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 하면 다시 발의’ 공공의 이익에 맞서는 개인의 이익

2011-12-07     박태환
도시계획 조례 2007년 개정 후 5차례 발의<br>국동지역 고층아파트 허가가 논란의 핵심<br>시시민단체 반대입장 속 시의회 22일 상임위 심의
공공의 이익이 우선이냐 아니면 개인의 이익이 우선이냐.
여수시가 때 아닌 공익과 사익 논란에 휩싸였다. 여수시의회가 계속되는 지역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준공업지역에 아파트 건립을 허가하는 ‘여수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 11일 이대길 의원의 대표발의로 의회에 발의됐으며 당초 7일 조례 심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지역의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22일로 미뤄진 상태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준공업지역에 4층 이하 단독주택만을 허용하고 있는 조례안을 대형아파트도 지을 수 있도록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관지구(근린생활시설지구)에 건축이 불가한 자동차수리소 특히 자동차부분정비업을 허가하도록 했다.
개정안 발의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서완석 부의장은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요구가 있어왔고 또 공약사항이기도 하다”며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서 부의장은 “법률에서는 준공업지역에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며 실제로 여수에서도 무지개아파트, 남산비취 등이 준공업지역에 세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 부의장은 건축법에 따라 아파트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조례를 개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법에서는 준공업지역에 대해 건축이 가능한 건물은 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수시는 준공업지역에는 고층아파트를 지을 수 없도록 2007년 조례안을 개정했다. 서 부의장이 준공업지역 아파트 건립사례로 제시한 무지개아파트, 남산비취 등은 모두 2007년 조례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다.
특히 여수시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전하고 매력적인 경관을 창출해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0년 경관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여수시가 2007년 준공업지역에 아파트를 건축하지 못하도록 조례를 개정한 이유도 경관조례를 제정한 이유와 괘를 같이 한다.
그런데 이 준공업지역에 아파트가 건립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이 통과가 되면 경관조례와 상충하게 된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각각의 조례를 등에 업고 사사건건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발의 -> 부결, 다시 발의 -> 또 부결
이미 시는 이 조례 때문에 한 바탕 홍역을 치른 바도 있다. 2007년 준공업지역에 아파트를 건립하지 못하도록 조례를 개정한 다음해인 2008년 7월 김순빈 의원이 의원발의로 준공업지역에 공동주택을 허용하자고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여수시도 경관계획에 맞도록 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공동주택을 허용하도록 하는 의견을 의회에 제출했다. 1년 만에 여수시의 입장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각종 논란 끝에 같은 해 8월 상임위 심사유보, 12월 개정안 철회로 이어지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도시계획안은 4개월 후인 2009년 3월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당시 박람회 숙박시설에 대한 고민에 빠졌던 여수시는 (주)엠코가 국동항 인근에 고급호텔을 짓는 대신 고층 아파트를 짓게 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집행부 발의로 준공업지역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이 문제는 어업인들의 집단반발 불러일으키는 등 지역의 최대 논란거리로 떠오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번에도 의회가 조례 개정안을 보이콧하고 나섰다. 2009년 4월 1일 해당 상임위인 관광건설위원회에서 심사를 유보했고 결국 같은 해 4월 30일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다는 것으로 결정이 나면서 잠잠해 지는 듯 했다.
민선 5기가 시작되면서 다시 이 문제는 수면으로 떠올랐다. 명중남 의원 외 16인이 2011년 6월 29일 준공업지역내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 개정안은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부결되고 말았다.
그런데 4개월도 되지 않아 또 이대길 의원 외 6명이 다시 개정안을 발의한 것. 여수시의 준공업지역에 대한 갈팡질팡 입장 표명과 의원들 각자의 노림수가 겹치면서 ‘도시계획 조례’가 누더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국동지역 아파트 건립 노른자 땅
그럼 왜 이렇게 잇따른 부결에도 불구하고 계속 개정안이 발의되는 걸까. 그 이유는 국동 어항단지 인근에 있는 준공업지역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여수시에는 5개소의 준공업지역이 있다. 국동항 인근 지역과 돌산, 중앙동, 덕충동, 국가산단 일원 등 그 면적만 321만6212㎡에 달한다. 그러나 국동항 인근을 제외하고는 아파트가 들어 설 입지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여수시도 조례가 개정될 경우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곳으로 국동 일대 20만㎡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속 지역구인 명중남, 서완석 의원 등이 지속적으로 조례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특혜의혹도 일고 있다. 이유는 국동 지역의 땅 소유 대부분이 지역의 유력인사의 땅으로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미 아파트 건축업자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설이 나오는 등 조례개정과 관련한 각종 루머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 장기 비젼 통해 활용방안 논의해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역사회단체들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시민협과 환경운동연합은 7일 여수시의회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현재의 시점에서 여수시의회는 ‘여수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의 개정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람회 이후 여수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함께 도시 장기 비젼 목표설정을 위해 집행부, 시의회,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이해 집단 등과 충분히 논의와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해안 경관이 중요한 국동 항만인근 부지에 고층아파트 및 공동주택이 들어설 경우 교통난과 해안경관 처해 등 도시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이번에는 시도 같은 입장이다. 여수시 고성석 건설교통국장은 “박람회 이후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해양관광특구복합해양단지 등으로 개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기본계획 및 관리계획을 수정해 이러한 사업들이 진행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고 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고층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조례를 완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