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위원회,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진실규명
공군 첩보대, 북한 민간인 납치해 서울 오류동에 4년간 노역 국가가 피해자에 명예회복과 사과…가족 상봉 기회 제공해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약칭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정근식)는 한국전쟁 후 공군 첩보대가 황해도에서 민간인을 납치한 사건에 대해서 진실을 규명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제38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군 첩보대의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이 사건은 1956년 10월 10일 북파공작원 3명이 황해도 연안에서 중학생 신분의 북한 민간인을 첩보 활동 명목으로 납치한 후,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공군 첩보대에서 무보수로 4년간 노역을 시킨 사건이다.
신청인은 첩보부대에서 4년간 억류되며 미군 부대와 한국 부대에서 각각 조사를 받고, 황해도 지역의 인민군 부대 위치, 교량 등 지형 정보에 대한 신문을 당했다.
또한 남한 국민으로 편입되어 살면서 경찰의 사찰과 감시를 받게 된 사실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으나, 국가의 미온적인 태도로 증거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억울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이 한국전쟁 휴전 이후 발생한 첩보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건의 은비(隱庇, 감추어 보호함)성으로 인해 객관적인 자료가 전무했지만, 신청인 진술과 첩보대 복무자 등 참고인 진술을 토대로 국방부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지원단에 보상금 신청 기록을 확인해 사실로 밝혀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공군 첩보대가 첩보 명목으로 북한 민간인을 납치한 후 남한에 체류하게 한 행위는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에 대해 피해자에게 명예 회복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북한의 가족과 상봉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남북 간에 대립이 극심하던 기간에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남한에 의한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계기로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가족 상봉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범위는 △항일독립운동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권위주의 통치시 인권침해·조작 의혹 사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 △그밖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 등이다.
진실규명 신청은 올해 12월 9일까지이다. 진실화해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시·도청 및 시‧군‧구청), 재외공관에서 우편이나 방문접수가 가능하다.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진실화해위원회 누리집(www.jinsil.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문의 전화 02-3393-9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