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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큰일 낸 꼬맹이들... 어쩌다가?

  • 입력 2012.06.07 20:11
  • 기자명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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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덕분에 대회 출전... 결과는 ‘전국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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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초등부 축구 우승을 했습니다.

“결승은 인천 남동초등학교와 붙었어요. 3대 1로 이겼는데 실은 준결승이 피 말렸죠. 경기 신곡초등학교와 겨뤘는데 0대 0으로 비겼어요. 승부차기 끝에 6대 5로 이겨 어렵게 결승에 진출했습니다.”(미평초등학교 교장 최원배)

지난 5월 28일, 전남 여수 미평초등학교가 제41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남자 초등부 축구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경기도 파주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인천 남동초등학교를 3대 1로 누르고 결승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렸죠. 전남 대표로 출전해 우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랍니다.

기쁜 일입니다. 요즘 엘리트체육에 대한 말이 많지요?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한 논란 잠시 접어두렵니다. 시골 초등학교 꼬맹이들이 온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를 즐겁게 축하해 주고 싶거든요. 이번 우승의 밑거름은 지난해에 졸업한 선배들입니다.

지난해, 6학년이던 선배들은 전라남도 대표 선발전에서 쟁쟁한 후보들 물리치고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그 출전권 가지고 올해 6학년이 된 후배들이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겁니다. 선후배가 힘 모아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걸작을 만들었습니다.

박지성을 닮고 싶냐고요? ‘푸욜‘이 좋아요



지난 4일 오후, 여수 미평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수업이 끝난 학교는 발걸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릴 정도로 한가합니다. 초록색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에 가까이 갔습니다. 그곳은 조용한 학교와 반대로 꼬맹이들의 거친 숨소리가 가득합니다.

축구부 학생들이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공을 보며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데 나름대로 약속된 방향으로 뛰어갑니다. 키는 작지만 모두 다부진 몸을 가졌습니다. 햇볕에 탄 얼굴 사이로 굵은 땀이 흐릅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한 사람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군요. 전국대회 우승팀다운 부지런함입니다.

공이 제 발아래 없는데도 모두들 열심입니다. 코치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이번 대회 최우수 선수를 만났습니다. 6학년 김민혁 학생입니다. 축구는 4학년 3월부터 시작했답니다. 물론, 운동을 하면서 학교 성적은 조금 떨어졌고요. 하지만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축구가 왜 좋은지 물었습니다. 김민혁 학생은 "뛰어다니면서 공차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또, "공차기 전에는 매일 집에서 게임만 했는데 지금은 안 한다"고 합니다. 김민혁 학생의 부모님은 전국대회 우승 선물로 무엇을 줬을까요? 돌아온 답은 "축구화 2켤레". 김민혁 학생은 즐거워합니다.

닮고 싶은 선수는 박지성 아니냐고 살짝 넘겨짚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NO"였습니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의 주장인 ‘푸욜‘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그 선수가 좋은 이유가 뭐냐 물었죠. "주장으로 팀을 이끄는 게 멋지고 무엇보다 공을 끈질기게 놓지 않으려는 태도를 닮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전국대회 우승... 값진 결과에 대한 답은? "운이 좋았다"



직접 운동을 하니 좋아 하는 선수 고르는 기준도 구체적이었습니다. 이런 기특한(?) 아이들을 길러낸 사람은 누구일까요. 박광남(50) 축구부 감독을 만났습니다. 크지 않은 키에 검게 탄 얼굴이 인상적입니다.

그는 여수 서초등학교와 구봉중학교 그리고 광주 금호고등학교를 거쳐 건국대학교에서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줄곧 미드필더를 맡았는데 대학에서 입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게 됐답니다. 그후, 다른 지역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다 2009년 고향인 여수에 내려와 축구부를 맡게 됐답니다.

그가 축구부를 맡을 때는 여수 미평초등학교 축구부는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축구부를 없애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그는 어려운 때에 감독을 맡았습니다. 그는 묵묵히 아이들을 모으고 훈련했죠. 그리고 보란 듯이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까지 이뤘습니다. 그 점이 대단해 칭찬을 보냈더니 정작 박 감독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더군요.

그가 축구부 이끌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뭘까요? 그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컸다"고 말합니다. ‘운동하면 돈 많이 든다‘는 뜬소문 때문에 좋은 아이들 모으는데 어려움이 많답니다.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들을 봤다가 부모에게 연락하면 대부분 돈 걱정부터 한답니다.

실은 방과 후 과외 보내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답니다. 또 한 가지는 요즘 부모들은 운동시키기를 꺼려한다는 것입니다 운동 하다 중간에 그만두면 이도저도 아닌 일이 되는 걸 걱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평초등학교 축구부도 5학년이 네 명뿐이고 4학년은 다섯 명 그리고 3학년은 달랑 2명뿐입니다. 전국대회 우승의 전통을 이어가기에는 부족한 인원이죠.

공차는 소리 울려 퍼지길... 단, ‘뻥 축구‘는 사양!


당연히 이번 대회에서 가장 힘들었던 경기가 어떤 경기였는지 궁금했습니다. 남들은 대부분 승부차기까지 갔던 준결승을 꼽는데 박 감독은 8강에서 만난 울산 삼호초등학교가 버거운 상대로 기억된답니다. 4대 3으로 이겼는데, 점수가 말해주듯 치열한 경기였답니다. 아이들 부상도 많았고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뭔지 물었습니다. 그는 "주변 분들이 조금만 관심을 보여 달라"고 말합니다. 덧붙여, "여수에 좋은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을 발굴해서 잘 훈련시키면 순천 중앙초등학교 출신 기성용 선수 같은 축구인도 나온다"고 강조합니다.

초등학교 꼬맹이들이 전국대회에서 덜컥 우승을 했습니다. 이들이 여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한 겨울에 다른 곳은 눈 오는데 여수는 온화한 날씨 덕분에 눈 구경이 힘듭니다. 각종 스포츠 전지 훈련장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여수가 각종 경기 치러지느라 사람들로 북적대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역도 활기가 넘치겠죠. 꼬맹이들 활약으로 여수가 생기 있는 도시로 변학 것 같습니다. 곳곳에서 공차는 소리가 울려 퍼지겠네요. 단, ‘뻥 축구‘는 사양합니다. 정치에도 ‘뻥‘이 심한데 이곳까지 ‘뻥, 뻥‘거리면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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