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사람에게 배우는 배려, 위로, 치유, 공감

[주경심의 상담칼럼⑮] 예민함도 닮아가는 엄마와 딸  예민함 다루는 법 감정이 아닌 '관찰과 분석'이 필요해

2022-04-27     글: 주경심 편집: 심명남
▲예민함은 타인이 던지지 않은 감정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잘 가져오는 것 ⓒ 주 경심

유치원에 다니는 예슬이는 친구가 없다. 기질적으로 꼼꼼함이 지나쳐 강박성향이 있는데다 맞벌이하는 엄마 대신 아이를 도맡아 키워주신 할머니 역시 불안이 높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꼼꼼하고, 미리 챙겨주면서 아이의 기질이 더욱 확고해졌다.

예민함도 닮아가는 엄마와 딸 

예슬이는 자신이 다가가면 친구들이 멀어진다고 서운해하고, 친구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표현한다. 예슬이 엄마는 예슬이의 모습이 자신과 너무 닮았다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물어왔다. 어떤 면이 닮았는지 물어보자 자신도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도 친구가 없다고 얘기했다.

‘친구가 없는 것이 닮았다‘는 표현은 맞는 듯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닮는다는 건 무작정 따라할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 친구가 없는 것을 애써 따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친구가 없는 것은 설명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이나 태도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하는건 쉽지 않기 때문에 닮았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예슬이와 엄마가 닮은건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예민함‘이 닮았다. 그렇다면 ‘예민함’은 뭘까?

어떤 사람은 까칠하다고 표현하고, 까다롭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예민한 사람에게는 다가가기 어렵다고 말한다. 예민하다는건 세상에 대한 관심이 높고, 타인이 자신에게 갖는 관심을 잘 알아챈다. 또한 자신의 신체반응과 감정에 대해서도 잘 알아차리고, 가끔은 타인이 던지지 않은 감정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잘 가져온다. 

문제는 필요없는 것까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남이 버린 감정의 쓰레기까지 귀한 보물처럼 가져오는 것은 대부분 긍정보다는 부정적이고, 자기비하적인데 반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데서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예민함이 필요할때도 있다

하지만 예민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배려를 받고, 위로를 받고, 공감받고, 치유받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등교 전에 엄마한테 혼이 나고 학교에 갔는데, 마침 누군가가 “무슨 일 있어,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라고 말을 걸어올 때 비로소 속상했던 마음을 공감받는 것 같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너 많이 속상했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마음으로 학교까지 오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오다니 넌 진짜 멋진 친구 같아.

아침에 엄마에게 혼나는 일이 없었더라면 들어보지 못했을 위로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는 친구에게서 ‘찐우정‘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이 정서를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면서 성취감과 인정을 받고자 노력하게 된다. 

만약 엄마에게 혼이 났고, 학교는커녕 살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아무도 나의 괴로움을 알아차려주지 않는다면 어떨까?

‘역시 나같은 건 살 이유가 없어, 내가 왜 살아서 엄마한테 혼이 나야 하며, 오죽 못났으면 위로해줄 친구 한명이 없겠어’라고 정서와 사고가 극단적으로 달려가게 된다. 

예민함 다루는 법

살아오면서 나를 위로한것도, 나를 격려한것도, 나의 사소한 걱정까지 알아준 것도 사실은 ‘예민한’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민한 사람을 불편한 존재로 여길 때가 많다.

넌 왜 그렇게 예민하니?

쓸 데 없이 예민하기는...

딴 사람은 신경도 안 쓰는 일을 꼭 너만 예민하게 굴더라.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예민함’에 대한 주변 반응들 때문에 오늘도 예민한 사람들은 혼란스럽고, 힘들기만 하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을 위한 솔루션을 제안하려고 한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성공경험을 쌓아라 ⓒ 주경심   

예민한 사람은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남들은 신경 쓰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내 주변 환경, 또 는 사람이 나에게 ‘득’ 아닌 ‘실’만을 준다면 ‘정리’를 해야한다. 부른다고 다 달려나갈 수 없는 관계라면 꼭 필요한  관계만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내 할  일만 하기에도 버겁다면 다른 사람의 부탁은 처음부 터 거절하는 게 맞다.          

두 번째, 일을 할 때 우선순위를 정 해서  하는 게 필요하다. 

예민한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 가 바로 불 확실성이다. 사람도, 일 도, 확실하다면 굳이 예민해질 이유가 없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예민함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이때는 ‘꼭 해야 하는가? 지금 해야  하는 가?’에 대해  스로 점검해보는 게 중요하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에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오늘  할 일을 적는다. 해야할  일은 너무   래 붙들고 있지 않고 하루에 할 일 은 다섯개  이내로 적어보자.             

예슬이 만의 예민함

만약 할  일을  정했다면 그 일 자체도 굉장히 세분화해서 성공과 목표달성이라는 기준 을 여러  개 두는 게 좋다.  이는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게 필요하다. 그 한 걸음이 모두 하나의 성공경험이 되는 것과 같기   문이다.   

즉 높이가 낮은 계단이 많을수록 목표달성이 수월해지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할수 있음을 의미한다.  

▲ 감정에 휩쓸리기 전에 분석을 해야 해 ⓒ 주경심 

마지막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감정에 휩쓸리기가 쉽다, 그러니 감정 의 컨트롤타워였던 뇌에게 이제부터는 감정이 아닌 ' 관찰과 분석' 을 위한 돋 보기를 쥐어줘야 한다. 그래서 상황을 분석하고, 정보와 대상을 관찰하도록 유도 해야 한다 .  

방법을 안다고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 오히려 방 법을 알았기  때문에 ‘잘 하고   싶은데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예민함이 올라올 수 있다. 바로 배려와 걱정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화에 대해 너무 크게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대신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고민하도록 자신에게 물어보면 된다.

▲ 지나친 걱정과 배려는 예민함으로 이어진다 ⓒ 주경심 

예슬이의 예 민함은 엄마  의 선 물이었다.  그래서 예슬이는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거나, 다른 친구들과 싸우는 일이 한 번도 없 다. 바로 예슬이가 갖고 있는 ‘걱정’과 ‘배려’ 때문 이다.   그것이 예슬이를 문제없는  이로 만 들었지만, 예슬    자신에 게는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예슬이는 ‘허용’ 그리고 관찰과 분석 이 필요했   ,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했다. 엄마가 자신에 대한 불안 및 양 육태도, 말하는 방식에 대한 코 칭상담을 받고 하루하루 달라짐을 경험할수 있게 되었다.              

예민함으로 인해 내가 받았던  상처가 아 프고 , 앞으로 받을 상처가 걱정된다면 한번도 인정받지 못한 나의 예민함을 위로하고,  잘 살고자 하는 나를 격려하기 위해서  전문가의 도 움을     받아보길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