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아름다움, 여기 다 모였네

여수여성미술작가회 초대전 15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회화의 묘미

2021-10-30     전시은
▲ 여수여성작가회 초대전이 열리는 카페에서 작가와 관람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여수여성미술작가회 소속 회원들이 올해 마지막 초대전을 개최했다.

전시 장소는 화장동에 위치한 여수시니어클럽 실버카페 4호점 ‘다시 봄’이다. 그간 달빛갤러리, 곡성갤러리 등 다양한 곳에서 찾아가는 미술관전을 열고 있는 여수여성작가회는 올해 네번째 초대전 장소로 실버카페를 택했다.

여수여성미술작가회 김미옥 회장은 “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일하시는 이 카페는 사회활동지원사업의 일환이라 우리 작가분들이 봉사하는 차원에서 여기에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카페를 찾으시는 시민분과 시니어클럽 어르신 모두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라며 이곳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여수여성미술작가회 전시가 열리는 실버카페 4호점 ‘다시 봄’

지난 2016년 창립한 여수여성미술작가회는 올해 6주년을 맞았다. 김미옥 회장은 여수여성미술작가회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전업 작가와 아마추어 작가 33명 모두 동등하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문인화, 캘리그라피, 수묵화, 서예 등 다양한 분야의 ‘능력자’들이 모여 있어 전시회가 지루할 틈이 없다. 김 회장은 “벌써 6번째 전시회인데 감상하시는 분들이 작품이 너무 많이 좋아졌다고 감탄을 하신다”고 말했다.

벽에 걸린 회화작품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문인화와 수묵화, 채색화 등 개성이 뚜렷한 회화는 색다른 매력으로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특히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작품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여수여성미술작가회 전 회장 조영애 작가의 작품이 눈에 띈다. 조영애 작가는 이같은 시도를 두고 '나만의 것을 찾는 과정'이라 표현했다. 

▲정미경, 이수진, 조영애 작가가 작품을 보고 있다

해바라기꽃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 ‘바다를 담다'는 꽃임을 피스타치오 껍데기로 표현한 점이 참신하다.

"어느날 피스타치오 껍데기를 보고 해바라기 꽃잎이 떠올랐다. 크기와 모양이 꽃잎을 표현하기 가장 알맞은 재료라 여겨졌다. 해바라기꽃의 가운데 갈색부분은 커피가루를, 화분은 흰실로 질감을 냈다."

▲조영애 작가, ‘바다를 담다’

손이 많이 가는 채색화, 코팅으로 새로운 질감을 입힌 수채화까지

김미옥 회장은 동양화의 일환인 채색화를 선보였다. 작품 제목 '영원한 사랑'은 노란 장미의 꽃말에서 따왔다. 김 회장은 "카페를 오는 사람들이 영원한 사랑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그림을 전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수여성미술작가회 김미옥 회장이 작품 '영원한 사랑' 앞에 서 있다

그가 그리는 채색화는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채색화 화가로는 천경자가 있다. 채색화는 일반 종이가 아닌 장지를 재료로 삼는데 장지는 3장의 한지를 겹쳐 두껍게 만든 것으로, 물감이 번지지 않는게 특징이다.

여기에 직접 만든 물감을 사용한다. 수정가루와 호분가루, 물감가루를 섞어 아교물로 농도를 맞추면 채색화에 사용할 물감이 완성된다. 수정가루가 섞여 작품을 자세히 보면 반짝거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채색화를 그리는 화가는 많지 않다. 그만큼 김미옥 회장의 채색화는 희소성이 있다. 김 회장은 “내년 말 회장 임기가 끝나기 전에 예울마루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정미경 작가가 작품 '장미' 앞에 서 있다

정미경 작가는 일반 수채화에 코팅을 해서 새로운 느낌을 표현했다. 28년째 회화를 그리고 있는 정 작가는 2년 전 여수여성미술작가회에 들어왔다. 국문과를 졸업해 전업주부로 일하다 문화센터에서 회화를 배워 취미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시작해 회화의 매력에 빠진 그는 그림을 그릴수록 “나만의 그림을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성취도 따라왔다. 정 작가는 4년 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우수상과 특선, 국회의장상 수상에 이어 올해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 작가는 현재 쌍봉동주민센터와 여성문화회관에서 수채화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해 많이 힘들었다”고 말하면서도 “남들이 천천히 가는 길을 열심히 달리다보니 어느 순간 주변 사람들보다 실력이 앞섰다는 것을 알았다”고 회상했다.

▲양현희 작가

양현희 작가 역시 비교적 늦게 미술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물고기를 소재로 한 채색화 '어몽' 을 전시했다. 어릴적 어부인 아버지와 자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는 그는 "아직도 물고기가 나오는 꿈을 자주 꾼다". 대체로 친구들과 물고기를 잡거나 혼자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꿈이다. 그리고 꿈속의 풍경을 그림으로 그렸다. 

▲양현희 작가의 작품 '어몽'

"어릴 적 여름이면 상괭이와 바닷가에서 함께 놀았다. 그때는 바다에 상괭이가 많았는데, 함께 헤엄치던 그때의 모습이 아직도 꿈에 나온다. 그림 속 커다란 물고기는 꿈에 나온 대형 물고기를 그린 것이다."

양 작가는 7년전 암 판정을 받았다. 투병생활을 하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미대에 다니는 자녀를 따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화선지에 난을 치다가 채색화의 매력을 알고 거기에 전념했다.

"여성작가회에 들어와 소속 작가분들의 다양한 작품에서 영향을 받게 됐다. 혼자 그리면 작품 진도가 나가지 않는데 옆에서 함께 활동하는 작가분들의 부지런함에 자극을 받아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

이날 여수시니어클럽 김순정 관장도 전시가 열리는 카페를 찾았다. 김 관장은 작품이 걸리며 카페 분위기가 밝아졌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김 관장은 갤러리카페의 장점으로 "커피를 즐기며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앞으로 이곳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전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여수여성미술작가회 초대전은 12월 31일까지 열린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여수여성미술작가회 소속 작가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미경 작가 '장미', 이춘이 작가 'HOPE' , 손차영 작가 '가을' 
▲황진아 '모두 꽃'
▲최윤정 '운불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