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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 몰아쳐도 바다 나가는 부부... 왜?

  • 입력 2012.06.26 18:03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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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부부가 함께 배타는 김병렬·윤손연씨 부부

"배를 타면 멀미가 제일 힘들어요. 바다에서 날이 궂으면 아직도 멀미를 해요."

8년째 남편과 함께 배를 타고 있는 윤손연(50)씨의 말이다. 배는 한때 금녀의 대상이었다. 여자들이 배를 타면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남자에 비해 모든 것이 악조건이다. 우선 씻는 것도 그렇고 화장실도 마찬가지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가 그렇다.

어촌에 왜 부부 어부가 많을까

하지만 요즘 어촌에는 부부가 함께 배를 타는 ‘부부 어부‘가 많다. 왜냐면 자영업이 많아 선원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배는 또 남자 혼자서는 뱃일이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를 운전하면서 어장을 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힘든 탓이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배를 타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지... 생계 수단은 없고 하기 싫어도 부득이해야 하니까요."


지난 24일 저녁 9시께 여수시 섬달천에서 만난 서대잡이 김병렬(52)씨 부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잡은 고기를 푸느라 저녁 늦게 식사를 준비 중이다. 이날은 제주를 비롯해 남해 전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그래서 급히 바다에 쳐놓은 그물을 빼느라 하루 종일 바다에서 시달려야 했다. 이날 그물을 빼느라 점심도 걸렀단다. 바다에서 작업을 마치고 섬달천으로 피항한 이들 부부를 안은 섬달천 방파제는 마치 어머님의 품 같다.

김병렬씨 부부가 타는 덕만호는 5톤 규모 크기의 배다. 이들이 하는 어업은 자망어업이다. 자망업은 삼만이의 일종이다. 겉그물과 속그물이 3중인 걸그물 종류인 삼만이는 치어의 남획을 없앤다고 규제됐다. 이를 대신해 나온 그물이 겉그물이 없는 외만이라는 자망그물이다. 자망업은 전날 바다에 그물을 친 후 그 다음날 아침 그물을 걷는다. 저녁식사가 한창인 이들 부부에게 바다에서 가장 힘든 때가 언제냐고 물었다.

"오늘처럼 바람 불 때가 힘들어요. 파도가 치면 그물을 못 뺄 때도 있고, 고기도 상해서 속상해요."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들 부부는 벌교에서 약 7km 정도 떨어진 장암 마을에서 고기를 잡기 위해 여수 앞바다로 달려왔다. 이곳에 온 지는 일주일이 다 돼 간단다. 어업에 종사한 지는 7~8년 정도 됐다고. 결혼 전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우연히 장어를 키우는데 갔다가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이들 부부에게 바다는 생계수단이 됐다.

금값 서대, 하루 어획고 80만 원 상당


이 부부가 서대잡이를 한지는 3년 정도 됐단다. 요즘은 서대와 양태가 제철이다. 서대와 양태는 5월 20일경부터 7월 말까지 잡힌다. 요즘 서대 한 상자의 가격은 30~35만 원을 호가한다. 평균 어획고는 80만 원 가량 된단다. 여수는 다른 곳 보다 고깃값이 비싸서 그나마 노력한 만큼 번다. 이들은 주로 나로도와 안도, 연도 근해에서 작업한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부인 윤씨는 "우리 애들이 보면 창피하게 생각해요"라며 수줍어했다. 또한 "남편이 담배를 좀 적게 피웠으면 좋겠다"며 "초등학교 다니는 막내아들과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둘째 딸이 엄마 아빠를 이해해 줘서 고맙다, 또 태국에서 연수 중인 큰딸 보미가 연수를 마칠 때까지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덕만호 선장님에게 물었다. 배를 하면서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할 말이 뭐가 있다요. 우리 어장 하는 사람은 고기 많이 잡는 것이 제일 좋은 거고 자식들을 키우고 있는 과정이니까 자식들이 건강히 무탈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특히 부모님 건강이 첫째죠. 우리가 바다에 나와도 걱정 안 되게 부모님께서 건강관리를 잘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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