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가 많을수록 마을이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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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가 많을수록 마을이 풍요로워진다?
  • 여수넷통
  • 승인 2016.02.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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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살아도 넉넉한 섬 '슬도'... 봄부터 가을까지는 일손 분주, 멸치·미역·톳 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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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도 마을 전경 선착장이 없지만 미역과 멸치가 풍성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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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 앞에서 미역을 채취하고 있는 어민들.

진도에 가면 예쁜 이름의 섬이 있다. '슬도'다. 진도 조도면에 속해 있으며 팽목항에서 18km 떨어져 있다. 섬 이름 유래도 낭만적이다.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가 거문고 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서 '거문고 슬(瑟)'자를 붙여 슬도라 했단다. 독거군도 부속섬으로 독거도 서북쪽에 있다.

멸치·톳 채취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진도 출신 김정호 기자의 1991년 저서 <섬, 섬사람들> <진도의 섬과 일본의 섬>에 슬도 얘기가 나온다. 김 기자가 1971년 당시 <전남일보>에 연재한 '섬, 섬사람들'은 이듬해 '한국 신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책에 담긴 슬도 얘기를 살펴보자.

"슬도는 바로 이웃섬 죽항도나 상·하구자도와 마찬가지로 멸치잡이 낭장망으로 살아가는 섬이다. 섬이 워낙 작아서 농토가 한 뼘도 없는 섬이다. 원래 '비아섬'이라 했으나 비아를 비파로 잘못들은 일본인 측량사가 '슬도(瑟島)'라 적는 바람에 섬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비아란 한자로 '飛雅'라고 쓰는데 그 섬이 까마귀가 나는 형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섬 앞에 있는 무인도 고깔섬은 그 섬 속이 완전히 비어 있어서 그 안에 들어가 숨을 수 있을 만한 기이한 섬이다. 바다에 고깔을 띄워놓은 것과 같다. 70년대 최고 19가구가 살 때는 슬도에 22통의 낭장망과 2척의 연승업을 했다.

지금은 멸치잡이와 미역 채취로 살아가고 있다. 이 섬은 대부분 겨울에는 목포에서 나가서 살다가 봄에 들어와서 11월까지 고기를 잡다가 다시 목포로 간다. 옛날 이 섬 주변에서 조기 낚시가 잘 됐지만 어족이 고갈되면서 살 수 없는 섬이라 했는데, 근래 독거군도에서는 가장 멸치가 잘 잡혀 살 만한 섬으로 이름나 있다.

슬도 섬은 가파르고 파도가 거칠기 때문에 배를 댈 곳이 없는 것이 큰 고통이다. 77년 마을에서 300m 쯤 떨어진 섬 한 켠에 방파제 겸 선착장을 당국이 1200만 원 들여 조성했지만 어찌나 날림공사를 했던지 82년 태풍으로 부서져 버렸다. 지금은 태풍이 분다는 소식이 오면 배를 피난시키기 위해 하조도나 관매도 등으로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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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역 채취 장면 마을 앞에서 파도가 치는 가운데 미역을 채취하는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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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발전소 덕택 전기가 넉넉

1554년 함안 조씨가 이 섬에 정착했으며 행정구역상 주변 탄항도, 혈도와 함께 3개의 섬을 합쳐 1개 리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장이 슬도에 거주하지 않아 불편함이 있다. 섬 대부분이 임야(85%)이고, 밭은 0.04k㎡로 15%에 불과하다. 물 사정이 좋지 않아 가뭄 때는 식수난에 어려움을 겪는다. 다행히 내연발전소가 있어 전기의 어려움은 없다.

근해에 어족이 풍부하고 낭장망이 발달해 여름철에 멸치가 많이 잡힌다. 선착장 시설이 미비하며 차도선만 댈 수 있다. 선착장이 불편해 섬에 들어갈 땐 탐사선 등대호를 앞 바다에 정박한 뒤 배를 빌려 타고 들어가야 했다.

답사를 마친 후에는 등대호로 다시 올 때 물은 많이 빠져서 파도는 치고 밑바닥이 드러난 상태에 배에 오르기 어려웠다. 마침 멸치어선이 있어서 크레인으로 멸치통을 옮겨 실은 뒤 빈 통에 필자가 타고 배에 옮겨탈 수 있도록 해줬다. 두 번째 방문 때 고마움의 표시로 당시 찍은 사진 수십 장을 선물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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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에서 크레인을 통해 집으로 옮겨진 멸치 방학을 맞이해 슬도에 들어와 일손을 돕는 여중생의 모습(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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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여름 두 번씩 방문해 미역채취와 말리는 장면, 멸치를 잡아와 내리고 삶고 말리는 과정을 관찰했다. 멸치와 미역은 죽항도와 청등도와 같았지만 이곳은 어머니 품속과 같은 선착장이 없어서 살기가 어렵다.

진도에서 슬도 같은 마을은 독거도, 탄항도, 독거혈도, 맹골 죽도, 곽도, 각흘도, 양덕도, 주지도, 광대도, 내병도, 눌옥도, 갈목도, 소성남도 등이다. 워낙 바다 수심이 깊고 인구가 없어 거액의 예산을 들여 선착장을 지어줄 수 없었다. 무인도 될 날만 기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외에도 진도에 있는 조그만 섬들은 선착장이 있어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는 섬들이 많다.

