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횡사 피난민, 71년만에 '위령비' 세운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이야포 추모제 행사 현장답사 안도몽돌숲 공원 이야포 위령비 세울 최적의 공간...역사체험에 소중한 자료될 것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 및 위령비 제막식을 딱 한달 앞둔 3일 아침 남면 안도 이야포로 현장답사에 나섰다.
<여수넷통뉴스>와 <여수뉴스타임즈>, <해양구조단여수구조대>가 공동주관해 온 '이야포미군폭격사건 추모제' 행사는 올해로 4년째를 맞고 있다. 올해는 8월 3일 추모제 및 위령비 제막식' 행사를 앞두고 있어 여느때보다 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우신조는 이럴때 쓰는 말"
이번 사전답사는 7일 오전 11시 여수시의회에서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 및 위령비 제막식 행사관련 간담회를 앞두고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사전점검 차원이다. 이날 지역 일꾼 박성미 의원을 비롯해 이번 행사 추진위원장인 엄길수 위원장, 여수넷통뉴스 심명남 대표와 박정우 편집위원장, 여수뉴스타임즈 김경만 대표가 함께했다.
일행들은 아침 일찍 돌산 신기항에 모였다. 금오도행 첫배를 탔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파도가 점점 높아졌다. 장마철이라 호우주의보와 함께 신기항을 제외한 여객선터미널 항로는 이미 폭풍주의보가 내렸다. 섬에서 빨리 일을 보고 돌아오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가는 길에 주의보가 제발 내리지 말길 간절히 바랐다.
돌산을 가는 길목마다 동네 입구 곳곳에 산업용 폐기물로 취급받던 굴껍질을 자원으로 입법 통과시킨 주철현 의원에 대한 환영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에 대해 박성미 의원은 굴껍질에 대해 분주히 움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냈다.
바다쓰레기 해양 정화를 펼친 사진을 보고 모 기자로 부터 폐각을 뿌려놨다고 고발기사를 쓴다는 협박전화를 들려준 어촌계장의 충격적인 전화를 받았어요. 그래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중앙정부에 촉구건의안을 냈어요. 그후 폐기물인 굴폐각을 자원활용 법안(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과 시킨 주철현 의원님이 날개를 달아버린 겁니다. 요즘 수십년간 숙원사업을 풀어버려 통영주민들과 우리지역 어민들이 환영하고 난리가 났어요.
배는 벌써 금오도 여천항에 도착해 안도로 향했다. 안도항인 두멍안 포구에는 어촌뉴딜 300사업인 인공낚시터와 공원조성이 한창이었다. 일행들은 마중나온 주민대표들과 함께 안도몽돌숲 주변 이야포 평화탑을 둘러보며 위령비를 세울만한 위치선정 실사와 행사장 세팅을 논의했다. 하지만 평화탑 주변에다 위령비를 세우기에는 적절한 장소가 아니라는게 일행들의 판단이었다.
비는 쏟아지고 난감하기 이를데 없다. 다행히 평화탑 지근거리에 안도몽돌숲 공원이 조성중이라며 그곳으로 인도한 주민을 따라갔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처음부터 그곳에 마치 위령비를 세울 자리를 잡아 놓은듯 최적의 공간을 발견하고 일행들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천우신조(天佑神助)는 바로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이곳으로 인도한 어촌뉴딜 300(안도항) 추진위원회 김대준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안도몽돌숲공원에는 한반도 지도와 안도항을 화단으로 조성했습니다. 한반도에는 울릉도와 독도, 제주도를 조성했습니다. 바로 옆에는 처음 하트 형태의 화단 조성을 바꿔 안도지도 화단을 넣어 우리 섬을 알리자는 저의 제안이 채택되었습니다. 마침 중앙에 포토존을 설치하려 했는데 오늘 적기에 현장답사가 이루어져 중앙에 위령비를 세우면 더 역사적인 의미가 살아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곳에 역사관 전시를 추진중이었는데 안도를 알릴 수 있는 신석기 시대부터 이야포 미군폭격 사건까지 유물을 구해 전시를 준비중입니다. 거기다 피난선 잔해도 함께 전시하면 교육적 효과가 훨씬 클 것 같습니다.
이야포 미군폭격 사건은 간단히 설명하면 1950년 6.25가 발발한다. 한달뒤 최초 미군에 의한 민간인이 학살이 자행된다. 일명 ‘노근리사건’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8월 3일 안도 이야포에서도 미군폭격기가 피난선을 공격한 사건이다. 어느덧 71년이란 먹먹한 세월이 흘렀다.
한달 남은 이야포 추모제 위령비 제막식... 준비 '척척'
이 피난선은 정부의 명령으로 태극기를 게양한 채 부산에서 거제도 피난민수용소를 거쳐 거문도로 이동 중인 350여명이 탄 배였다. 총 4차례에 걸친 기총사격으로 피난민 약 150여명이 사망했고, 50여명이 부상을 당했지만 국가와 지자체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역의 문제를 풀기위해 팔걷고 나선 박성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수시 한국전쟁 중 남면 이야포 두룩여 해상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조례’가 지난달 2일 여수시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뒤 11일 여수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주민들의 염원인 '평화공원 조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례안에는 ‘국가기관의 진상조사 결과 무고하게 희생된 것으로 인정하거나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국가배상 및 지방자치단체 책임을 입증받은 사람’ 으로 규정해 보조금 지원 주체를 명시했다. 또한 조례안 5조에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및 평화인권을 위한 교육사업’, ‘관련 자료 발굴, 수집, 및 간행물 발간’, ‘추모공간 조성 및 운영’, ‘그밖에 민간인 희생자 추모를 위해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을 지원한다고 명시해 추모공간조성과 추모사업 시행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 6월 71년만에 이야포 미군폭격조례 제정을 통과시킨 박성미 의원은 이날 발품을 팔아 주민들께 위령비를 세울 장소와 행사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4년전 이야포미군폭격사건을 최초 기획하며 행사를 추진해온 본지 엄길수 전대표는 이번에 추진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추진위원장을 수락해 행사를 준비중이다.
좋은 일을하면 복을 받는다 했던가? 갑자기 높아진 파도로 배가 끊긴다며 11시 배를 타야한다는 급한 소식이 들렸다. 일행들은 흙에 범벅이 된 신발을 겨우 씻고 급히 여천항터미널로 향했다. 출발 5분을 남기고 승선이 이뤄졌다. 다행히 높은 파도에도 주의보가 내리지 않아 무사히 섬을 빠져 나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본지는 <여수뉴스타임즈>와 <여수해양구조단> 그리고 시민단체와 함께 8월 3일 안도 이야포에서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 및 위령비 제막식을 갖는다. 이날 엄길수 추진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여순사건과 달리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은 미군에 의한 민간인이 무고하게 희생당한 사건입니다. 우리가 전쟁중 남의 동네에 피난가서 무고한 희생을 당했는데 우리동네 사람 아니라고 시민들이 모른척 하면 안됩니다. 피난민 유족대표인 이춘혁 어르신은 위령비 하나 세워달라는 것이 일평생 소원입니다. 올해 시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되었듯이 조속한 침몰선 인양과 행사준비에 여수시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여수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위상은 분명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올해는 여수시의 협조를 얻어 추진위원들과 함께 더 큰 행사를 착실히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