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쇼팽을 좋아하는 이유(2)
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 (23)... 쇼팽, 발라드 젊은 시절의 열정이 생각나는 쇼팽의 발라드 간결한 함축 속에 담긴 도도함과 고상함 깊이있는 울림으로 인생을 말하고 있어
쇼팽은 4개의 발라드(Ballade)를 작곡했다.
발라드는 자유로운 형식의 장르이며 서정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성격을 띤 곡으로 다양한 음색을 요구하는 곡이다.
쇼팽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이다. 폴란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치메르만의 연주영상도 함께 싣는다.
-발라드 1번,3번-
발라드에서 그대는 삶의 희노애락을 대담하게 담았지.
그대의 첫시작은 어찌 그리 고혹적인지...
도도함과 고상함을 그 간결함 속에 함축할 수 있다는 것, 그대와 만나기 위해 피아노에 앉아 첫음을 누르는 순간 난 벌써 마음이 녹아내린다네.
그리고는 그대와 끝없는 대화를 나눈다네.
한때 사랑하는 이로 인해 잠 못이루는 밤, 갈등과 모순으로 방황하는 젊은 시절의 열정이 생각나는 곡들이라네.
4개의 발라드중 제1번에서 그대는 도(c)음으로 시작하여 참으로 비장한 삶을 표현하였지. 인연으로 만나는 이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이들 그리고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하는 악연까지 우리들의 삶속에서는 누군가가 있지 않은가.
그대 역시 그대의 성품과 다른 이들과 보냈던 파리에서의 만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리스트(F.Liszt, 1811-1886)를 통해 조르쥬 상드(G.Sand, 1815-1880)를 만났고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처받고 나 또한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주지만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인생이 아니겠는가.
내 옆에 많은 이들이 있지만 ‘음악’으로 대화가 되는 친구들은 그리 많지 않다네. 그들과는 나이와 직업이 문제가 되지않아.
우리는 때때로 밤을 새워 이야기의 꽃을 피운다네.
얼마 전에도 석양이 비치는 곳에서 은밀한 만남을 가졌다네. 음악장비를 가져와서는 진한 커피와 와인을 마시며 그대 이야기를 비롯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대화를 나누었다네.
또한 화가들과의 만남도 있다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추구하는 것들이 같아 잘 통한다네.
게다가 얼마나 따뜻한지 연주를 준비하는 나를 격려하느라 귀한 시간을 내주곤 한다네.
그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가슴이 물빛처럼 투명해진다네.
폴란드 낭만파 시인인 미츠키에비츠(A.Mickiewicz,1798-1855)의 시속에서 4개의 발라드를 구상하였고 ‘물의 요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3번은 애절함과 고통속에서도 한송이 꽃을 피우듯 강렬한 생명력으로 사랑을 노래하지 않는가.
사랑의 아련한 추억들과 열정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다네. 지금 생각해보면 그로 인해 성숙해질 수 있으며 깊은 영혼의 세계로 몰입할 수 있었지.
그대는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표현이 정말 적절하네.
이 모든 것들이 발라드에 녹여내어 깊이있는 울림으로 우리에게 음악을 통해 인생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참, 나에게 꿈이 있다네. 4개의 발라드를 연주하여 딸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네.
순수를 잃지 않으며 열정을 품고 살아가라는 바람에서 말이네. 그것이 거친 이 세상에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 생각하네. 이번 연주가 끝나고 CD작업을 하기 위하여 다시금 연습을 시작하려 하네.
적어도 나의 딸들에게 엄마의 기억을 새겨놓고 싶다네. 그러니 이 또한 아직 내가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않는가.
나의 분신인 Steinway&Sons 피아노와 지금까지 함께했고 바다를 바라보며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꿈을 이룰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지금도 여전히 음악과 함께 살아갈 수 있으니 날마다 축복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