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서 마주친 야생염소와 한판 승부
[그때 그시절] 고삐풀인 야생염소 잡기... 농사와 묘지 훼손해 골머리 도심에 나타난 야생염소, 절벽 잘타는 이유 미국에선 불끄는 파이어 애니멀로 알려져
요즘 도심의 한복판 여수 신북항에 염소떼가 자주 목격된다. 이곳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절벽 너머로 가끔 나타나는 여러마리의 염소떼를 본다. 그런 염소떼가 지금은 아예 도로가를 활보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예부터 염소는 몸에 좋아 보약으로 사용되던 귀한 몸이다. 또 농촌에서는 황소와 함께 염소를 팔아 자식들 대학을 보냈으니 번번한 돈벌이가 없던 농촌에선 목돈이 필요할 때 가용을 마련하던 귀한 동물이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염소가 소방관이 인정한 불끄는 '파이어 애니멀'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2019년 극심한 가뭄으로 비상이 걸린 미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에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불이 번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서관이 불탈 위기에 놓였다. 불을 막기위한 여러 가지 고민과 아이디어 끝에 도서관을 보호하기 위해 350마리가 넘는 염소떼에 도움을 청했다. 도서관 건물 주변의 관목들을 뜯어먹도록 염소떼를 풀어 놓았다. 다행히 염소떼가 관목을 뜯어먹어 생긴 빈 공간 덕분에 산불이 도서관 건물에 접근하지 않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대형 산불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들은 염소들이 레이건 도서관의 산불 피해를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며 공의 일부를 염소떼 덕분으로 돌린 일화는 널리 회자되었다.
여기에 더해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야생 염소들이 거의 수직인 90도에 가까운 절벽도 잘 타는 이유는 염소들에게 고무 발굽과 균형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큰 속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특히 야생염소들이 위태롭게 절벽에 올라 절벽에서 자란 나무와 풀을 뜯어먹는 이유는 염분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서란다.
야생염소를 보며 소환되는 기억이 있다. 벌써 수십년 전이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겨울 야생염소를 직접 생포해본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웃집 삼촌네가 키운 염소가 줄이 풀리면서 농사는 물론이고 묘지를 훼손해 골칫거리였다. 고삐 풀린 염소는 금방 개체수가 늘었고 야생이 되니 도저히 잡을 수 없게 되자 골머리를 앓았다. 주인은 염소를 포기하고 누구든지 제발 잡아가 달라고 사정했다.
당시 형님이 몸이 아파 큰 수술을 해서 몸을 회복하는데 부모님은 약에 쓸 염소를 사러 다녔다. 어느날 몸이 회복되지 않는 형님과 집에 놀러온 친구와 함께 염소사냥에 나섰다. 우리가 간 곳은 '큰통'이라 부르는 지명의 동고지 등대 근처였다.
이곳은 경사도가 커서 아래는 갯바위가 펼치전 바닷가고 위로는 나무가 듬성듬성 있는 가파른 절벽이었다. 염소가 쉽게 잡히지 않을 거라서 큰 기대는 걸지 않았다.
우린 염소 사냥에 나서면서 위험에 다다르면 염소가 사람을 공격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작전회의를 끝내고 양팔간격으로 거리를 둔 채로 염소를 절벽으로 유인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거즘 100근 정도 되어 보이는 커다란 염소가 걸려 들었다.
염소는 우리가 유인한 절벽이 있는 통으로 후다닥 도망쳤다. 멀리서 일행들이 소리를 지르며 서서히 접근하자 천 길 낭떠러지를 뒤로한 염소는 더이상 도망가지 못하고 바위틈에서 정면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이후 염소를 향해 올가미 로프를 던져 뿔에 줄을 걸었다. 야생염소 생포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큰 염소를 이끌고 집에까지 어떻게 갔는지 가물가물하다. 이후 큰 야생염소를 끌고 집에 도착하니 동네가 난리가 났다. 포수가 와도 번번히 잡지 못하던 염소를 아이들이 잡아왔으니....
아마도 형님의 몸이 빨리 회복되라며 하늘이 점지해준 선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 그시절 기억은 염소를 볼 때면 잊을 수 없다. 위급할 때 불을 끄고 아픈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염소. 도심 속에서 흔치 않게 목격되는 염소를 보니 그때 그시절 추억속으로 잠시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