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캠' 찍어 남성에게 보낸 딸, 엄마의 선택은?
[주경심의 상담칼럼①] 사람을 대하는 상담사의 역할 "상대방이 원할 때 적절한 해결책 제시해야" 전문상담사의 조언 "누구나 겪는 '처음' 실수 줄이도록 도와줘야" 자녀부터 성인, 기업상담까지...상담통해 해결책 제시
필자소개
필자 주경심은 현재 ‘허그맘허그인 여수직영센터’ 원장이다. 10년간 상담사로 일하며 그동안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안고 고향에 돌아와 부모교육 및 폭력예방 강사로 활동중이다.
몸의 병도 보이지 않는 곳의 병이 더 치명적이라고 의사들은 말한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인 것처럼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면 도움을 청해야한다.
주경심 칼럼니스트는 이번 코너를 통해 사람들이 가진 마음의 병을 살펴보고 근본 원인과 치료법을 소개한다.
‘빨리 망하려면 주식을 하고 천천히 망하려면 상담을 배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상담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해결하고, 대비하는 과정이다. 누구나 경험하지만 아무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상담사라는 거울을 통해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결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상담과 치료의 차이점
상담과 치료의 차이를 알아보자. 상담은 어떤 사람이 받아야할까? 그리고 상담이 아닌 치료를 받아야하는 사람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누군가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으레 ‘어딘가 이상한가 보다’, ‘굉장히 문제가 많은가 보다’, ‘괜히 어울렸다가 나도 이상해지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물론 예전보다 상담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지고, 가족 형태가 바뀌면서 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덩달아 대학에서도 상담이나 심리학과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미래 유망직종에도 상담사가 있고,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종도 상담사다. 그럼에도 상담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지 않는데는 이유가 존재한다.
왜일까?
상담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사회과학이다. 언어보다 비언어적인 부분, 즉 공감, 경청, 위로 등의 정서적 작업이다. 같은 문제를 호소해도 그 원인과 지내는 환경이 다르고, 원인이 같아도 증상이나 결과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 과정은 인간만이 이해할 수 있고, 인간만이 위로할 수 있다.
상담받는 사람은 진짜 이상한 사람일까?
상담은 서로 상(相), 말씀 담(談)자를 쓴다. 사전적 의미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서로 의논한다’는 뜻이다.
상담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없더라도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 사람, 부모님, 친구,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그들이 제안한 방법을 상황에 적용해 본다.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타인에 대한 신뢰를 얻고, 자존감이 향상되는 경험하게 된다. 이런 과정 또한 상담에 속한다. 그러나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상담은 내가 주고 싶을 때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적절하게 주는 것이며, 더 나아가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고 문제 상황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용기를 얻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문제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고민 없는 사람은 또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기에 문제는 당연한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다.
언젠가 중학교 딸과 엄마가 상담실에 찾아왔다. 의자에 앉기가 무섭게 딸과 엄마의 언성이 높아진다.
딸: 저랑 엄마 중에 누가 진짜 미쳤는지 알려주세요!
엄마: 선생님은 전문가니까 잠깐만 상담해도 알 수 있으시죠? 진짜 쟤 때문에 못 살겠어요.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 동안 통제적인 엄마로 인해 아이가 받았을 비난, 조롱, 평가, 조소가 아이의 표정 곳곳에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도 성격도 기질도 외모도 다르다. 그동안 딸에게서 받은 스트레스가 긴 한숨이 되어 터져나왔다.
한밤중에 일어나 집안을 샅샅이 뒤져서 엄마의 물건을 찾아 숨기는 딸. 딸은 왜 그런걸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전학만 두 번째 유예를 며칠 앞두고 있다. 친구 핸드폰을 몰래 보려가 걸려 왕따까지 경험하고 있으면서 몸캠을 찍어 모르는 남자들에게 보낸다. 엄마는 그런 딸의 행동을 고치기 위해 핸드폰을 뺏고,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서 감시하고 있었다.
환청, 망상, 자해하는 딸... 4개월간 상담치료
이들에겐 상담이 필요할까 치료가 필요할까.
상담은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능력이 충분히 있는 정상적인 사람이 받는 것이다. 치료는 가정, 학교, 직장 중 적어도 두 곳 이상에서 문제를 일으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의료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다.
위 두 사람 중 엄마는 약간의 우울감이 있고, 그동안 아이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로 수면장애를 겪어 4개월 정도 상담이 진행되었다. 물론 딸은 입원치료를 받아야했다. 딸은 환청과 망상이 있고, 특이한 행동과 생각에 자해를 반복하고 있었다.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해서 모두 다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상담사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다. 상담사의 역할 중에는 비밀보장에 대한 것도 있지만, 상담사 자신의 전문적이고 인간적인 한계를 분명히 아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 살아본다. 처음 딸이 되었고, 처음 학교를 가고, 처음 진로를 찾고, 처음 나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처음 직장인이 되었고, 처음 연애를 하고, 처음 엄마가 되고, 처음으로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하고...처음이란 단어가 주는 설렘과 떨림만큼 긴장감도 크다.
처음하는 실수에 대해 자신을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실수는 곧 죽음이라는 왜곡을 갖고 있기도 하다.
상담사는 그 처음, 그리고 반복되는 실수에서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대신 봐주고 경험해주고 나누고 방법을 찾고 충분히 연습해 볼 수 있는 안전기지가 되어준다.
상담사의 눈과 귀를 통해 내가 몰랐던 다양한 관점과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고민을 꺼내놓을 준비를 하면 된다. 그리고 상담사를 믿고 꺼내놓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