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총장 "불의한 왕들을 경계하라는 명 거절 할 수 없었다"

2011-12-20     심명남
 


당대표 출마한 한국YMCA 이학영 전총장...회원들에게 시민정치운동 나선 심경글 보내

40여 년간 시민사회운동을 해왔던 한국YMCA전국연맹 이학영 전총장이 민주통합당 당대표에 도전하기 이틀 전인 17일 회원들에게 보낸 글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학영 전 총장(이하 이학영 총장)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롭게 출범되는 통합민주당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 총장은 이메일을 통해 시민운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권력의 독점, 모든 것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여수YMCA 회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인 ‘깊은 밤 절망의 벽을 넘어 희망의 새벽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장문의 편지를 써내려 갔다.

이 총장은 편지에서 "밤이 깊습니다. 피곤이 몰려와 잠을 자야할 시간이지만 오늘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습니다"라고 운을 뗀후 "마침내 내일은 평생 제가 서있었던 시민운동의 영역을 뛰어넘어 현실 정치로 뛰어들어야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라며 시민운동에서 시민정치운동으로나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세상은 모두 강자들만의 것이어서 수많은 생명들이 그 탐욕의 노리개가 되고 축적의 수단이 되어가는 세계 속에서 새로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면서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많은 시민들이 이런 위기를 느끼며 직접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새로운 정치의 길을 걸어가기로 하였다"라며 출마배경을 밝혔다.

이 총장은 민주통합당을 선택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새롭게 만들어진 정당은 훨씬 더 개혁적인 당헌을 가진 정당이 되었다"라며 "우선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갖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당원이 아닌 다수의 시민들도 참여하여 뽑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라며 "기존 투표소 대신 모바일폰을 사용하여 투표할 수도 있게 되어 기존의 정치인들의 정치 장악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학영 총장은 마지막으로 "유대지방 들판에 무지렁이처럼 살던 아모스였지만 하나님으로부터 불의한 왕들을 경계하라는 명을 거절할 수 없어 두려움 속에서도 떨쳐 일어설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오늘 이 시대 수많은 민초들이 절망 속에서 외치는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받들어 YMCA 동역자 여러분, 함께 들판에 서십시다"라는 참여독려와 도움을 청하는 글을 마쳤다.
깊은 밤, 절망의 벽을 넘어 희망의 새벽을 바라보며
<존경하는 여수YMCA 회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밤이 깊습니다. 피곤이 몰려와 잠을 자야할 시간이지만 오늘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습니다.

시민운동에서 시민정치운동으로, 그리고 마침내 내일은 평생 제가 서있었던 시민운동의 영역을 뛰어넘어 현실 정치로 뛰어들어야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시민통합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선언하는 날, 새로운 길을 떠나면 항상 설레고 즐거워야 하는데 오늘은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제 어쩌면 내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평생 가져보고 싶었던 사소한 일상들, 혼자서 조용하게 숲길을 걷거나, 방에 누워서 밀린 책들을 보거나, 놀아주지 못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하염없이 세상을 떠돌고 싶던 그런 날들이 아주 멀리멀리 사라져버리는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 사소한 일상의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던가.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면 그런 내 아쉬움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가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세웁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방 한 칸,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주기 위해 찬바람 부는 이 땅의 거리와 들판을 헤매는 사람이 그 얼마인지요.

길이란 모든 길 위에 가득가득 자동차가 밀려가고, 도시란 모든 도시에 네온사인, 가로등은 휘황찬란한데 아직도 이 땅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몸과 마음이 춥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잘 키운 내 아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전전긍긍 조바심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골목골목, 마을이란 마을 그 어디 이런 근심 없는 곳이 있겠습니까?

