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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틈타 너도나도 발전소 건설 추진

  • 입력 2012.05.16 13:43
  • 기자명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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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여수세계박람회가 개막했습니다. 박람회 주제는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입니다.

아시겠지만 여수세계박람회장 가까운 곳엔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가 있습니다. 광양만을 끼고 많은 회사들이 늘어서 있죠. 그런데 그곳에 발전소가 여럿 들어선다고 합니다.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여수세계박람회 주제와 엇박자라 걱정입니다.

세계박람회 열리는 여수, ‘발전소 풍년‘입니다

H회사는 여수산단 인근 단지포에 2조 원을 들여 1000메가와트 발전소를 짓겠답니다. 지금은 인근 마을을 돌며 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습니다.

단지포에서 좀 더 옆으로 간 곳에도 한국동서발전㈜과 GS칼텍스㈜ 모회사인 GS에너지㈜가 손잡고 화력발전소를 짓는다고 합니다. 호남화력발전소 인근의 공유수면 44만6870m²를 매립해서요. 현재 두 회사는 공유수면 매립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죠.

어떤 사람들은 왜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때에 일을 추진하느냐고, 사람들 이목이 딴 곳에 쏠린 틈을 타서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거 아니냐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GS에너지㈜와 한국동서발전㈜은 지난해 따로따로 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냈다가 정부로부터 퇴짜를 맞았습니다. ‘동병상련‘의 두 회사가 손을 잡은 거지요.

여수산단으로 눈길을 돌려도 매한가지입니다. ‘집단에너지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남해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 각각 열병합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여수산단에는 이미 12개의 열병합발전소가 있습니다. 그래도 열과 전기가 부족하답니다.

여수를 벗어나 볼까요? 포스코건설㈜은 고흥에 7조 원을 들여서 4000메가와트 발전소를 짓겠답니다. 필요한 땅은 약 330만m²입니다. 참 넓습니다. 여수산단 건너편인 남해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동서발전㈜이 서면 정포리 일원에 4000메가와트 발전소를 세울 예정입니다. 그야말로 남해안이 ‘발전소 풍년‘입니다.

반면 다행스런(?) 일도 있네요. 최근 해남군의회는 MPC 코리아 홀딩스의 발전소 건설 계획을 부결시켰습니다. 이 회사는 전남 해남군 화원면 후산리 일원에 7조6000억 원을 들여 5000메가와트 발전소를 지을 예정이었죠. 결국, 군의회가 거부해 건설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더러운 에너지원 vs. 친환경 그린 발전소

최상덕 전남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5월에 열린 한 화력발전소 관련 토론회에서 "2000메가와트 화력발전소가 세워지면 아황산가스는 109.3% 증가하고 온실가스는 18.9%에서 48.3%로 늘어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발전소 신설 등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해 만의 면적 및 환경용량의 축소, 육상오염원의 증가 등으로 해양환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문갑태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여수산단은 인체에 치명적인 맹독성 물질을 내뿜는 탓에 이른바 ‘죽음의 땅‘으로 학계에 보고된 곳"이라며 이런 지역에 "고독성 수은을 방출하는 화력발전소 건설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문 사무국장은 "석탄은 가장 ‘더러운‘ 에너지원으로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의 1/3을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기업들은 ‘친환경 그린 발전소‘라고 말합니다. 환경피해를 최소화한 공법을 쓸 거랍니다. H회사 관계자는 "석탄을 태우고 남은 회(灰) 처리장이 없는 발전소를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역부두에서 발전소까지 전 구간을 ‘밀폐형 컨베이어‘로 만들어 석탄가루도 날리지 않을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대기오염은 저감시키고 효율은 높여 이산화탄소를 낮추겠다고도 했습니다. 특히 수온 상승을 낳을 수 있는 냉각수는 수온이 낮은 깊은 바닷물을 파이프로 연결해 사용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랍니다.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발전소를 세우면 지자체 재정수입이 늘어난다고요. 지역지원 사업비로 792억 원이 들어오고 지방세수는 3511억 원이 걷힌답니다. 고흥에 화력발전소를 세운다는 포스코건설은 3525억 원의 지자체 재정수입이 들어오고 연인원 432만 명을 고용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아예 눌러 사는 사람은 1400명이나 되고요. 너무 달콤한 이야기입니다.

경기도 어려운데 왜 기업들이 너도나도 발전소 사업에 뛰어드는 걸까요.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전력수요 급증" 때문이랍니다. 여기에 건설 경기 침체로 건설업체들이 플랜트사업(발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혹자는 발전사업이 민영화될 때를 대비해 사업을 선점한다고도 합니다.

‘기후보호국제시범도시‘ 여수, 걱정입니다

누구 말이 맞든 여수산단을 품고 있는 광양만은 자정 능력을 넘은 지 오랩니다. 부디, 여수세계박람회가 성공리에 마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 구현은 요원한 듯합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보다 30%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또 여수시는 박람회를 맞아 ‘기후보호국제시범도시‘를 선언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서는 석탄을 때는 발전소를 열심히 짓겠답니다. 지속가능한 삶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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