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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목사'가 키운 연주회, '열린챔버 오케스트라'

제11회 오케스트라 연주회 갖는 여수 열린교회 지역아동센타

  • 입력 2016.02.22 13:10
  • 수정 2016.02.24 10:45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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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의 개혁을 부르짖는 여수열린교회 정한수 목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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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사회활동가 열린교회 정한수. 그는 괴짜 목사다. 올해 쉰아홉인 그에게는 아직도 '과격한 활동가'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젊은 시절 여수 파크호텔 주변에 개척교회를 세웠다가 얼마 되지 않아 쫓겨나기도 했다. 최근 그는 18대 대선 부정선거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담 높은 한국교회, 지역사회에 문 열어야"

그의 첼로 연주는 수준급이다. 또 글을 쓰는 시인이다. 늘 음악과 시는 사회변혁운동을 하는 삶에 감성을 자극한다. 그래서 그의 이미지와 180도 다르게 부드러운 남자다. 목회자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교회의 문제점은 뭘까.

"우리나라 교회는 너무 '교회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죠. 교회가 지역사회에 문을 열고 장소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데 그렇지 못해요. 교회가 교인 중심으로 너무 높은 담을 쌓고 있어 폐쇄적으로 운영된다고 봐요."

정 목사는 "교회가 너무 물량주의에 빠져있다"면서 "큰 교회일수록 돈 많이 내면 빠르게 요직의 직분에 앉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20년을 다녀도 평신도로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교회가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려 대형화됐다, 이렇게 교회가 비대해지면 교회운영이 어려워 10년 안에 절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상을 등진 목회활동은 종교개혁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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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교회 옥상에 걸린 흰색 십자가의 모습. 정한수 목사는 십자가는 저렇게 많은데 왜 세상은 더 포악해지고 예수 믿는 사람들이 왜 이 모양이냐고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조롱한다며 한국교회의 변혁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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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7시 전남 여수 열린교회 지역아동센타를 찾았다. 이곳은 열린교회가 운영하는 공부방이다. 밤이 되자 여기저기 울긋불긋 빨간색 십자가의 불빛이 천지다. 하지만 달동네에 있는 이곳 교회의 십자가는 색깔부터 다르다. 빨간색이 아닌 흰색의 작고 불빛이었다. 흔히 교회를 세울 때 십자가를 먼저 세우지만 형편이 안돼 십자가를 못 세웠다. 그나마 기부를 받아 흰색 십자가를 세웠다. 그 이유를 물었다.

"십자가들이 빨간색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예수의 붉은 피(보혈)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죠.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말합니다. 십자가는 저렇게 많은데 왜 세상은 더 포악해지고 예수 믿는 사람들이 왜 이 모양이냐고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조롱합니다. 그래서 형식보다는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예울마루 첫 공연 '별, 훨훨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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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7시 여수 예울마루에서 열릴 열린챔버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앞두고 마지막 리허설중인 단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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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7시 여수 예울마루에서 열린챔버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갖는다. '별, 훨훨 날다'라는 주제의 공연이다. 올해로 벌써 11회째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악기를 가르친다. 15년 전 아이들은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악기반은 3개 팀으로 구성된다. 열린키즈앙상블(초·중등학생)과 열린챔버 오케스트라(고교·대학생) 마지막 위드어스앙상블(학부모, 교사)인데 이번 연주회는 열린챔버 오케스트라다.

이곳 지역아동센타는 처음에 공부방에서 시작됐다. 지역아동센타에서 오케스트라를 단독 운영하고 있다. 2004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지역아동센타가 생겼다. 동네에 차로 아닌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에 지역아동센타를 두게 했다. 주로 한부모 가정과 조부모 가정, 장애인 가정을 비롯 생활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찾는다. 학원 다닐 형편이 못 되는 아이들은 무료로 공부도 하고 음악레슨을 통해 악기를 다루며 꿈을 키워가는 곳이다.

