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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용기공원, 가보니 참 좋습니다

  • 입력 2012.05.15 10:48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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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공원은 여수시-시민단체간 거버넌스를 보여주는 사례

날씨가 참 좋던 지난 5월 5일. 용기공원에 올랐다. 신록의 푸르름과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숲속으로 예쁜 산책로가 나있고 정상에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정자가 아담하게 세워져 있다. 정자에는 노부부가 앉아 쉬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앉아 쉬고 있던 강준식(72)씨에게 용기공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용기공원 주변에 얽힌 설화, 지난해 용기공원이 사라질 뻔한 이야기 등등. 설명이 끝나고 강준식씨의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여러 시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

여수시청 청사 뒤편 1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용기공원(여수시 학동 357번지·면적 5만8148㎡) 공원에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우거져 있다.

용기공원에 이런 역사적 배경이?



높이 50미터 쯤 되는 정상에서 남쪽 바다를 바라보면 500미터 건너편에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건조하고 정박했던 굴강과 임진왜란 당시 무기를 제작했던 풀뭇간, 세검정이 있다. 서쪽으로 1km쯤 떨어진 안심산 아래에는 고려가요 <동동>의 유래가 됐던 장성(당시 장생포) 마을이 있다.

고려 말, 왜구가 남해안을 자주 침범하면서 장생포마을을 유린할 때 유탁 장군이 왜구를 물리치고 ‘둥둥둥‘ 승전고를 울렸던 장성마을. ‘승전한 유탁 장군은 용기공원 정상에 남쪽바다를 바라보고 만월정을 지었다‘는 옛 기록이 있다.

2010년 11월 중순. 여수시 집행부는 여수시의회 본회의(129회)에 여수시 주차장 예산안 48억 원을 상정했다. 여수박람회를 대비해 용기공원을 없애고, 주차장을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원활한 교통소통, 박람회장과 연계한 환승 주차장을 마련하고 여수시청 주변의 주차난을 해소한다는 목적이었다.

용기공원을 지키기 위한 시민단체의 싸움


기존 1청사 노면 주차장, 교통종합관리센터가 있는 문예회관 주차장, 용기공원 주차장 등 무려 10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주차장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강력히 반대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대안 마련에 나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자가용 중심의 도로 정책보다는 극심한 불법 주정차와 2중 주차를 단속하고, 자전거 이용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 버스우선 통행을 위한 저탄소 중심의 도심 교통체계를 구축하라고 주문했다.

시의회의 예산안 통과. 여수시 집행부의 강력한 추진의지에 시민단체는 지역 국회의원에게 공개질의서 보내기, 1인시위, 용기공원 보존 시민 봄소풍 대회 등을 열며 맞불을 놓고 반대 여론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봄소풍 대회에 나선 시민단체는 숲체험, 나무에 이름표 달기, 보물찾기, 소나무 둘레 알아맞히기 등의 행사를 하며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시민단체들은 여수시의회 본회의 통과와 추경예산안 통과 등에도 굴하지 않고, 15회에 걸친 성명 발표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시민단체와 여수시 집행부와의 기나긴 싸움은 시장과 시민단체 대표와 면담(2011년 8월 24일)을 거치면서 중단되는 듯했다. 하지만, 여수시가 ‘용기공원 조성사업 전면 중단 아니다‘라는 보도자료(2011년 8월 30일)를 발표해 시정에 대해 극심한 불신을 갖게 했다.

도심 중앙에 차 2300대가 주차돼 있다면...



설왕설래하던 용기공원 주차장 사업은 여수시가 ‘용기공원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2011년 9월 26일)를 내면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지었다. 이후 5월 1일, 멋진 공원으로 다시 탄생했다. 그것도 시민단체가 3회나 더 성명과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나서다.

용기공원은 아름다운 남해바다와 선소, 장성마을을 굽어보며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용기공원을 끼고 있는 시립 테니스장에서는 시민들이 운동을 즐기고, 산책로를 걷는 시민들은 새소리를 들으며 삶을 향유하고 있다. 만약 그때 주차장이 건설돼 도심 한 가운데 2300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면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했을까.

3년에 걸친 시민단체와 시의회 및 집행부의 줄다리기는 상호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아름다운 결말을 맺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와 환경이 보존돼 안락한 삶이 유지되는 소통의 의미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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