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환영하며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실마리 마련 특별법의 추상적. 선언적 문구 구체화할 '시행령' 중요 시행령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지역사회 다양한 노력 꼭 해야 "10.19 진상규명,명예회복 이제부터 시작이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환영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연이은 환영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번에 제정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은 소병철 국회의원의 대표 발의와 주철현, 김회재, 서동용, 김승남 등 전남동부지역 국회의원의 공동 노력이 있었다.
이번 특별법이 갖는 의미는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여순사건은 국가의 주요 기관인 군대에서 군인에 의해 촉발되었다. 군의 통수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이 말인즉, ‘반란’이라고 규정하기보다는 국가의 책임성을 먼저 따져야 했다. 그런데 국가는 군인들이 왜 명령을 거부하고 ‘반란’을 일으켰는지를 규명하기보다는, 지역사회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하였다.
따라서 이번 특별법은 73년 동안 응어리진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역사적 배경, 원인, 전개과정, 결과 그리고 대한민국 현대사에 미친 영향과 그 여파까지 제대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한 조사 결과가 진상보고서에 담겨야 할 것이다.
법이란 법의 제정을 원하는 국민과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 간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즉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은 정치적 이념과 정당의 정책이 혼재하여 법률의 조문을 살핀다. 특히 정치적 이해관계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최초 발의되었던 법률안과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법률은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통과한 특별법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이는 향후 과제와도 연관되어 있다.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진실과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특별법’,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특별법’ 등 과거사를 바로잡는 특별법의 특징은 그 분야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한다.
이번 특별법 통과로 설치될 ‘여순사건 위원회’(가칭)는 독립적인 위원회가 아니라 국무총리 소속의 위원회이다. 위원장은 국무총리, 부위원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국정이 산재한 속에서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여순사건 위원회’에 몰두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전문가도 아니다. 최초 법을 발의할 당시 독립적인 위원회가 어렵다는 것을 염두하고 위원회에 상임위원을 두었다.
그런데 제정된 법에서 ‘상임위원’은 삭제되었고 행정안전부에서 파견한 공무원이 지원단장(?)으로 전체 업무를 관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독립적 위원회로 활동도 아닌 상황에서 행정 공무원이 총괄하는 조직체계는 지역사회와 유족이 원하는 방향의 진상 보고와 희생자 명예회복과는 맥락이 다를 수 있다.
이처럼 초기 법률안에서 내포한 의도와 제정된 특별법이 갖는 차이를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 보완재가 시행령이다.
특별법의 조문은 추상적이며 선언적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특별법 운용의 실질적인 내용은 시행령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특별법이 사건의 진상을 어떤 방법으로 규명하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어떤 형식으로 풀어갈 것인지, 그리고 위원회의 위상과 구성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 주요한 방향이 시행령에서 판가름 난다.
이 특별법 부칙에는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규정이 있다. 지금부터 지역사회는 어떤 내용을 시행령에 담을 것인지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중앙부처에 요구하여 시행령이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시행령이 어떻게 제정되느냐는 특별법 성패를 좌우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향후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런 점에서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주 철 희 박사 (역사공간_벗 대표연구원, '함께하는남도학'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