특히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꿈도 꾸지 못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배우는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가장 큰 희망이다. 다음날 있을 연주회를 앞두고 마지막 연습이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아동센타 옆에 여수 시민회관이 있어 연주회에 자주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무대가 친숙하다"라고 말한다.

안은지(22, 광주보건대학 식품영양학과)씨는 바이올린을 연주자다. 처음 울면서 악기를 배웠다. 음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중3 때 도쿄 오사카에서 한 여수엑스포 홍보연주를 꼽았다. 그는 "취미로만 악기를 연주하고 싶은데 전공자들 사이에서 연습하다 보니 좀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정새하늘(24, 경상대 사범대 음악교육과)씨는 아버지가 목사님이다. 어릴 적 취미로 시작한 악기가 고등학교 진로를 바꿔놨다. 바이올린을 배운 게 음악교육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정씨는 "어릴 때 멋모르고 재미로 했지만 취미일 때는 행복했는데 직업이니까 어렵다, 잘해야 되니까"라고 설명했다.

조우리(22, 전남대 예술대학 음악학과)씨의 전공은 비올라다. 조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음악을 시작했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음악은 꿈도 못 꿨는데 아동센타가 내 인생의 진로를 바꿔놨다"라고 고마워했다.

특히 황주영(21, 부산 한국해양대 합격)씨는 첼로를 잘한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해 더 좋은 학교에 합격했지만 혼자 있는 아빠를 돌봐야 하기에 해양대를 택했다. 정 목사는 "주영이가 세운 계획을 들으니 '해양대에 가서 3년간 배를 타면 군대 문제가 해결되고 3년간 준비해 해양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여수 해양수산부로 내려와서 퇴근 후 이곳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말을 듣고 너무 기특했다"라고 대견스러워했다.

"4계절 공연할 공간 마련해주는 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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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열린교회지역아동센타 공부방에 걸린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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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까지 연주를 마친 단원들이 목사님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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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연주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챔버 오케스트라 정한수 단장과 나눈 얘기다.

- 이번 연주회의 의미는?
"1년에 한 번씩 하는 정기 연주회다. 이곳에서 같이 연습했던 친구들이 타지로 대학을 간다. 대학을 가기 전에 마무리 연주를 하는 행사다. 이번에는 3명이 타지로 대학을 갔다. 2명은 음대를 졸업해 사회에 진출한다. 총 27명이 연주한다."

- 처음 어떻게 합주단을 생각했나?
"지역아동센타는 예능 체험학습을 많이 하는데 체험학습 가격이 비싸다. 비용을 많이 지출하면서 활동하다 보니 돈을 많이 들이지 않는 취미활동을 찾았다. 한 번 악기를 사면 선배부터 후배까지 물려줄 수 있어 좋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

- 악기구입은 어떻게 이뤄졌나.
"처음 악기 구입할 돈이 필요해 복지단체에 요청했지만 돈 많은 서울에서도 못하는 것을 지역에서 되겠냐며 '꿈 깨라'고 거절당했다. 사실 돈이 없어 엄두를 못 냈다. 이후 한화그룹에서 연락이 왔다. 바이올린 5개와 비올라 2개, 첼로 2개와 강사비를 지원해준 것이 도화선이 됐다.

4년 전 모든 지원이 끊겼다. 하지만 2012년 아이들이 음대를 간 후 우리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음대에 간 선배들이 후배를 가르쳤다. 이후 강사가 없어지게 될 만큼 실력이 쌓였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몇 년 전 '섬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여수 금오도, 월호도, 하와도, 개도에서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개도 선상에서 음악회를 하던 당시 주영이의 첼로 줄이 끊어졌다. 악기가 너무 오래된 탓이다. 급히 연주하던 첼로를 주영이에게 주고 내가 한쪽에서 첼로 줄을 갈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방송에 고스란히 나왔다. 방송이 나간 후 악기를 지원해 주겠다는 전화가 와서 고마웠다."

- 앞으로 꿈이 있다면?
"연주 실력을 쌓은 아이들이 분위기 좋은 바닷가에서 4계절 공연할 수 있는 작은 오케스트라 공간을 마련해 주고픈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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