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닭발 가로수', 여수시 무분별한 가로수 가지치기 논란
양버즘나무 수십 그루 몸통만 남은 채 무참히 잘려나가 여수 서시장 앞 - 여수소방서연등119안전센터 양쪽 도로
아름드리 가로수가 몸통만 남은 채 무참히 잘려나갔다. 3일, 여수 서시장 앞 도로변 가로수다.
여수 서교동 서시장 앞에서부터 여수소방서연등119안전센터 부근 도로 양쪽의 가로수 원가지와 굵은 곁가지가 몽땅 다 잘려나갔다.
여수시의 무분별한 가로수 닭발 가지치기는 유독 양버즘나무에 집중했다. 단순히 가지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윗부분 원줄기마저 싹둑 잘라내 몰골이 앙상하다.
일명 ‘닭발 가지치기’로 잘려나간 가로수 한 그루는 철사에 묶인 채 덧댄 나무 조각에 생채기가 생겼다. 짓눌린 흉물스러운 상처는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시는 업소 간판을 가리거나 고압선과 접촉 위험이 전혀 없는 가로수까지 획일적으로 전정 작업을 진행했다.
웃자란 가로수 나뭇가지 전정이 아닌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나무까지 모두 자르고 뭉치만 남겨두었다.
도심 속의 가로수는 탄소와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 시켜준다. 또한,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해주기도 하는 가로수의 역할은 나무 잎사귀에 달려 있다.
환경운동가 A씨는 “가로수를 닭발로 만들며 탄소 중립을 외치는 여수시의 이율배반적인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올해 3월에 전정 작업을 했다. 양버즘나무는 잎도 크고 가지가 새로 생성되는 맹화력이 강하기 때문에 강전정을 한다”며 “1년에 두세 차례 전정 작업을 해야 하는데 한정된 예산으로 가지치기를 하다 보니까, 선택적으로 그렇게 강전정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시민분들이 말씀하시는 것도 다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관리하는 저희 시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양버즘나무는 금방 가지가 뻗쳐 나오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그렇게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9일에는 이곳 도로의 일부 가로수를 전기톱으로 싹둑 잘라내 이를 지켜보던 일부 시민들은 시 행정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시 조경업체 관계자는 여수시에서 수종 변경을 위한 나무 자르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