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쇼팽을 좋아하는 이유(3)
이혜란의 장도블루노트(24)... 쇼팽, 연습곡 기교와 정서가 조화를 이룰 때 완벽한 예술이 된다고 여긴 쇼팽 쇼팽을 통해 '연습곡' 이라는 장르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자리매김 피아노가 들려줄 수 있는 모든 조성을 사용한, 아름다움의 완성판
엄격한 자기절제와 훈련을 거친 후에야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음을 쇼팽의 음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쇼팽은 12개의 묶음으로 된 연습곡(Etude)을 Op.10과 Op.25에 넣어 24개의 곡을 썼다.
12개의 장조와 그에 따르는 12개의 단조로 모두 24개로 구성되는데 이는 바하의 장단조 구성의 원칙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프렐류드(Prelude)도 24개의 곡으로 작곡하였는데 모든 조성을 사용하여 피아노라는 악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함을 추구하는 쇼팽의 철저함을 알 수 있다.
19세기에 피아노라는 악기가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 쇼팽은 연습곡의 장르를 예술작품으로 완성하였다.
피아노를 전공하려는 이들은 쇼팽의 연습곡을 통하여 테크닉적인 요소들을 터득해야 하며 그런 후에야 마음껏 자유롭게 영혼의 흐름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기교와 정서가 하나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을 때 완벽한 예술이 된다고 믿었던 그의 의지가 연습곡임에도 지금도 많은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
아래는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연주한 쇼팽의 연습곡(Etude) Op.25 6번/11번 연주다. 쇼팽에게 보내는 편지도 싣는다.
-연습곡(Etude) Op.25 6번/11번-
기본에 언제나 충실했던 그대.
바하(.S.Bach,1685-1750))를 존경하며 그에게서 음악적 자료의 원천을
구하였던 그대는 참으로 지혜로웠다네.
그래서 더욱 단단하고 견고한 그대음악을 구축할 수 있었지.
벌써 그대는
진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네.
그 당시 독일에서의 낭만주의 예술의 흐름이
그대가 있었던 파리에서도 일고 있었지.
그럼에도 그대는 음악의 본질을 바하에게서 찾으려 했으니
그대의 사려깊음이 느껴진다네.
카잘스(P.Casals,1876-1973)가 말한대로
“쇼팽은 바하처럼, 바하는 쇼팽처럼 연주해야한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네.
바하가 12개의 조성으로 “음악적 완전”을 추구하였던 것처럼
그대도 장단조를 합한 연습곡들을
오로지 피아노만을 위해서 만들었지.
테크닉을 위한 연습곡에서 조차
그대만의 호흡 속에 한없는 낭만적 부드러움을 담아내어
지금도 많은 이들이 즐겨 연주를 한다네.
진리터득에 대한 갈급함을 음악속에서 찾는 것!
나 역시 아직도 깨닫지 못한 ‘기본’에 충실하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지금도 진행형이라네.
이 두 곡은 ‘바람’이 연상된다네
6번은 두 개의 음이 3도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왼손의 멜로디가 마치 시베리아의 대륙에 부는 바람처럼
스산하게 들려온다네.
그러면서도 향기를 품은 선율이 곡 전체를 감싸고 있으니
온 몸을 휘감는 아름다움은
어려운 테크닉의 과정을 통과한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라네.
11번은 ‘겨울바람’이라는 표제가 마음에 들어 연습하였던 기억이 나네.
그대는 그렇게 엄격하게 그대의 연습곡으로
탄탄한 기초를 만들어 가기를 요구했지.
진정한 자유를 위해 지극히 절제됨과 엄격함의 훈련을 거쳐야 되듯
이제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다네.
바람처럼 투명하며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새롭고 싶다네.
흐르는 물을 바람만큼이나 좋아함은
자유로움이 그 속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네
한순간도 같은 모습, 같은 빛이 아닌 바다를 바라보며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으니 참으로 행복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