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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1923, 그냥 식당은 아니네요

다문화레스토랑 운영했던 회원들이 중심이 된 협동조합 식당

  • 입력 2016.02.24 18:53
  • 수정 2016.02.29 22:04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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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결혼이주민 여성을 돕던 '수-레인보우 협동조합'회원들이 주가 되어 설립한 '여수1923'식당 모습. 1923 년에 여수항이 개항한 것을 기념해 지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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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과 식사를 하기 위해 여수시 공화동 B식당에 예약하겠다고 하자 "여수1923"으로 가자는 답장이 돌아왔다. "그게 뭔데요? 식당 이름이요?" 하고 물었더니 "여수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그것도 모르느냐"는 핀잔이 돌아왔다.

식사를 마치고 "잘 아는 곳에 가서 차나 한잔 하자"는 제안에 '여수1923' 식당 앞을 지나갈 때 지인이 "이곳이 바로 내가 가자고 말했던 곳입니다"라며 안으로 들어가 회원들께 인사를 시켜줬다. 간판을 보니 식당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카페? 찻집? 궁금해 하며 안으로 들어가니 대표부터 서빙하는 직원들은 이미 잘 아는 분들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분위기에 정갈하게 준비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여행객들 대부분이 여수를 찾은 외지인들이다. 서울, 광주 등 외지인들에게 "이곳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 "블로그를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문화결혼이주여성들 등과 함께 한 협동조합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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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식당에서 나오는 음식, 왼쪽은 여수민들이 주로 먹던 돼지고기 간장조림이 주메뉴인 동정정식, 가운데는 삼삼한 간장게장을 맛볼 수있는 여수정식, 오른쪽은 해산물돌솥밥이 주 메뉴인 서정정식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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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1923' 식당은 2010년부터 여수 지역의 다문화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다문화 레스토랑인 '리틀아시아'를 운영했던 '수-레인보우'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협동조합을 결성해 운영 중인 식당이다.

회원들 대부분은 여수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 중이며 다문화여성 가족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 여수엑스포가 열리기 전 시작했던 '리틀아시아' 식당은 운영의 한계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던 중 정태균 여수 관광두레 PD를 만나 여수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로 활동을 시작했다.

손님들 대부분이 외지인인 이유가 있다. 이곳은 여수엑스포역에서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로 게스트하우스가 밀집된 곳이다. 때문에 여수를 여행하고픈 사람들이 게스트하우스거리로 몰리고 식사시간이 되면 자연스레 주변 식당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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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벽면에는 1930년대 여수항 모습이 게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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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은 식당을 오픈하기 전에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20여 개의 식음 사업체를 운영하며 '장진우 거리'를 만들어낸 청년 창업가 장진우씨를 만나 매장 콘셉트과 메뉴개발 과정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 회원인 유남이씨가 장진우 멘토가 충고해줬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수의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특히, 여수에 남아 있는 근대화의 유산에 집중하세요. 오래된 것,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젊은 감각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이기도 하거든요. 여수항이 개항한 해가 1923년이니까 식당 이름도 '여수1923'으로 하세요."

회원들은 여수에서 맛볼 수 있었던 맛을 재현하기위해 수없이 레시피를 수정해가며 메뉴를 완성해나갔다. 그 결과 삼삼한 간장게장을 맛볼 수 있는 여수정식, 1900년 대 초 여수 주민들이 자주 해먹던 돼지고기 간장조림이 메인인 동정정식, 해산물돌솥밥과 함께 즐기는 서정정식, 색다른 향과 맛이 담긴 여수막걸리를 곁들인 섬주안상을 주 메뉴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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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여수 여행왔다는 젊은 남녀가 여수1923식당에서 세 가지 음식을 주문해 먹으면서 "맛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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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정식에는 봄동, 파래, 고시래기, 냉이, 마른새우, 멸치 등이, 서정정식에는 문어, 새우, 홍합이, 동정정식에는 삼겹살과 간장조림 등이 정갈하게 나와 여행객들의 구미를 돋운다. 때마침 서울에서 여수여행 왔다는 젊은 남녀여행객들에게 음식 소감을 들었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어요. 인터넷에서 건강한 식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6명으로 구성된 회원들은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매일 아침 시장에서 구입한 제철 재료를 활용해 건강한 밥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벽에 걸린 사진을 보면 1930년대 회갑맞이, 성묘행렬, 여수해녀들의 모습이 그대로 게시돼 입뿐만 아니라 눈까지 즐겁게 한다. "돈이 모아지면 다문화가정을 돕는 데 일조하겠다"는 유남이씨에게 아쉬운 점과 보람을 물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 데 돈이 부족해서 아쉽습니다. 음식을 드신 손님들이 너무 맛있다고 말해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여수 음식을 알린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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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3년 여수항 개항당시 모습을 배경으로 서있는 유남이(왼쪽)씨와 직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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