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맞이는 산수유꽃 활짝 핀 구례 반곡마을에서
[봄 마실] 산수유 노란 꽃물결 황홀경에 빠져
산수유꽃 핀 구례 산수유마을이다. 먼저 찾아간 곳은 상위마을이다.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와 고색창연한 담장이 고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그러나 옛 모습은 오간 데 없고 군데군데 빈 집터를 다져놓은 마을은 공허하기만 하다. 새롭게 지어진 집도 몇 채 보인다.
옛 정취 사라진 상위마을
9일 상위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산수유 열매가 구례에서 70%가 나오는데 예전에는 상위마을이 최고였다”며 “지금은 나이 많은 노인들이 살아서 산수유 열매 따기도 힘들고, 이곳 집들이 외지인에게 팔려 산수유나무를 빼가는 상태”라며 걱정이다.
상위마을 주민은 “마을로 들어온 외지인들이 마을에 정착하지 못하고 1년여를 살다 이사 나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 들어오면 1~2년이 고비인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는 마트도 멀지, 짜장면 하나 사 먹어도 멀리 나가서 먹어야 하고, 뭐 하나 사려면 롯데마트 있는 남원으로 나가야 한다”며 시골살이가 도시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례에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남원 가서 물건을 사면 기름값 하고도 남는다’며 가장 안타까운 건 ”외지인들이 마을을 계속 들쑤셔 놓기만 하고, 오래 살지도 않고 집값과 땅값만 올려놓고 이사 가버린다“며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을 경계했다.
산수유꽃 고운 반곡마을
산수유 흐드러진 노란 꽃물결을 감상하기에는 반곡마을이 좋다. 반곡마을은 2014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빨간 포토존 사이로 마을 어르신이 경운기를 몰고 지나간다.
지리산에서 시작된 개울물이 마을 사이로 흐른다. 가장자리 개울물은 오랜 가뭄 탓에 새파란 녹조가 한가득 끼었다. 물이 철철 넘쳐 흘러야 할 이곳에 나타난 녹조현상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개울 양옆에는 산수유꽃이 곱게 피었다. 데크 길 내리막길을 한참 따라 걷는다. 이곳에서는 샛노란 산수유꽃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게 행운이다. 사진을 찍기에도 더없이 좋다. 그래서일까, 꽃구경 나온 여행자들이 상위마을보다 유난히 많다.
개울을 가로질러 건넜다. 마을 쪽으로 이동하면서 보는 풍경은 꽃 멀미가 날듯하다. 이내 산수유 노란 물결에 취해 황홀경으로 빠져든다. 산수유 샛노란 꽃물결, 개울 반석 위로 흐르는 물줄기, 멀리 지리산 자락까지 시선이 닿는 곳은 다 멋지다.
사람 떠난 빈집 뒤란에도 산수유꽃이 피어나고 있다. 산수유 꽃가지 너머엔 주인 잃은 빈 지게와 쟁기가 동그마니 놓여있다.
산수유 꽃담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반곡마을은 산수유 군락지가 많아 꽃구경하며 걷기에 좋다. 산수유 꽃이 핀 3월과 산수유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는 깊은 가을날이 제격이다.
한편, 산수유꽃 활짝 핀 산수유마을 일원에서는 4년 만에 ‘구례산수유꽃축제’가 다시 열린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축제는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란 주제로 오는 19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축제는 공연, 체험 등 총 4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