동고지 명품마을이 작년 4월 준공돼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면서 "새해 첫날 전어도 구워먹고 전복죽을 주는 곳이 없는데 이것이 동고지 일출제의 자랑이다"라고 소개했다. 

금오도 파출소 윤병일 경위는 "일출제를 보러 금오도와 안도를 찾아주셔서 고맙다"면서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 모두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족들의 건강을 빌었다"고 밝혔다. 또 공군 부사관 교육중인 휴가를 나온 훈련병 김지우씨는 행운상을 탔다. 그는 "저가 탈줄 생각도 못했는데 경품을 받아서 기분이 참 좋다"면서 "올해는 군 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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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지 일출제에서 희망상을 받은 이승호(백운초 3)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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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온 이승호(백운초 3)군은 희망상을 받았다. 그는 "저년에 수학경시대회에서 은상 받았는데 다음에는 금상 받게 해달라고 빌었다"라고 공부 잘하는 소원을 빌었다. 

부산 동구에서 온 양정애씨는 "동고지 일출제를 보면서 건강과 한 해가 무탈하게 보내는 소원을 빌었다"면서 "사실 다른 데 가서 일출을 성공적으로 본 적이 없었는데 여기 와서 제대로 봤다, 올해 출발이 좋다"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김오경(48)씨는 "친구 소개로 일출제를 보러 왔는데 애들과 가족들 건강을 빌었다. 내년에도 또 오겠다. 올해는 대박"이라며 내년을 기약했다. 

하지만 일출제 행사는 보완할 점이 많았다. 주변 섬지역 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이곳 일출제를 찾았지만 차량이 한 대만 지나다닐 정도로 도로가 좁고 위험하다. 이날 한꺼번에 몰려든 많은 차량으로 인해 교통 혼잡을 초래했다. 당장 좁은 도로를 못 넓힌다면 차량이 교행할 수 있는 교행지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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