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일터를 바랍니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여수 방문 "현장실습제는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어른들의 이기심"

2021-11-06     전시은
▲산재피해네트워크 ‘다시는’ 의 유가족이 여수시청 앞에서 현장실습제 폐지를 촉구했다

산재피해네트워크 ‘다시는’ 의 유가족들이 여수에 모여 고 홍정운 군의 죽음을 애도하고 현장실습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웅천 마리나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 군이 사망한 지 한달이 지난 6일,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7명의 유가족이 여수로 내려왔다. 고 홍정운 군의 부모를 만난 이들은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과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중대재해처벌법의 한계를 짚었다.

이날 참여한 유가족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 중 사망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CJ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 씨 tvN 고 이한빛PD의 아버지 이용관, 수원 건설현장에서 추락한 고 김태규 씨의 누나 김도현,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사고에서 사망한 고 김형주의 자녀 김선애, 파쇄기에 빨려들어가 목숨을 잃은 고 김재순씨의 아버지 김선양,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날개에 목숨을 잃은 고 이선호의 아버지 이재훈 씨이다.

시청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신기동 아이쿱생협에서 모인 유가족 앞에서 고 홍정운 군의 아버지 홍성훈 씨는 아들의 죽음을 불러온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말했다. 홍 씨는 따개비 제거 작업은 실습생의 업무가 아니라고 말했다.

▲고 홍정운 군의 아버지 홍성훈 씨

“처음에는 실습생인 아들이 관광객투어를 돕는 간단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아들이 바닷속에서 따개비 제거 작업을 하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지난 5월 작성한 실습동의서에 내 도장이 찍혔지만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한번은 레깅스 수영복을 입고 정운이가 실습하러 가길래 바다에서 수영한다고 생각했다.”

정운이에게 따개비 제거 작업을 지시한 선주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자신이 작업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홍 씨는 “선주가 따개비 제거작업을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아들이 레깅스수영복을 입고 간 것은 선주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선주의 주장이 거짓임을 분명히 했다.

현장실습생인 정운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후 ‘현장실습제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홍 씨는 “실습제를 폐지하면 특성화고 학생들인 정운이의 친구들은 앞으로 갈 곳이 없다”며 제도 폐지만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전했다. 홍 씨는 “실습을 보내되 업주의 인성 등을 고려하고 교육청과 교사가 철저히 관리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죽어도 바뀌지 않는 나라.. 어제 내 아이가 죽은 자리에 오늘 또 누군가가 죽을 것”

▲ 고 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 씨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현장실습제를 바라보는 유가족의 시선은 복잡하다.

2014년 CJ제일제당 공장에서 집단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자살한 고 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 씨는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현재의 현장실습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자기결정권이 약하고 자신을 지킬 힘이 부족할 아이들을 지금의 제도가 지켜주지 못한다. 현장실습제는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 어제 내 아이가 죽은 자리에 내일 또 누군가가 죽어갈 것이다”며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현장실습제 폐지를 주장했다.

“잘못된 제도임을 알면서도 필요하다는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우리 아이들이 한 것은 실습이 아니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어른들의 이기적인 행동이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 이한빛PD의 아버지 이용관 씨

tvn 드라마 혼술남녀 이한빛PD의 아버지 이용관 씨는 “현재 제도에서 교육은 없고 노동력 착취만 남았다"고 현장실습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씨는 ”교육이였다면 업주는 학생에게 따개비 제거를 시키지 말고 직접 시범을 보여줬어야 했다. 제도 자체도 문제가 많지만 그것 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또다른 정운이의 죽음을 막기 위함이다. 사고를 유발한 선주를 제대로 처벌해야 경각심을 심어줘 앞으로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이후 여수 웅천 마리나로 이동해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에 간 활동가는 유족들에게 선주의 불법 지시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선주는 고 홍정운 군에게 따개비 제거 작업 외에도 선박 페인트칠을 지시했지만 유해물질이 나오는 페인트칠은 아르바이트생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고 홍정운 군은 선박 손님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등 서비스일을 맡기로 되어 있었다.

▲홍정운 군이 바닷속에서 제거해야 했던 따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