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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생님은 락 가수예요”

  • 입력 2012.05.16 10:22
  • 기자명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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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박람회 성공 우리가 만든다-1] 락 그룹 해인

15년 지역민의 염원이었던 여수박람회가 개막하면서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박람회장 안에서는 하루 80여회의 크고 작은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박람회장 곳곳이 거대한 공연장이 되고 있는 셈.

여수시도 박람회 기간 시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공연을 준비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민오디션을 거쳐 시민참여공연단이 운영되고 있다. 모두가 박람회 성공 바람을 담아 혼신의 힘을 다 쏟아 붓고 있다.

‘여수넷통’은 박람회 성공을 만드는 지역민들의 모습을 연재할 계획이다. 그 첫 번째로 오는 15일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락 그룹 해인을 만났다.
15일 오전, 락 가수 만나러 여수 진성여자고등학교로 향합니다. 공교롭게도 스승의 날이네요. 체육관에서 여고생들이 행사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나무가 울창한 교정은 싱그러움 그 자체입니다.
선생님이 해드뱅잉하면 어떤 모습일까요? ‘락 가수 선생님’이란 말, 참 특이하네요. 가끔 락 공연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봤지요. 현란한 조명 아래 뇌가 흔들릴 정도로 머리 휘저으며 괴성을 지르는 가수가 있습니다. 그 아래 팔을 쭉 뻗어 흔들며 열광하는 관중들이 있죠.
락 음악은 그런 분위기에서 보고 들어야 제 맛이겠죠? 서울 홍대 근처에 가면 어느 때고 볼 수 있는 공연입니다. 아쉽게도 전남 여수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광경이죠. 여수에 락 그룹이 있을까요? 다행이 그를 찾았습니다. 시원한 가사와 소리로 타는 목마름 씻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다 그는 락 가수가 됐을까요?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저 멀리서 한 덩치(?) 하는 사람이 걸어온다. 낌새를 보니, 약속한 사람인 듯 한데 생김새가 기대와 영 다릅니다. 락 가수 김경호처럼 긴 생머리를 흩날리며 나타나리라 예상했는데 단정한 모양새네요.
생각해보니 여학교에서 남자선생님이 긴 생머리를 하고 다닐 수는 없겠지요.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장소를 찾았습니다. 운치 있게 교정에 있는 벤치에 앉았습니다. 벌써 모기가 싸돌아다닙니다. 덕분에 이야기 듣는 중간 손톱에 날을 세워 피부를 긁어댔습니다. 장소를 잘못 골랐을까요?


음악, 학교 오기 꺼리는 친구들 불러들이는 좋은 매개체
여수 락 밴드 ‘해인(海人)’을 이끌고 있는 이정훈 선생님입니다. 그에게 하얀 분필을 던지고 전기기타 둘러맨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모임을 결성한지 9년째랍니다. 밴드 이끌고 있는 사람은 뜻밖에도 여고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네요. 음악선생님이냐고요? 아닙니다. 사회과목을 가르칩니다.
- 밴드 이름이 ‘해인’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여수사람이란 뜻이죠. 달리 말하면 ‘바닷가 사람들’이라는 말도 되겠네요. 조금 밋밋한 느낌이 드나요? 바닷가에 살면서 노래하니 맞는 표현이죠. 딱히 떠오르는 이름도 없어서 평범하게 붙였습니다.
- 언제 만들었나요?
올해로 9년째 되네요. 2003년 11월에 여섯 명이 모여서 시작했습니다. 여수는 관광도시라고 말하지만 공연문화가 많지 않아요.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 즐거움도 크지만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공연도 볼거리로 참 좋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도시 여수는 음악공연의 불모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죠. 그래서 포크와 락을 통해 음악문화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려고 모였습니다.
- 구성원은 모두 선생님인가요?
각자 직장이 있습니다. 사업가부터 공무원까지 직업도 다양하죠. 각양각색인데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음악을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락 음악은 사람을 묘하게 중독 시키는 마력이 있어요. 음악에 미쳤으니까 직장 있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두 번 모여서 연습을 하죠. 그렇지 않으면 바쁜 일상에서 시간 낼 수 있겠어요? 어림없지요.
- 15일 열리는 공연 소개를 부탁합니다.
여수세계박람회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공연은 1시간입니다. 콘서트 수준이죠. 11곡을 부르는데 부족할지도 몰라요. 한 곡당 5분씩 잡았습니다. 곧 여름이 다가오니까 ‘여행을 떠나요’를 시작 곡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너 좋아’, ‘일어나’, ‘달의 몰락’, ‘하늘을 달리다’, ‘호텔캘리포니아’ 등을 부를 겁니다. 아직 아마추어지만 곧 음반을 낼 겁니다. 밴드 실력이 괜찮아요. 정태춘씨와 호흡도 맞춰봤으니 실력은 공인된 거죠?
- 언제부터 음악을 시작했나요?
중 2때 처음 기타를 잡았습니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녔는데 경쟁이 안 되겠더라고요. 무지 잘 치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살짝 베이스기타로 바꿨습니다. 틈새를 노린 거죠. 부모님께 혼도 많이 났습니다. 날라리 된다고요. 지금은 별다른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음악은 공부 싫어서 학교 오기 꺼리는 친구들을 불러들이는 좋은 매개체가 됩니다. 그래서 학교에도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교육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입니다. 해인 공연할 때 이 친구들도 무대에 올려 볼 생각입니다.
-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서울은 길거리에 공연이 참 많아요. 지나가던 사람들도 음악소리가 들리면 모여들죠. 금방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흥을 나눕니다. 여수는 그런 문화가 부족해요. 여수 여서동 송원백화점 뒤쪽에 작은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서 공연하면 좋겠어요. 시민들도 부담 없이 오가면서 듣도록 말이죠. 거리 공연이 많아지면 사람들도 자연스레 적응 할 겁니다. 다양한 거리 공연이 많아져야 삶이 풍성해집니다. 시민들도 시끄럽게 생각 말고 공연 문화를 맘껏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작은 소공연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관객이 80명쯤 앉을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곳에서 신나게 공연하는 겁니다. 여수는 공연할 장소가 턱없이 부족 하니까요. 저라도 그런 곳을 만들어 재밌게 놀아야죠. 흥이 나야 모든 일이 잘 됩니다. 여수가 음악을 통해서 락(樂)하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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