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일터를 바랍니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여수 방문 "현장실습제는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어른들의 이기심"
산재피해네트워크 ‘다시는’ 의 유가족들이 여수에 모여 고 홍정운 군의 죽음을 애도하고 현장실습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웅천 마리나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 군이 사망한 지 한달이 지난 6일,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7명의 유가족이 여수로 내려왔다. 고 홍정운 군의 부모를 만난 이들은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과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중대재해처벌법의 한계를 짚었다.
이날 참여한 유가족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 중 사망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CJ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 씨 tvN 고 이한빛PD의 아버지 이용관, 수원 건설현장에서 추락한 고 김태규 씨의 누나 김도현,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사고에서 사망한 고 김형주의 자녀 김선애, 파쇄기에 빨려들어가 목숨을 잃은 고 김재순씨의 아버지 김선양,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날개에 목숨을 잃은 고 이선호의 아버지 이재훈 씨이다.
시청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신기동 아이쿱생협에서 모인 유가족 앞에서 고 홍정운 군의 아버지 홍성훈 씨는 아들의 죽음을 불러온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말했다. 홍 씨는 따개비 제거 작업은 실습생의 업무가 아니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실습생인 아들이 관광객투어를 돕는 간단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아들이 바닷속에서 따개비 제거 작업을 하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지난 5월 작성한 실습동의서에 내 도장이 찍혔지만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한번은 레깅스 수영복을 입고 정운이가 실습하러 가길래 바다에서 수영한다고 생각했다.”
정운이에게 따개비 제거 작업을 지시한 선주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자신이 작업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홍 씨는 “선주가 따개비 제거작업을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아들이 레깅스수영복을 입고 간 것은 선주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선주의 주장이 거짓임을 분명히 했다.
현장실습생인 정운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후 ‘현장실습제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홍 씨는 “실습제를 폐지하면 특성화고 학생들인 정운이의 친구들은 앞으로 갈 곳이 없다”며 제도 폐지만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전했다. 홍 씨는 “실습을 보내되 업주의 인성 등을 고려하고 교육청과 교사가 철저히 관리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죽어도 바뀌지 않는 나라.. 어제 내 아이가 죽은 자리에 오늘 또 누군가가 죽을 것”
현장실습제를 바라보는 유가족의 시선은 복잡하다.
2014년 CJ제일제당 공장에서 집단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자살한 고 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 씨는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현재의 현장실습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자기결정권이 약하고 자신을 지킬 힘이 부족할 아이들을 지금의 제도가 지켜주지 못한다. 현장실습제는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 어제 내 아이가 죽은 자리에 내일 또 누군가가 죽어갈 것이다”며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현장실습제 폐지를 주장했다.
“잘못된 제도임을 알면서도 필요하다는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우리 아이들이 한 것은 실습이 아니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어른들의 이기적인 행동이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 이한빛PD의 아버지 이용관 씨는 “현재 제도에서 교육은 없고 노동력 착취만 남았다"고 현장실습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씨는 ”교육이였다면 업주는 학생에게 따개비 제거를 시키지 말고 직접 시범을 보여줬어야 했다. 제도 자체도 문제가 많지만 그것 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또다른 정운이의 죽음을 막기 위함이다. 사고를 유발한 선주를 제대로 처벌해야 경각심을 심어줘 앞으로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이후 여수 웅천 마리나로 이동해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에 간 활동가는 유족들에게 선주의 불법 지시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선주는 고 홍정운 군에게 따개비 제거 작업 외에도 선박 페인트칠을 지시했지만 유해물질이 나오는 페인트칠은 아르바이트생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고 홍정운 군은 선박 손님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등 서비스일을 맡기로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