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함구증에 걸린 '우리아이' 진단법

[주경심 상담칼럼⑱] 선택적함구증 치료법 “말을 못 하는게 아니에요. 안전하지 않아서 할 수 없는 거에요” “말 해도 돼요?” 사실은 말 하고 싶은 아이! “지나친 관심은 자제해주세요.”

2022-07-05     주경심
▲ 선택적함구증에 걸린 우리아이 어떻게 해야할까 ⓒ출처: pixabay

초등학교 1학년 혜원이는 자그마한 체구에, 핑크색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행동도 눈맞춤도 조심스럽기만 했던 혜원이는 또래와는 달랐다. 보통 또래 아이들은 상담실 안에서 부모면담을 하고 있으면 문 뒤편에서 어슬렁거리거나, 귀를 쫑긋 세워 문 뒤에 몸을 바짝 붙여 궁금증을 표현하는 것과 달리 혜원이는 엄마가 문을 열고 나갈 때까지 15분 동안 문 너머에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선택적함구증’ 앓는 아이들

눈 맞춤도 정상이고, 소근육과 대근육 사용도 정상이지만 언어로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를 몇몇 비언어적인 것만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상담실로 혜원이를 초대하고 인사를 건넸지만 어떤 대답도 없었다. 상담에 대한 어떤 얘기도 비밀보장이 된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혜원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엄마가 염려했던 바로 그 상황이다.

저희 혜원이가 밖에서는 그 누구와도 얘기를 안 해요.

바로 선택적함구증이다. 부모, 가족 등의 대상이나 가정과 같은 안전한 상황에서는 말을 하면서 다른 사회적 상황에서는 말을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말에 언어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이는 소아불안장애 일종이며 일반적으로 5세 이전에 발병하나 초등학교 입학 후 발표상황이나 소리 내서 책을 읽어야 될 상황에 발견된다. 치료나 상담을 오는 경우가 흔하다.

▲ 아이가 누구와도 얘기않는다면 선택적함구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출처: pixabay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가락으로 가르치는 행동, 글씨 쓰기 등 비언어적 행위로 의사소통하고, 양육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으로 수줍음, 사회적인 고립, 사회불안 등이 관찰된다.

선택적함구증 치료법!

선택적함구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말을 하는데 필요한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다. 또래와 비슷한 수준의 언어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말을 하지 않는다. 즉 말을 할 줄 알지만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선택적’으로 골라서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말할 것인지를 선택해 말한다.

이 아이들에게는 억지로 말을 하게 하거나, 말하지 않는다고  윽박지르거나 또래와 비교하거나 ‘넌 왜 그래?’라고 평가하는 것은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들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혜원에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혜원이에게 종이를 주고 그림을 그려보게 했다.

혜원이의 그림솜씨는 또래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형식적인 칭찬이 아닌 진심으로 그림솜씨를 칭찬해 주었다. 그렇게 서너번 그림을 그릴 때까지도 혜원이는 마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 곳에 온 사람처럼 묵묵히 그림만 그렸다. 그림이 거의 완성되어 갈 때쯤 나름 청소년상담 베테랑인 나조차도 살짝 긴장이 되었다.

그림을 그릴 때 아이가 보여주는 태도나 필압, 크기, 위치 등으로 어느 정도 아이 심리나 안정감 정도에 대해 파악이 가능하나, 아이의 언어야말로 아이가 환경 안에서 경험하는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즉 그려진 그림을 보며 질문을 던져 아이의 심리상태를 확인하고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물었다.

진짜 한 마디도 안 하면 어떡하지?

혜원아! 니가 멋지게 그려 준 이 집이랑

나무가 선생님한테 말을 하고 싶어하는데

얘네들은 말을 못하니까 니가 대신 해줄 수 있을까?

▲ 아이가 말하지 않는다고 윽박지르지 말고. 먼저 아이의 마음을 열게해야 한다 ⓒ출처: pixabay

그런데 혜원이는 엄마의 염려와 나의 염려가 무색하게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그림에 대한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아 그랬구나! 어쩐지 멋있더라.

이 집도 혜원이가 예쁘게 그려줘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네.

와~~

혜원이가 직접 말해주니까 너무너무 이해가 잘 된다.

혜원이 너는 어쩜 그렇게 말을 예쁘게 잘 하니? 대단하고 멋지다.

여전히 쭈뼛거리며 조심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림에 대한 질문에 답을 끝내고 상담실을 나가는 혜원이는 처음과는 달리 웃고 있었다. 혜원이를 포함한 많은 선택적함구증 아이들은 말을 먼저 시작하지 않거나, 타인의 말에 반응이 없다. 하지만 나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반응해준 건 상담사인 나에게도 하나의 도전이었고, 과제였지만 혜원이의 도움으로 멋지게 성공을 해 낸 것이다.

2년이상 방치한 부모...의사소통에 지장생긴다면?

혜원이가 겪고 있는 선택적함구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 개인의 학업적, 직업적 성취나 의사소통에 지장이 생길 경우 진단을 받을 수 있다. 혜원이의 경우 벌써 학교에 입학후 2년 가까이 선택적함구증으로 지내왔으니 그간 혜원이가 겪었을 불편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선택적함구증은 소아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불안 장애의 일종으로 분류되므로, 아동들은 말 더듬기와 같은 의사소통장애 증상이 아닌 사회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극도의 수줍음, 사회적 고립과 철수 등의 불안을 보인다.

원인으로는 지나친 과잉보호나 통제적인 부모의 양육태도 문제일 가능성도 있고, 엄마와의 분리와 같은 충격적 사건이나 심리적 고착 일수도 있다. 또한 선택적함구증일 경우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안정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증상은 커가면서 점차 개선되기도 하지만 선택적함구증으로 인해 또래관계에서 배제되거나, 고립될 수 있다. 그 나이 때에 습득해야할 사회적 기술, 대인관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만족감, 성취감, 소속감이 누락될 수 있다. 또한 수업이나 학습과정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함으로 인해 학업성취에 지장이 초래된다.

무엇보다 또래관계가 중요한 시점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모습은 놀림이나 괴롭힘, 배제되는 표적이 되기 쉽다. 관계형성의 결정적 시기에 이러한 경험은 향후 생활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랑의 적극적 표현과 적절한 행동치료로 아이가 말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참여하거나, 보상과 칭찬을 통해 강화하고 이를 외부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모래놀이, 미술치료, 놀이치료 등을 통해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은 도움이 된다.

▲ 아이에게 지나친 관심, 지적, 처벌은 아이의 입을 닫게한다 ⓒ출처: pixabay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 것에는 지나친 관심과 염려, 그리고 직접적인 지적, 처벌, 비난 또는 말하기를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상황과 피드백도 일종의 관심으로 작용해 아이는 두려움을 느끼고, 입을 닫아버린다.

아이가 그 또래의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부모와 가족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편안함과 안정감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이런말은 삼가해야 한다.

왜 못하니?

왜 너만 그러니?

넌 왜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