그렇기에 우리는 평생을 YMCA 운동을 해왔습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 뭇 생명들이 빛나는 태양 아래 수풀처럼 싱싱한 그런 세상, 살아있는 것들이 그 존재만으로도 아름답고 존귀하게 여김 받는 세상을 꿈꾸며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일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모두 강자들만의 것이어서 수많은 생명들이 그 탐욕의 노리개가 되고 축적의 수단이 되어가는 세계 속에서 저는 새로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민운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권력의 독점, 모든 것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공동체 구성원 다수를 위해 행사되어야 할 권력이 소수 권력과 경제력을 가진 강자들의 사익추구를 위해 오용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그들의 지배체제가 더욱 공고화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더는 이러한 세상의 흐름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생명의 파괴, 생명의 몰락 지경에까지 이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많은 시민들이 이런 위기를 느끼며 직접 말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직접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시민들은 ‘세상의 문제는 정치인들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가 직접 세상을 바꾸겠다면서 촛불시위로, 투표참여로 참여하고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를 바꾸기 위해 기존의 정당들까지 철저히 바꾸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2011년 한국의 정당들은 거센 시민들의 요구 앞에서, 정치인들만의 정치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치, 국회의원과 그들을 따르는 지지자들만의 정당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정당으로 바꾸어주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승리는 그런 시민들의 바램이 이루어낸 시민정치혁명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시민의 바램을 정치혁명으로 정당개혁으로 이루어서 한국사회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여기서 시민정치혁명이 멈춘다면 한국사회는 다시 이전의 상태로 퇴행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시기에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마침 제가 YMCA 임기를 마치고 쉬게 되었습니다. 지난봄부터 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지리산 깊은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백 살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장인 장모님까지 물 좋고 산 좋은 곳에서 여생을 평안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래된 농가를 고치고 새로 짓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장모님과 어머니는 한 해를 넘기지 못하시고 훌훌 제 곁을 떠나가셨습니다. 평생 세상 떠돌아 살다가 이제 겨우 모시려니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마치 저에게 아직도 할 일이 남았으니 마저 하고 돌아오라는 듯이 말입니다. 저는 오늘 우리 한국사회가 당면한 정치개혁, 그것을 위한 정당개혁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꼭 제가 해야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해야 한다면 또 마땅한 사람이 없으니 제가 해야 한다면 피해갈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복잡한 생각이 많았지만 세상의 변화, 우리 자식들이 살아갈 세상을 행복하고 안정된 세상으로 물려주기 위해서 마음을 결정하고 이제 새로운 정치의 길을 걸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이제 새로운 정치의 길을 걸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이런 제 시도가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 몇 바뀐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하리라 낙관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바뀔 정치이고 세상이었으면 오늘까지 이렇게 흘러왔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시도가 필요한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고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나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라고 두려움이 없겠습니까? 실패 후에 나에게 다가올 비난이 어찌 무섭지 않겠습니까? 나름대로 무난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지난 40여년의 시민사회운동의 결과를 하루아침에 몽땅 잃어버리고 싶겠습니까?

2012년 시민정치혁명, 정당개혁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내 잘못된 판단, 내 비겁함 등으로 훗날 후회하는 일이 생길까봐 이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다행히 그런 내 선택을 의아해 하고, 못미더워 하시면서도 아무런 조건 없이 제 선택을 지원해주신 한국YMCA 동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제가 하려고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그러셨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이루고자 하는 일, 정치 엘리트들만의 정당을 시민들의 정당으로 만드는 일, 시민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정당, 시민들의 요구가 바로바로 정책이 되고 집행이 되어 해결되도록 하는 일, 정치가 시민들의 어려운 살림을 행복한 살림으로 만들어주는 일,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카페 같은 정당을 만들라는 일 등이 제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정당을 통해서 시민들의 삶을 좀 더 안정되고 행복하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일이 저는 당장에 쉽게 해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내일 통합하는 민주통합당은 몇 가지 점에서 그런 점을 이미 갖추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갖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당원이 아닌 다수의 시민들도 참여하여 뽑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과거 일정한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하는 대신 모바일폰을 사용하여 투표할 수도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기존의 정치인들의 정치 장악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시민참여가 활성화되지 않아 이 제도에 의해서도 여전히 기존의 조직력, 물력을 장악한 정치인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지배력을 행사하겠지만 언젠가 정치적으로 자각된 시민들의 참여가 많아질수록 힘센 정치인들만이 독점권을 가진 선출권을 다수의 시민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룰의 협상과정에서 언제나 시민통합당의 의견이 수용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존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민주당 쪽 협상단은 시민통합당의 의견을 어떻게든 약화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런 사례 중의 하나가 김영민 총장님께서 저에게 호되게 나무라시면서 해명을 요구하신 예비후보 일차 경선을 위한 특별선거인단 모집에 관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나중에사 협상 과정에서 원래의 특별선거인단(민주당측은 대의원)투표가 아닌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도 황당하였습니다.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천여 명의 선거인단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여러 간사님들께서 얼마나 어렵게 노력하셨던가를 생각하면 화도 나고 면목이 없었습니다. 이 일은 지금도 정말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두고두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정당은 훨씬 더 개혁적인 당헌을 가진 정당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민통합당 협상단도 노력하여 다른 부분의 개혁안을 받아들이도록 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청년대표 4인의 비례대표 전국경선 안 같은 것이랄지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당헌에 노동가치의 존중,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원전 정책, FTA 등 MB악법 전면 재검토, 촛불정신 계승 등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주장해 오던 각종 개혁안을 수용한 중도진보 정당으로서의 강령을 받아들이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지도부를 뽑는 방식이 다수의 대의원이 아닌 소수의 중앙위원회에서 뽑도록 한 것은 분명 시민직접참여방식에서 보면 한참 후퇴한 안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의 기본정신에서는 분명 과거 민주당보다 한층 더 시민들의 삶의 불안을 극복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협상이 끌려가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여러분 앞에서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저 때문에 많은 분들이 사심 없이 땀 흘리고 염려하며 그 어려운 특별선거인단을 모집해주셨는데 그분들에게 뭐라고 해도 변명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제가 예비경선에도 통과하지 못하는 안으로 결정된 것 아니냐는 염려까지 끼쳐드리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도 좀 더 많은 숫자가 참여하는 선거와 더 적은 소수가 참여한 선거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소수일수록 참여자의 자율성이 훨씬 더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특별대의원 안은 민주당이나 시민통합당이나 동수의 특별선거인단(민주당은 대의원)으로 구성되어 비율차이가 없었지만 현재의 중앙위원 선거안은 시민통합당 측의 선거인단 몫이 더 적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 이런 협상안으로는 시민의 정당을 만들기 위한 개혁은 어렵기 때문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기하신 분들이 계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만약의 경우 실패하여 제가 받을 갖가지 일들을 생각하면 두렵습니다. 가만히 있었으면 지리산 산속에서 평안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괜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2012년 다가올 일을 생각하면 차마 물러설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든 현재의 상태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모든 사람들이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이겨야하는데, 지금 내가 서있는 이 판이 어떤 판인데 라고 생각하면 슬그머니 돌아설 수가 없습니다.

