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라도 연봉은 줄어... 이상한 이 회사는?
비를라카본코리아사내하청 노동자 이야기① 열악한 근로조건에 회사 떠나는 노동자 묶어두는 유인책, 상여금 최저임금이 오르자 상여금 200% 삭감...소득은 되레 줄어 상여금은 사내하청노동자 목숨 같은 돈, 원청이 책임져야
검은 분진 가득 묻은 작업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노동자들이 지난달 21일 여수시청 앞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이 노동자들, 그동안 당해왔던 노동착취 행태를 폭로
기자회견이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는 이들이 입고 있는 복장 뿐만 아니라 얼굴 곳곳에 블랙카본이 묻은 모습이 마치 탄광의 광부와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노동자들이 그동안 당해왔던 노동착취의 행태를 폭로한 내용입니다. 저는 여수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주)라는 회사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몇 차례에 걸쳐 기고할 예정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주제는 상여금입니다.
여수산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이 정규직노동자들의 30~40%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입니다. 열악한 근로조건은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이직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상여금은 이러한 사내하청노동자들을 회사에 묶어두는 유인책이었습니다.
기본급은 낮지만, 그래도 상여금이 600%나 되니 괜찮지 않느냐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당근책이었지만, 꽤나 효과가 있었습니다. 임금이래야 기본급과 잔업수당을 빼면 아무것도 없는 처지에서 상여금은 그나마 위안을 주는 요인이었습니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다음 달에 그나마 상여금이라도 받고 그만둬야지 하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자리잡게 됩니다. 마치 상여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닌 회사가 하청노동자들에게 하사하는 특별보너스로 여기도록 세뇌됩니다. 사내하청노동자들에게는 이 상여금이 그나마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 마지막 낡은 동아줄이었던 셈입니다.
연봉 70만원 인상 기대했던 노동자들, 임금 되레 130만원 줄어
비를라카본코리아(주)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저희들의 급여가 상대적으로(인근 타기업 사내하청 노동자보다) 더 낮은 이유는 2012년부터 매년 최저시급이 결정되면 상여금을 기본급에 녹여 인상효과를 막아온 결과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을 풀이하면 이렇습니다. 2013년, 최저임금이 280원 올랐습니다. 한달 5만8,720원, 1년 70만원 정도 연봉이 오릅니다. 그런데, 회사는 이 돈을 올려주기 싫어서인지 상여금을 200%, 약 200여만원 삭감합니다. 연봉 70만원 인상될거라 기대했던 노동자들은 되레 130만원이 줄어듭니다.
3년 뒤 연봉이 인상될거라 기대...이번에도 140만원이 줄었습니다
3년 뒤인 2016년, 최저임금이 450원 오릅니다. 한달 9만4천원, 1년 112만원 정도 연봉이 오를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회사는 상여금 200%, 약 252만원을 삭감해 버렸습니다. 연봉 112만원이 인상될거라 기대했던 노동자들은 이번에도 140만원이 줄었습니다.
이렇게 10년 동안 비를라카본코리아(주)가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상여금을 깎은 금액이 무려 1인당 5천만원에 달합니다. 10년이 넘게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사내하청노동자의 2년치 기본급이 넘는 금액입니다.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새발의 피일지 모르지만, 사내하청노동자들에게는 목숨과 같은 큰 돈입니다.
이렇게 최저임금을 받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이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이 올라도 오히려 연봉은 줄어드는 기이한 회사가 비를라카본코리아(주)입니다. 그렇게 줄어든 임금은 한달 100시간이 넘는 잔업으로 메꿔야했습니다.
비를라카본코리아 원청은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도급업체와 계약관계에 있으므로,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억울하다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원청이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이 얼마인지 확인도 안했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요? 백번 양보해서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원청으로서 당연히 져야 할 관리감독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비를라카본코리아(주)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오늘도 외칩니다.
"인간답게 살고싶다. 진짜 사장 비를라가 임금인상 책임져라"
민주노총 최관식 여수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