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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들어오겠다‘는 아내의 괘씸한 문자

  • 입력 2012.05.21 12:01
  • 기자명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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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여수엑스포 자원봉사자로 나섰습니다

"여보, 자고와도 되죠?"

헉, 숨이 막혔습니다. 아내는 3일 내내 외박하겠다는 말을 계속 흘렸습니다. 아내의 간청(?)을 ‘쿨‘하게 허락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야박하게 "안 돼"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삶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아내의 요구는 도무지 ‘주부적‘ 발상이 아니었습니다. 생명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져야 한다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아내가 야속(?)했습니다.

아내의 외박 타령은 한 측면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오늘 아침부터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자원봉사를 할 예정입니다. 자신은 자원봉사자를 이끌 리더이기에 자기 파트의 젊은이들과 서로 잘 어울려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저도 8일간 여수 엑스포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자원봉사를 마친 뒤라 리더의 역할을 알기에 묵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쉽게 허락할 수 없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과 어울리다 늦게라도 집에 오면 될 걸 굳이 엑스포 타운에서 자고 온다는 게 말이 됩니까?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아내에게 어제 오후 마지막 최후 통첩성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 아이들 먹을 반찬이랑 다 챙겨놨으니까, 아이들 잘 보살펴요. 난 오늘 밤 자고 내일 들어가요."

"왜? 반찬 챙기면 다야? 외박은 안 돼. 집에 와서 자."

"왜 그래요. 내일 봐요."

헐. 코가 두 개라서 숨을 쉬고 있지 하나였다면 숨이 턱 막혔을 겁니다. 어제 밤 자원봉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잘하고 있는 겨. 돈도 하나도 안주고 자기만 잘 놀고 있구먼. 잘하고 오시게나 ㅋㅋ"

아내의 답신이 직통으로 왔습니다. 남편의 호통(?)이 겁났나 봅니다. 믿거나 말거나~.

"당신 서랍장에 2만 원 그 옆 내 서랍에 아이들 5천원씩 들어 있어요. 김치도 넉넉하게 어젯밤 하던 직무연수 ㅋㅋ 밤새 공부해야 해요."

"많이도 넣어놨네. 알았삼."

"그것도 어딘데 지금 투정하는 거예요? 아이고 다리 아파라."

"투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제 자려고 잘 자게나."

아내 없이 혼자 자는 침대가 원래 그렇게 넓은지 새삼 느꼈습니다. 아내 없이 혼자 덩그러니 자는 침대가 왜 그렇게 썰렁한지, 한참을 뒤척였습니다. 부부란 있으면 그렇고, 없으면 허전한 그런 관계인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아내는 신랑 버린 괘씸죄에 해당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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