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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머무는 시간] 세월호 2주년에...

나이만 먹는 어른

  • 입력 2016.04.16 00:00
  • 수정 2016.04.17 18:50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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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의동

나이만 먹는 어른 
                                   오 병 종
나보다 키 큰 교복 입은 중학생이
나이 든 어른이라고 출근길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난간을 부여잡느라 손가락이 골절되고
어깻쭉지 인대가 다 늘어나도록 잡다가 잡다가
암흑천지 바닷물에 그대로 가라앉은
중학생들이 친구인 교복 입은 아이가 인사를 한다

친구들은 나이 먹은 어른들이 했던 말만 믿었다
그대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한 어른들에게
유치원 가는 남매도 인사를 한다
나이 먹은 어른이라고 인사를 한다

경사진 객실 바닥 손잡을 곳이 없어
손톱이 빠지도록 쥐어뜯어 생명줄 찾으려고
방 가득 찬 바닷물을 선홍색 피로 물들이면서
고함과 외마디를 외치다 외치다
맹골수도에 잠들어버린 저 아이 오빠들은
나이 든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만 했다
아이들이 저마다 어른들에게 인사를 한다

 비상구를 향해 안간힘을 쓰며 허우적거리고
선실 바닥 어디 구멍을 찾아보려고
다시 또 다시... 수도 없이 잠수를 해보지만
해도 해도 안 되는 꿈에, 꿈에 그랬다
이건 꿈이다! 꿈일 것이다!
밑에선 물이 차오르고 위에선 선체가 몸으로 밀려오고
라이프 자켓에 띄워져 머리가 짓이겨질 것 같다
엄마를 부르짖다 폐에 물이 가득 고이고
아프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아! 꿈이 아니구나
이젠 숨을 쉴 수가 없구나

 나이 먹은 어른이라고 아이들이 내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 이순신 광장의 프래카드... 여수지역시민사회단체가 주관하는 세월호 2주기 추모행사가 16일까지  이순신광장에서 진행된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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