대회전의 시기, 이 나라를 몇 십 년간 전횡하며 총칼로, 고문으로, 각종 부정부패로 권력과 재산을 쌓아오며 국민들 위에 군림했던 집단들, 이제는 우리 자손들의 미래를 행복하게 지켜줄 수 있도록 잘 간직해야 할 우리의 국토, 우리의 자원, 우리의 노동의 댓가인 공공 자산들을 모두 팔아먹고 거덜 내려고 하는 집단들을 어떻게든 제압해야 하는데, 그 결전의 장을 앞에 두고 돌아설 수가 없습니다. 설령 제가 선택한 이 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던 무작정 몸을 던져 나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불리한 길이지만 어떻게든 넘어가려 합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경선 50%라는 현재의 70% 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박원순 후보는 선선히 불리한 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시민의 열렬한 경선 참여로 이겨내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리하다고 돌아서기보다 불리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시민통합당 측의 중앙위원 300여명을 모두 접촉하여 시민후보의 지지를 호소하여 안정적인 당선권 250여석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민주당은 훨씬 많은 후보자들이 자신들이 몫인 430여명의 1인 3표 투표권을 나눠야 하고 시민통합당 측은 4명이 300여명의 1인 3표 투표권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시민통합당 후보 4명이 평균적으로 가져갈 몫이 훨씬 크다는 점입니다.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불리함을 안고라도 제가 노력해서 돌파하겠습니다. 여러 동역자 여러분들의 염려와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서 본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YMCA 동역자 여러분,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제 평생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말고 살자‘였습니다. 가능한 한 남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며 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남이 힘들고 아프기 전에 차라리 제가 더 힘들고 아픈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어지간하면 남에게 말하지 않고 제가 그냥 감당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만은 여러분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폐를 끼치는 일인 줄 알면서 여러분께 도와달라고 말씀드립니다. 제가 실패하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제가 이 과정에서 잃을 수 있는 명예와 기타의 손실은 제가 감당할 몫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민의 정당을 만들기 위한 정치개혁은 성공한 만큼 한국사회의 미래가 더 밝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오늘의 이 절망의 벼랑 끝에서 희망의 새벽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과 함께 무모할 것만 같은 이 일을 함께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나만의 일이 아니요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과정에서 자주 소통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매일매일 축지법을 쓰듯 간발의 차로 열차를 타고 전철을 탑니다. 눈에 갇히기도 하고 어려운 분들과 약속에 늦어 쥐구멍을 찾고 싶을 정도로 제가 미워질 때도 많습니다. 밤늦게 돌아와 메일 하나 열어보지 못하고 자고 맙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이 혹독한 시련이 나를 단련시키고 그 결과가 잘되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으로 답할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뛰고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일이라 나는 물론 함께 일하는 사무실의 자원봉사자 동료 여러분들도 우왕좌왕 어설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는 생각만은 단단합니다.

유대지방 들판에 무지렁이처럼 살던 아모스였지만 하나님으로부터 불의한 왕들을 경계하라는 명을 거절할 수 없어 두려움 속에서도 떨쳐 일어설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오늘 이 시대 수많은 민초들의 절망 속에서 외치는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받들어 YMCA 동역자 여러분, 함께 들판에 서십시다.

함께 새로운 시대를 예비하고 준비합시다. 절망의 벼랑을 뛰어넘어 새로운 새벽을 열어갑시다. 새벽은 스스로 오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소명을 깨우쳐 열어나가는 사람들에 의해서 오는 것임을 증거하면서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생명의 세상, 평화의 나라를 만들어 가십시다. 부족한 저를 바라보지 마시고 우리의 작은 힘이라도 기다리는 이 시대의 아픈 자들을 위해 함께 2012년의 시민정치혁명, 시민 평화혁명을 성공시킵시다

2012년 12월 17일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은 동역자 이학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