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김일성 부자도 인정한 절창... 여수에 울려퍼져

  • 입력 2012.05.15 17:47
  • 기자명 박태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수박람회를 찾은 재일교포 여성 성악가 임옥순씨

"김일성 주석이 예쁘다고 칭찬해주셨고, 김정일은 ‘소프라노 제일이야‘라며 와인을 함께 마시며 4시간 반 동안 같이 얘기했어요."

12일 여수박람회 개막에 맞춰 박람회장을 찾은 재일교포 모국방문단으로 참석한 임옥순(45세)씨의 얘기다. 임씨의 할아버지 고향은 전남 무안이다. 하지만 일제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녀는 일본 사이타마현 오미야에서 조총련계 초중고교를 다니던 중 우연히 조총련에서 운영하는 ‘금강산가극단‘에 뽑혔다. 그녀가 중학교 때부터 ‘전국조총련학생예술경연대회‘에서 연속으로 성악부문 1등을 했기 때문이었다.


17세 때부터 일본 전국을 돌며 공연을 했고 북한에도 초대를 받아 27번이나 방문했다. 남한에는 10번 정도 방문했고 주로 통일교 문선명 총재 앞에서 공연을 했다. 그녀에게 여수박람회를 본 소감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말했다.

"여수박람회요? 정말 훌륭해요.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특히 저는 전라도 출신이라 더 자랑스럽죠."

주위에서는 노래 실력이 프로 이상이라며 노래 한 번 시켜보라고 하지만 장소가 식당인지라 나중에 듣기로 하고 남북을 오가며 남북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정색을 한 그녀는 "반드시 통일해야지요"하며 자신이 민단과 조총련 앞에서 꼭 부른다는 노래 가사를 보여줬다. 싱글벙글 웃기만 하던 그녀의 얼굴이 굳어지며 꽉 다문 입에서 그녀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노래는 저녁 만찬에서 듣기로 하고 그녀가 보여준 노랫말을 봤다. 그녀의 노래 제목은 <임진강>이다.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 / 물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네 /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 강 건너 갈밭에선 갈새만 슬피울고 / 메마른 들판에선 풀뿌리를 캐건만 / 협동벌 이삭마다 물결우에 춤추니 / 임진강 흐름을 가르지는 못하리라

"한 장 복사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하자 "그냥 가지라"고 허락하던 그녀는 조총련 대학생이 작사했다는 노래 가사를 한 장 더 전해주며 "이 노래는 지금도 재일교포들 사이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라고 설명한다.


내가 태어난 때부터 사랑하는 조국은 둘이였네 / 슬픈 역사가 이 땅을 갈라도 마음은 서로 찾았네 불렀네 / 볼을 비빌까 껴안을까 꿈결에 설레만 가는 우리 / 처음 보아도 낯익은 얼굴아 가슴에 맺힌 이 아픔 다 녹이자 // 어린 꿈속에 그려본 사랑하는 조국은 하나였네 / 오랜 세월에 목이 다 말라도 우리는 서로 눈물로 적셨네 / 볼을 비빌까 껴안을까 반가와 이야기 나눈 우리 / 처음 보아도 낯익은 얼굴아 이 땅에 스민 이 눈물 다 말리자 (후렴) 함께 춤추자. 함께 춤추자 / 이 기쁨을 누구에게 보일가 / 이 노래를 이춤을 희망을 내일의 우리들에게 // 하나로 되자 하나로 되자 / 이 기쁨을 누구에게 전할까 / 이 노래를 이춤을 희망을 내일의 우리들에게

"할아버지가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조선 사람은 일본에서 나가라‘는 모욕을 당하며 살았어요. 저는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노래를 하며 조총련이든 민단이든 상관 않고 꼭 남북통일 하자고 애기한 후 이 노래를 부릅니다."

아들은 단소 부문에서 금강산가극단에 들어가 노래를 하고 딸도 음향을 전공하며 가극단에 들어갔다는 그녀. 정말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 알고 싶어 저녁 만찬에 참석했다. 그녀 차례가 되자 예의 <임진강> 얘기를 꺼낸 그녀는 미닫이문을 열어 두 방을 합친 중간에 서서 "여기가 남한과 북한 사이에 있는 임진강"이란 얘기를 꺼내며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를 들으며 지그시 눈을 감았던 사람들이 노래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고 ‘앙코르‘를 외쳤다. 얼마나 크게 불렀을까. 옆방에서 밥 먹던 사람들이 고개를 내민다. 감동했을까? 시끄러웠을까?

그녀의 노래에는 통일에 대한 절절함이 묻어났다. 통일된 조국이, 힘 있는 조국이 있다면 그들도 어깨에 힘주고 살았을 텐데…. 노래를 끝낸 그녀가 ‘임진강‘으로 지목했던 문지방을 넘는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