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대규모 직권조사해

2기 출범 후 첫 직권조사 결정, 1965~1972년 귀환 선원 대상

2022-02-23     조찬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진실화해위원회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정근식)가 출범 후 처음으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22일 진실화해위원회는 제27차 위원회를 열고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개시를 의결했다.

1965년부터 1972년 사이 귀환한 선원 중 진실규명 신청한 39건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며 직권조사 대상은 총 982명(109척)이다.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은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되거나, 귀항 도중 안개 등으로 인해 방향을 잃고 북한 지역으로 넘어가 수일에서 수년까지 머물다 귀환한 어부들이 불법적인 수사를 받은 후, 국가보안법·반공법·수산업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사건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군, 중앙정보부,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심문반에 의하여 불법적인 구금 상태에서 심문을 받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납북귀환어부들은 형사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수사기관으로부터 지속적인 사찰을 받았고, 그 피해는 가족들에게까지 미쳤다.

납북귀환어부와 관련한 당시 통계에 따르면, 1954년부터 1987년 4월까지 납북된 어선은 모두 459척으로 선원은 약 3,6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실화해위원회 신청접수 된 납북귀환어부 관련 사건은 50건에 그치고 있다.

이번 직권조사는 그동안 또 다른 피해를 입을까봐 두려워서 혹은 신청 절차를 몰라서 접수하지 못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에 나서겠다는 것이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의 진실을 밝혀 무너진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킨다는 역사적 의미도 있다.

사건 당시 생업에 종사하던 어부들은 납북되었다가 귀환한 이후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 이르기까지 연좌제로 인한 고통을 받았다. 특히 이번 직권조사 결정은 또 다른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근식 위원장은 “2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 후 첫 직권조사 개시 결정을 뜻깊게 생각한다”라며 “분단과 반공 체제의 희생자인 납북귀환어부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화해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수집한 국가보안법·반공법·수산업법 위반 판결문에 따르면 1심 판결 기준 사건은 200건, 피고인 수는 1,325명에 달한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7건의 직권조사 사건을 포함해, 17건의 납북귀환어부 사건을 진실규명했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도 2022년 2월 기준 납북귀환어부와 관련해 선원 및 선원의 유족들이 50건의 진실규명을 신청하였다. 지난 8일 건설호(1건)·풍성호(3건)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