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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타지마할, 누구의 무덤인가 했더니...

  • 입력 2012.05.03 11:44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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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모습. 관광객이 수천명은 넘을 것 같은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 오문수

아그라
 


[생명누리공동체 인디고여행학교 인도여행기18] 화려함 속의 빛과 그림자

인도 명물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는 인도 마지막 봉건왕조였던 무굴제국의 수도이다. 약 2백년간 인도대륙을 호령하던 고도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가 있기 때문에 인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코스 중 하나이다. 인도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유적지 중 하나인 타지마할은 무굴 제국의 5대 황제였던 샤 자한(Shah Jahan)의 아내 뭄따즈마할의 무덤이다.

지혜와 총명함으로 사랑을 받던 부인이 출산 도중 세상을 떠나자 황제는 사상 유례가 없는 화려한 무덤을 건설해 그녀에게 바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632년에 시작된 공사는 22년 만에 완공됐다. 총 공사비만 4백만 루피(약 720억 원). 동원된 연인원은 20만 명에 1000마리의 코끼리가 동원됐다.

야무나 강변에 세워진 타지마할은 동서 300m, 남북 560m의 넓은 대지 위에 세워져 있다. 건물 앞에는 짜르 박(Char Bagh)형식의 이슬람 정원이 있다. 이 정원은 이슬람의 낙원사상을 담고 있다. 타지마할은 뭄따즈의 무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의 심판이후 그녀가 다시 돌아와 누릴 낙원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타지마할 뒤편에 흐르는 야무나 강 모습이 보인다
ⓒ 오문수

아그라
 







타지마할 중앙돔 입구 벽에 붙어있는 대리석 모습이다. 대리석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무늬를 새겼다
ⓒ 오문수

아그라
 


학창시절 책에서 타지마할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중앙연못에 건물 그림자가 비치는 그림 같은 모습에 반한다. 아! 어떻게 저렇게 예쁜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 도대체 죽은 황후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이렇게도 아름다운 무덤에 묻힐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며 한 번쯤 가보겠다는 꿈을 꿨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엄청나게 이곳을 찾는다. 한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시내 곳곳에 맛있는 김치와 라면을 판다는 한글 안내판이 붙어있다.


찾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일까. 간신히 게스트하우스를 잡았지만 시설은 엉망이다. 변기에 앉아서 일을 볼 좌대도 없고 창문도 바람이 슝슝 들어오는 데 카운터에 얘기하니 싫으면 다른 게스트하우스로 가란다.

스무 명이 넘는 일행을 데리고 어디로 가란 말인가. 이것도 감지덕지지. 잠잘 곳이나 있어서 다행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그라를 찾은 한국 학생 두 명은 잠잘 곳이 없어서 아그라역 대합실에서 잠자고 있었다. 부산대학교 3학년에 다닌다는 두 학생은 군대를 갔다와 복학하기 전에 아르바이트로 여행경비를 마련해 40일간의 인도여행을 나섰다고 한다.
정용 학생은 "처음 델리에 도착했을 때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개고생하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지만, 델리와 바라나시를 거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복잡함 속에서도 그들만의 규칙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편해졌고 금방 적응 되었습니다"고 말했다. 동행한 김형규 학생의 얘기다.






아그라역에서 만난 부산대학교 학생들. 아그라에는 숙소가 없어 그날밤 대합실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타지마할을 방문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김형규, 정용
ⓒ 오문수

아그라
 


"인도를 방문하게 된 계기는 우리나라와 다른 세상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 알아 보고,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습니다. 40일을 거의 다 돌아본 소감은 다양한 삶의 모습과, 종교, 문화 등을 체험하였고, 그 다양성을 한 나라에서 볼 수 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또한 엄청난 빈부격차와 환경오염의 정도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이었어요. 귀국할 때가 되어 가는 지금 평소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사소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으며, 돌아가면 나태해진 나의 삶을 바로잡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타지마할을 방문하기로 계획한 날에 하필이면 태국에서 높은 분이 방문했다고 하며 모든 관광객과 일반인 출입을 금지시켰다. 하는 수 없다 내일 방문하는 수밖에.

학생들과 아그라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골목길을 따라 시장 구경을 하며 돌아다니니 소들과 떠돌이 개들 천지다. 게다가 하수구는 정비되지 않고 길옆 도랑으로 흐르는 하수구에서는 역한 냄새가 난다. 학생들은 코를 막기도 한다. 거지들은 수시로 손을 내밀며 구걸한다. 방문 당시가 겨울이라 그렇지 뜨거운 여름이면 수인성 전염병이 돌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감탄사를 발하게 한 타지마할

드디어 타지마할을 방문하는 날이다. 입장권을 판매하는 매표소 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여러 줄로 서있는 줄을 비집고 들어가니 외국인은 별도로 줄을 서 빨리 들어간다. 알고 보니 외국인들은 인도인들에 비해 몇 배나 되는 요금을 부담했다.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거리에 나선 낙타모습
ⓒ 오문수

아그라
 


입구에는 기관총을 장착한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몸수색이 엄중하다. 중앙돔이 보이는 문을 들어서니 정말 사진에서만 보았던 우아한 중앙돔이 나온다. 본당 건물의 높이는 약 65m, 거대한 중앙 돔을 사이에 두고 4개의 작은 돔이 있고 기단의 네 끝에는 각각 미나레트라고 부르는 첨탑이 자리하고 있다. 가까이서 본 미나레트만봐도 예술작품이니 본당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타지마할의 핵심은 완벽한 대칭, 돔과 아치가 보여주는 곡선미, 그리고 대리석 장식인 피에트라 두라를 꼽을 수 있다. 피에트라 두라는 대리석에 꽃 등의 문양을 판 뒤, 그 홈에 각각 다른 색의 돌이나 준보석을 박아 넣는 기법이다. 타지마할 내외벽을 싸고 있는 대부분의 문양들은 식물과 꽃이다. 이슬람교 특성상 움직이는 동물이나 신상들은 모두 우상으로 취급되어 금지되기 때문이다.

화려함 속의 빛과 그림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지만 실내도 아닌 실외에서도 맨발로 가든지 아니면 덧신을 신고 구경하도록 하는 곳은 이곳이 처음이다. 외국인에게 엄청나게 비싼 입장료와 덧신 사용료.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온다면 건설비로 들어간 본전은 뽑지 않았을까?

중앙돔을 나와 뒤로 돌아가니 야무나 강이 흐른다. 강에서 배를 타고 타지마할을 바라보는 것도 아름답다는 데 그럴 여유가 없다. 돌아 나오는 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자리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거리를 활보하는 물소들. 인도에서는 소들이 사람과 같이 산다는 느낌이다
ⓒ 오문수

아그라
 


정원 가운데 우뚝 솟은 네모난 대리석 기단 위는 서로 먼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신경전을 벌이기까지 한다. 알고 보니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타지마할을 방문했을 때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타지마할 구경을 끝내고 숙소로 나오는 길. 예의 지저분하고 정말 못사는 사람들과 거지들이 구걸을 한다. 온 세상 사람들이 한 번쯤 구경하고 싶어하는 화려한 빛 뒤에는 이렇게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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