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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산단 누출사고, 한국실리콘의 변명

  • 입력 2012.06.09 08:50
  • 기자명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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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리콘이 사고 발생 원인으로 추정하는 ISO탱크(컨테이너형 탱크)를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사고 원인 파악에 중요한 단서가 현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중요한 증거물이 왜 사라졌을까요?(관련기사 : 여수 산단 가스 누출사고... 40여명 병원치료)

8일 오후, 조사를 맡은 광주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 호남권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이하 ‘중방센터‘) 신호 근로감독관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센터는 고정식 시설물에 대한 조사 권한만 있다. 이동식 ISO탱크는 권한 밖의 일이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옮겼는데 왈가왈부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사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했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아직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럼, 고정식 시설물에서 사고가 생겼는지 ISO탱크에서 일이 터졌는지 모르는 일 아닐까요?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은 이렇습니다.

그는 "1차 조사결과 회사 측 주장이 맞는 듯하다. 그래서 탱크를 옮기는데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중방센터가 사고 원인도 확정하지 않았으면서 회사 측 말만 듣고 증거물을 옮기는데 방관한 이유는 뭘까요?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을 듣고자 여수경찰서에 연락했지만 담당자와는 통화가 안됐습니다.


사고 원인은 파악 중인데 현장 재빨리 정리한 이유는?

이에, 서동환 한국실리콘 지원담당 상무를 만났습니다. 그는 "회사 시설물이 문제가 있어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고 그 탱크가 현장에 있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회사 밖으로 옮겼다"며 이번 사고는 사망자도 없는 경미한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됩니다. 아직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현장을 보존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재빨리(?) 정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럼, 현장에서 일하다 봉변을 당한 근로자들은 어떤 상태일까요? 병원에 입원 중인 몇 명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사고 원인 물질이 뭔지 몰라 몸도 걱정이지만 더 화가 나는 일은 회사가 취한 태도"랍니다. "사고가 났는데도 대피하라는 방송은커녕 비상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이에 대해 서동환 상무는 "규정상 비상 사이렌을 울려야 하는데 안 된 부분은 인정한다. 그러나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대피하라고 육성으로 말했기 때문에 비상 사이렌이나 사내 방송을 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오염 차단과 경보 체계 다단계로 있어야 하는 곳이 화학공장이다"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들었습니다. 화학공장에 근무하는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한국실리콘 비상 시스템이 어떻게 갖춰져 있는지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오염 차단 시스템과 경보 시스템을 다단계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곳이 화학공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일이 있습니다. 사고 발생 후 하루 지난 8일 오전 10시, 사고 당시 가스를 흡입한 정아무개씨(여. 신기동)가 구토 증세를 호소하며 여천 전남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정아무개씨의 경우는 화학사고의 전형적 특징을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 흡입했던 물질이 몸속에서 반응을 일으켰나 봅니다. 이번 사고 당시 누출된 가스는 염화수소(염산) 가스입니다(사고 회사가 인정한 물질). 이로써 이번 사고로 병원을 다녀갔거나 입원중인 환자는 50명(여수소방서 자료)으로 늘었습니다.

한편, 8일 오전, 여수환경운동연합과 민주노총 전남본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사고 회사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다음 행동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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