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마련된 납북귀환어부 진실 규명 토론회

전남지역 납북귀환어부 실태와 지원방안 정책토론회 12일 전라남도학생교육문화회관

2022-12-13     전시은
▲ 전남지역 납북귀환어부 실태와 지원방안 정책토론회 참여자 ⓒ여수시의회 여철주 주무관

전남지역 납북귀환어부 실태와 지원방안 정책토론회가 12일 전라남도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납북귀환어부 간첩사건 등으로 고통을 겪었던 국가폭력피해자와유족의 명예 회복과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토론회다.

전남도의회와 여수시의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 좌장을 맡은 기획행정위원회 주종섭 의원과 신민호 기획행정위원장, 이광일, 강문성 의원 그리고 여수시의회는 이찬기, 김채경, 이석주 의원이 함께했다

여수시의회 김채경 의원의 사회로 1부 행사에 앞서 유진오케스트라 이은주 바이올리니스트의 ‘라그리마’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됐다.

 

토론회에 앞서 피해자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기자회견문을 대표낭독한 심명남 여수넷통뉴스 대표는 “그동안 피해자와 시민단체는 국회와 국가기록원 등을 통해 당시 수사기관의 발표와 달리 군사분계선을 월선해 조업했다는 경찰의 조사가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며 “이번 토론회가 반세기 전 발생한 납북귀환 어부의 진실을 규명하고 신속한 재심개시를 통해 법의 평등함이 사회에 살아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쪽 해역에서 납치된 탁성호사건... 당시 관련 공무원 줄줄이 감옥 가야

먼저 한홍구 교수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한 교수는 “국가가 처음부터 납북어부를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임상헌 검사의 저서 ‘납북어부의 죄책’을 인용하면서 “전체 납북어부 중 반공법 위반 기록을 가진 납북어민은 3분의 1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한 교수에 따르면 당시 납북된 남한 어부는 남쪽 해역에서 조업 중에 납북되었다. 정상적인 남쪽 해역에서 조업 중임에도 북한에 끌려갔고 돌아온 후에는 북한에서도 당하지 않은 폭력을 남한에 돌아온 후 당해야 했다. 전체 납북어부 중에서 반공법 위반 기록을 가진 납북어민은 3분의1정도 된다.

“탁성호 같은 경우도 선박이 몇시간 정도 대치하고 있다가 결국 남쪽 정부가 구하지 못해 북으로 끌려간 것이다. 명백히 남쪽 해역에서 있었던 일인데 국가는 이를 월선 조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남쪽 해상에서 조업 중에 납북되었으면 이는 어부들 책임이 아니다. 국가는 마땅히 어부를 보호해야 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못했으니 국가가 피해보상을 하고 책임져야 한다. 공무원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야 할 사항이다.”

▲ 협동호 납북 기록
▲ 북쪽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과 북방한계선

한홍구 교수는 “현재 납북귀한어부 관련 사건이 재심에서 무죄 선고되고 있다”며 “검찰이 스스로 재심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늦었지만 이제 시작이다. 피해자가 살아계실 때 전라남도에서 구체적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고 발언을 끝마쳤다.

"국가가 나서서 재심절차 돌입해 억울함 풀어달라"

▲ 동림호 납북귀환어부 신평옥 피해자

동림호 납북귀환어부 신평옥 피해자 증언이 이어졌다. 올해 86세인 신평옥 피해자는 “당시 수사관들이 잠을 못자게 하여 묻는 대로 대답하도록 했다. 전에 한 말과 다르면 또다시 각목으로 때렸다”고 말했다.

“나는 납북되던 날과 풀려난 날짜도 기억하지 못한다. 감옥살이 1년6개월 되에 환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으니 가족들 마음이 어떻겠나.”

잠시 울먹으던 신 씨는 “풀려난 뒤에도 경찰이 잠복하며 우리 식구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어느날 집으로 전향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전향하라는 전화를 하다니... 그날 이후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살아온 고생을 다 말한다면 책을 수십권 썼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탁성호 유족인 심명남 여수넷통 대표

탁성호 유족인 심명남 여수넷통뉴 대표는 국가가 재심절차에 돌입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탁성호 선원은 50년 동안 국가폭력의 피해를 입었다. 또한 월선했다고 수사기록을 조작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당시 31세였던 우리 아버지는 납치되었음이 확실한데 국가는 이를 월북으로 조작했다. 1972년 9월 귀향한 아버지는 불법감금,고문을 당했다. 

군 복무시절 나는 국가가 아버지를 감시하고 있었음을 알고 너무 억울했다. 최근 국가가 납북어부 사건을 많이 조사하고 있는데 이는 환영할 일이다. 간첩으로 몰린 탁성호 선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으로 빨간줄이 그어져 있다. 제대로된 재심판결이 나서 탁성호 가족의 억울한 한을 풀어주길 바란다.”

사회적 약자인 납북귀환어부... 전남도가 나서라

▲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영일 이사장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영일 이사장은 진실화해위원회의 납북어부 조작간첩 사건 조사결과를 알렸다. 

“납북귀환 어부는 사회적 약자로 호소할 곳이 없어 공권력이 간첩으로 조작하기 쉬웠다. 당시 북한으로 끌려가면 무조건 간첩으로 몰렸는데 암호통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납북자들이 어떻게 간첩활동을 할 수 있었겠나. 대한민국 국가폭력인 납북어부 사건을 진실화해위원회가 나름대로 해결에 노력했으나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정부가 발표한 1987년 치안본부의 납북귀환 어부 3,651명 중 2,617명이 아직도 간첩조작사건이라는 국가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다. 피해자 진상규명과 사건해결은 1.43%에 그치고 있다. 납북어부도 특별법을 통해서라도 재심이 이뤄져야 하는데 전남도부터 나서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현황 파악과 사회적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

납북어부는 국가 책임, 공동체가 함께 가해자의 책임 물어야

▲변상철 평화박물관 연구위원

변상철 평화박물관 연구위원은 “우선 납북어부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는지 여부와 북방한계선, 어로저지선, 군사분계선이 혼재되어 사용되는 탓에 월선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196,70년대에는 조업을 어디서 했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할 장치가 없었으므로 월선 근거라 하면 귀환 뒤에 불법감금으로 고문을 통해 받은 허위자백 뿐이었다. 동림호와 탁성호는 남쪽 해역에서 납치로 북한에 끌려갔다는 점이 명백한데 공무원이 책임을 피해자에게 뒤집어씌웠으니 이는 심각한 불법행위이다.”

▲ 민변 납북귀환어부 재심 TF위원장 최정규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납북귀환어부 재심 TF위원장 최정규 변호사의 발언이 이어졌다. 민변은 1년 전부터 동해안 납북귀환어부를 지원하고 있다.

최정규 변호사는 “탁성호는 1972년 9월 7일에 귀환한 배이다. 그때 탁성호 뿐 아니라 160명 정도가 같이 귀환했다. 경찰은 영장 등을 발부하지 않고 임의로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조사를 진행했고 그런 부분은 이미 다 증거자료로 확보되었다. 앞으로 신속하게 재심이 진행될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는 신청하지 못한 많은 피해자를 찾아내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속초에서는 TF 팀이 구축되어 납북어부 사건만 담당하는 검사가 지정되어 있다. 1년 뒤에는 지금보다 많은 피해자들이 명예회복과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책토론회 전 탁성호 등 납북귀환어부피해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재심을 요구했다. ⓒ여수시의회 여철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