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싸움의 원인은 성격... '좋은 성격 만들려면'
[주경심의 상담칼럼⑤] 성격 더럽네, 나쁘네, 불같네는 잘못된 표현 '호오손 효과'로 본 성격의 중요성 문제는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성격검사 받아봐야
필자소개
필자 주경심은 현재 ‘허그맘허그인 여수직영센터’ 원장이다. 10년간 상담사로 일하며 그동안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안고 고향에 돌아와 부모교육 및 폭력예방 강사로 활동중이다.
몸의 병도 보이지 않는 곳의 병이 더 치명적이라고 의사들은 말한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인 것처럼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면 도움을 청해야한다.
주경심 칼럼니스트는 이번 코너를 통해 사람들이 가진 마음의 병을 살펴보고 근본 원인과 치료법을 소개한다.
이제부터 지시하는 대로 한번 해보세요.
양손을 마주잡고 깍지를 껴 본다. 어느쪽 엄지손가락이 위로 올라오는가? 이번은 반대로 오른쪽이 올라온 사람은 왼쪽이 올라오게 깍지를 껴보고, 왼쪽이 올라온 사람은 오른쪽이 올라오게 해본다. 어떤 느낌일까? 아무 느낌이 없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색하다’ ‘이상하다’ ‘뭔가 불편하다’라고 말한다.
나는 무슨 색깔의 사람일까?
요즘 인터넷에서 성격검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어른아이할 것 없이 관심이 높다. 그 이유는 성격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음식, 여행지, 이상형까지 성격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란다.
보통 아이들에게 ‘너는 성격이 좀 어때?’라고 질문하면 저마다 다른 답변이 돌아온다.
저는 성격이 별로에요
저는 성격이 더러워요
우리 엄마는 성격이 불 같아요
우리 아빠는 늑대 같아요
제 성격은 밥맛이에요
대부분이 부정적 단어다. 자신의 성격을 마음에 들어하는 친구는 많지 않다.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의 성격을 가장 먼저 개조하고 싶다고 호소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성격을 부지런하고 야무지게 바꿔달라는 부모님들의 요구도 많다.
이미 성인이 된 사람들은 어떨까? 성격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도 없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기회가 없다. 예컨데 부모교육에서 '본인 성격을 한 마디로 표현해 보시겠어요?'라고 물으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호오손 효과'로 본 성격의 중요성
이유인즉 그것이 먹고사는 일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성격이 먹고사는 일과 아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면 믿을까?
인간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고 사는지의 기준은 ‘일’과 ‘관계’다. ‘호오손 효과’는 일과 성격의 효율성 실험으로 유명하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고, 환경을 정비했지만 그것보다 생산성을 더 높인건 다름아닌 동료간의 '화합'이었다. 화합을 위해 무엇보다 잘 맞아야 하는 것이 성격이고, 잘 맞기 위해 서로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관계’적인 측면에서도 친구, 배우자, 심지어는 자식까지도 나온다. 즉 성격이나 성향이 비슷해야 ‘통’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더 깊이 위로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정상적인 기능 안에서 이미 성격이 큰 범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성격을 더럽고, 나쁘고, 불같다라고 표현하는게 과연 옳을까?
MBTI 일반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 역시 성격관련 강의나 상담을 할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성격이 뭐예요?“라는 질문이다. 성격은 한마디로 각자가 환경 안에서 느끼는 ‘편안함’의 반복적 선택이 ‘익숙함’을 만들어내고 익숙함이 반복되어 ‘다름’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다시말해 성격은 너와 내가 얼마나 비슷한지, 다른 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진짜 문제는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MBTI 성격유형검사는 4가지 지표를 측정한다. 그 결과로 16가지 성격으로 구분되지만 유형이 같다고 해도 지표마다 차지하는 점수가 다르기 때문에 지구상에 나와 똑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것이 쌍둥이일지라도...
그러니 부부가 다르고, 부모자식의 성격이 다르다. 형제자매의 성격이 다른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문제는 다름을 알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면 나와 다른 것은 모두 틀린 것이 되기 때문에 갈등과 싸움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면 세상이 하얀색인데, 파란안경을 낀 사람과 빨강 안경을 낀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 빛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아니면 힘이 세고, 돈이 있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신의 색깔만 맞다고 우기면서 너는 왜 그것밖에 못하냐고 혼내고 비난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야말로 '가스라이팅'처럼 내가 본 것에 대한 확신이 점점 없어져 나중에는 아무것도 선택하지도 책임지지도 못하게 된다.
에너지가 어디로 흐르는지, 정보를 수집하는 기준이 뭔지, 수집된 정보를 가지고 현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때 어느 것에 더 큰 비중을 두는지, 삶의 방식은 어떤지에 따라 수없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숲을 보는 유형은 나무를 보는 유형을 이해할 수 없고, 외향형인 사람은 내향형을 답답하다고 표현한다. 정해진 약속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이 있고, 정리하는 방식도 누구는 네모가 기준이지만 누구는 별표일수도 있다.
그 차이를 알지 못하면 우리 타인을 자신의 잣대로 평가해 비난하고, 조롱하고, 폄하하게 되는데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침범하기 좋은 타인이 가족이다. 그래서 많은 상처가 가족에서 시작해 가족에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받는지를 알아야 한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그 사람의 과거력, 발달력, 가족력에서 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더불어 다양한 심리검사를 통해 공통분모로 묶이는 문제를 찾아 조심히 접근한다. 하지만 성격검사 하나로 그 사람의 전부를 다 아는 것처럼 말도 안되는 진단으로 병명이 덧씌워진다. 요즘 무분별하게 난무하는 출처불명의 성격검사가 조금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성격검사 이럴 때 사용하자
성격검사는 병리를 진단하는 검사가 아니라 이해를 위한 보조도구이지만 결과가 주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검사경험이 많은 전문가에게 검사에 대한 충분한 사전설명을 듣고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결과에 대해서도 주기능-보조기능-열등기능까지 해석을 들어야 한다. 더불어 심리검사는 대부분 저작권이 있어 무단으로 사용하다가 엄청난 법적 책임일 져야할 수 있으니 진짜 나를 찾는 첫 번째는 안전한 환경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방 정리가 되지 않는 자녀,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는 식구, 약속을 번번이 뒤집는 식구. 친구에 살고 친구에 죽는 가족, 우울하면 굴 파고 들어가는 식구, 일을 벌리기만 하고 마무리가 안 되는 식구,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맞는지 고민되는 직장인. 그리고 남자친구(여자친구)의 성격 때문에 헤어질지를 고민하는 커플, 화를 말로 풀어야하는 사람, 기분 내키면 외국여행도 당장 떠날 수 있는 사람. 물건 하나 살 때 비교만 석 달하는 사람, 시키는 일 안하는 부하직원, 한번 시킨 일을 삼일밤낮 붙들고 있는 동료, 일은 못하면서 심심하면 술 마시자고 우기는 부장님.
모두 성격 관련 사례다. 성격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성격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기질이나 환경과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성격 때문에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전문가를 찾으면 변화하고 해결할 수 있다.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은 나의 성격을 먼저 알아야 한다. 준비가 되었다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면 된다. Let’s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