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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선관위, 총선 개표소에 직원 PC 설치해 논란

여수선관위, ‘행정업무용’이라 해명

  • 입력 2016.04.17 10:11
  • 수정 2017.04.01 00:02
  • 기자명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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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용PC 여수 개표소에 설치된 직원 업무용PC 탁자 ⓒ 정병진

기자는 4.13 총선 개표 당시 여수 흥국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녹색당 개표참관인으로 참관하였다. 개표가 중반을 넘어 막바지로 치닫던 14일 오전 2시경, 보고석 앞쪽에서 개표 절차에 없는 컴퓨터 탁자 하나를 발견했다. 개표소의 각 부스에는 개함부, 투표지분류기운영부, 심사집계부, 위원검열석 등 개표 절차에 따른 명칭을 쓴 표찰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그 탁자에는 아무런 표찰이 없었다. 탁자 위에 컴퓨터와 프린터기까지 설치돼 있음에도 무엇을 하는 곳인지 불분명하였다. 공직선거 개표소는 공직선거법, 공직선거관리규칙,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에 근거하여 개표 절차에 따른 부스를 설치한다. 그런데 개표관리 매뉴얼에조차 나와 있지 않은 컴퓨터 탁자가 있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미심쩍어 근처에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관리계장이 오더니 "이건 개인 컴퓨터인데 왜 찍느냐?"며 성난 반응을 보였다. "공직선거법상 개표참관인은 개표소 어디든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촬영할 수 있게 돼 있다. 왜 이걸 사진 찍지 못하게 하느냐?"고 말하자 그제야 "찍으시라"며 한 발 물러섰다.

나는 "이 컴퓨터와 프린터기는 매뉴얼에 없는 건데 무슨 용도냐?"고 물었다. 이에 관리계장은 "행정용으로 설치한 거다"라고 하였다. 중앙선관위 선거과에 연락해 "여수선관위가 개표 절차에 없는 컴퓨터와 프린터기를 개표소에 설치하였다"며 "행정용이라는데 이런 걸 설치해도 되는지" 문의해 보았다. 담당 주무관은 "그게 뭐가 문제가 되느냐? 공직선거법이나 매뉴얼에 없다고 행정용 컴퓨터도 설치 못한다면 업무를 어떻게 보느냐?"며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사 관련 사진
▲ 선관위 직원의 업무용PC 탁자 여수선관위가 개표소에 설치한 업무용PC 탁자
ⓒ 정병진

 

기자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개표참관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개표참관을 하였다. 선관위에 정보공개청구해 받은 27곳 개표소의 18대 대선 개표영상도 살펴본 바 있다. 하지만 개표소에 행정용 PC와 프린터기를 설치해 운영하는 장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선관위는 개표소의 보고석에 '보고용 PC'를 설치해 운영한다. 이 '보고용 PC'는 투표지분류기에 딸린 노트북 형태의 '제어용PC'를 제외하면 선관위가 개표소에 설치하는 유일한 컴퓨터이다.

사실 '보고용 PC'의 경우도 공직선거법이나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나오지 않기에 논란의 여지는 있다. 다만 이 PC는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과 매뉴얼에 명시된 '행정용 PC'이고 선관위가 오래전부터 써오던 컴퓨터라 어느 정도 양해가 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선관위 직원 개인의 '행정용 PC'라면 이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선거사무에 필요한 문서 작성과 출력은 선관위 사무실에서 미리 준비해야하고 개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면 '보고용 PC'를 이용하면 될 일이다. 굳이 선관위 직원 개인PC를 개표소에 설치하여 불필요한 의혹을 살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해당 컴퓨터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지, 무선 인터넷으로 작동하지는 않는지 등 참관인들이 어떠한 검증도 한 바 없다. 그런데도 '행정용 PC'라며 함부로 설치한다면 선관위가 개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동안 선관위는 제어용PC의 명령으로 작동하는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 사용 문제로 매 선거 때마다 쟁송에 휘말린 바 있다. 또한 투표지분류기 사용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아직 말끔히 해소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여수선관위가 개표 절차에 없는 선관위 직원의 업무용PC를 개표소에 설치해 개표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 헤아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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