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여수산단 굴뚝에 치솟는 화염, 해결 방법 없나?

폐가스 소각 과정에서 발생, 주민들 불안... 4년마다 반복되지만 규제할 방법은 없어

  • 입력 2016.04.10 20:14
  • 수정 2016.04.11 16:59
  • 기자명 정병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시내에서 보이는 화염 여수 선원동 금호 아파트 앞 길에서 보이는 여수산단 화염 ⓒ 정병진

"아빠, 산단에 불이 났나봐!" "무슨 사고 난 거 아니에요? 무서워요."

4일 밤 여수 쌍봉사거리 부근 선원동 금호 아파트 앞길에서 차량을 유턴하던 중이었다. 함께 탔던 아들과 다른 학생들이 여수산업단지(아래 여수산단) 쪽에서 치솟는 불길에 놀라서 외쳤다. 집에 와서 다시 보니 산단의 불꽃은 마치 산불이라도 난 듯 소호동 안심산 자락을 벌겋게 물들였다.

소방서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연락이 많이 왔다"며 "화재가 난 건 아니고 여천NCC 회사 굴뚝의 화염인데 큰 문제는 없다"고 하였다. 여수산단은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 업체들이 들어 서 있다. 산단 근처를 지나는 길에 보면 가끔 공장 굴뚝에서 화염을 볼 수 있다. 혹시 비가 갠 뒤라 그런 화염이 더 크게 치솟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튿날 저녁, 멀리 출타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여수 율촌을 지나는데 전날처럼 산단 굴뚝에서 화염이 높이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인지 직접 확인하고자 여천NCC 공장 근처까지 가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굉장한 소음과 매캐한 냄새가 진동해 잠시도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기사 관련 사진
▲ 여수산단 화염 여수산단 여천NCC 공장 화염
ⓒ 정병진

 


6일 아침, 전남도청 대기환경과에 관련 사실을 알리고 규제할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담당 김계홍 주무관은 "무슨 일인지 여천NCC에 가서 알아보겠다"고 하였다. 그는 7일 오후, 회사를 방문해 공장 굴뚝의 화염과 소음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전화로 설명하고 세 장의 관련 자료를 보내줬다.

여천NCC 해명에 따르면 3월 9일부터 4월 7일까지 대정비 기간(셧다운)이라 플레어스텍(Flare Stac: 반응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를 소각하는 시설)을 가동하는데 그 과정에서 폐가스를 스팀에 섞어 태우느라 화염과 소음이 발생했단다. 폐가스를 스팀과 섞어 태우는 이유는 그래야 매연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은 닝겔만 비탁표(매연농도 차트)에서 매연배출허용기준이 2도 이하다. 정유공장들은 그 기준을 맞추고자 폐가스량이 많으면 스팀 공급량도 그만큼 늘리게 되고 그러면 소음도 많아진다고 한다.

여천NCC는 지난 4일 대부분 정비가 끝났고 기계의 공정을 단계적으로 살리는 과정(스타팅)에서 폐가스를 태우느라 큰 화염과 소음을 발생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비단 이 회사만이 아니라 산단의 다른 정유회사들도 법규에 따라 4년마다 한 차례씩 '대정비'를 해야 한다. 때문에 이번과 유사한 화염과 소음이 매번 반복되곤 한다.

 

▲ 플레어스텍의 화염 여수산단 여천NCC 굴뚝의 화염
ⓒ 정병진

 


김계홍 주무관에 따르면 현행 대기 환경법은 '매연'만을 규제하기에 폐가스 소각시설인 굴뚝의 화염과 소음은 어찌할 방법이 없단다. 정부는 오염물질 관리가 필요한 공장들의 굴뚝에는 고가의 오염물질 측정 센서를 부착하여 모니터링을 한다.

하지만 플레어스텍 굴뚝은 보통 온도가 700도에서 1300도를 오르내리기에 오염물질 측정 센서를 설치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폐가스를 태우는 화염이 치솟을 때 어떤 오염물질이 얼마만큼 함께 배출되는지 사실상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김 주무관은 "여천NCC에 방문해 조사하던 중에도 소음이 커 주민들의 전화가 잇따랐다"며 "회사 측에서도 주민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더라"고 전해줬다. 선진국들의 플레어스텍 규제 사례를 묻자 "거기까지는 정확히 파악해 보진 못했다"고 하였다.

"정유공장의 대정비기간이 되면 주민들이 화염에 놀라지 않도록 '사전 고지'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에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타팅할 때면 안내 현수막을 내걸어 주민들을 안심시키도록 하는 등의 행정 조치를 하도록 영상강유역 환경청에 말해 놓겠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이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대규모 정유공장들의 플레어스텍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시급해 보인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