일거리 없다면? 슬도로 오세요

슬도 조명철(56) 이장은 명예 퇴직하고 고향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며 마을 일을 돌보고 있었다. 멸치잡이 철과 미역철에는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쁘다. 어느 누구라도 이장을 할 수 없다. 그는 이장 일과 멸치와 미역, 톳을 상품으로 만들어 목포로 싣고 가서 파는 일, 잡다한 일처리를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봄부터 가을까지 친인척과 자녀들까지 총동원된다. 외지 일꾼을 불러와 미역과 멸치 생산에 총력을 기울인다. 예전에 없던 육상과 배에는 크레인이 설치돼 멸치잡이가 한결 쉬워졌다. 도시의 노숙인이나 일거리가 마땅치 못한 사람들은 진도군의 조도의 멸치잡이 섬인 슬도와 즉항도, 청등도, 동거차도, 장도, 상조도에 오면 대환영을 받을 수 있다.

슬도는 워낙 미역의 질이 좋고, 멸치잡이가 잘 돼 섬이 작고 물 부족과 선착장 시설이 미비해도 겨울만 빼고 일터로는 제격이다. 비록 슬도 섬은 적지만 목포에서 슬도향우회가 한 달에 한 번씩 모인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고향에 대한 애착과 자원의 소중함 등 함께 애경사와 끈끈한 정으로 뭉쳐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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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잡아온 싱싱한 멸치 멸치를 삶기 직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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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는 버려진 땅 아닌 '보배'

이런 슬도는 조상 때부터 죽항도, 독거도처럼 구역이 나눠져 있다. 대부분 섬은 공동채취, 공동분배 하는데 이곳은 인구가 워낙 없는 탓인 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미역과 톳 채취 철에는 배가 필요하고 특히 무인도는 보배섬으로 버릴 것 없을 정도로 귀중하다. 슬도에 속한 무인도는 총 3개로 담추서(하얀등대), 행금도와 소슬도다.

무인도가 많을수록 그 마을은 부자 마을에 속한다. 대표적인 섬이 독거혈도다. 맨 바깥에 있는 조그만 섬이다. 그래서 한때는 무인도를 놓고 마을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기도 했다. 무인도를 비롯해 바다의 경계 때문에 군과 군, 섬과 섬, 같은 섬에서도 마을과 마을끼리 다툼이 잦았다고 한다. 육지로 말하면 농사를 지을 땅인데 바다와 섬에서 김과 톳, 전복, 다시마, 고기잡이 농사를 바다에서 하기 때문이다.

이름없는 무인도가 섬 사람들의 일터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섬을 영해의 깃점으로 하듯이 무인도 역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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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역 말리기 외지에서 일손을 도와 주려고 들어온 친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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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에서 살면 나이가 많아도 수입이 있다. 섬을 떠나 도시에 나가면 뾰족한 수가 없지만 이 섬에 주민등록을 두고 살면 넉넉히 용돈을 벌어 쓸 수 있다. 미역철에 미역을 채취하고 말리고 상품을 만드는 일과 멸치 철에는 일손이 많이 필요해 일을 도우면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인들이 여름에 휴양겸 일하러 오면 멸치따라 올라온 고기들이 횟감으로 많아 회도 마음껏 먹고, 돈도 벌고, 바다를 벗삼아 보낼 수 있는 소일 거리가 된다. 인구가 적기 때문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도 걱정 안해도 된다. 인심도 좋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잘 대해 주기 때문이다.

이곳 슬도 주민들 대부분 목포에 나가 있다가 4월이면 섬으로 돌아온다. 멸치 잡이를 위해서다. 즉 이중살림 또는 계절 이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섬 상주 인원은 대략 10명 안팎이다. 겨울을 뺀 세 계절은 멸치잡이와 미역과 톳을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슬도는 멸치와 톳 생산이 없으면 사람들이 살지 못할 섬인데 멸치와 톳 덕택에 정신적·경제적 여유로움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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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도 주민, 친척들, 외지인들이 담소하고 있는 장면 잠시 쉬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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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요 : 독거군도 슬도는 진도군 조도면에 딸린 섬이다. 면적 0.27㎢, 해안선 길이 3.5㎞다. 12가구 19명이 산다.

▲ 지명 유래 : 원래는 까마귀가 나는 형국의 '비아(飛雅)섬'이라 했는데 일제시대 때 일본 측량사가 비아를 비파로 잘못 알아듣고 '거문고 슬(瑟)'자 '슬도'라 적어서 이름으로 굳어졌다. '비아'란 이름의 다른 유래는 파도가 거세고 섬 전체가 산악으로 형성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큰 거문고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파도소리가 크고 파도가 많다고 해 '슬도'라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 가는 길 : 섬사랑 9호 진도 팽목항에서 오전 9시 출발, 1시간 20분 걸린다. 오후에는 3시 40분에 진도 팽목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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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역을 말리는 주민 이 미역은 전국에서 최고의 값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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