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도 장에 한 번 와보세요, 비 오면 다 보따리 싸야 돼요”
1930년 개설, 93년 전통을 자랑하는 여수 5일장 풍경 “애써 농사지어 팔아봤자, 솔직히 인건비도 안 나오지만...”
“방풍나물이 3천원, 떨이에요. 다 팔고 요것만 남아서 3천 원에 파는 거예요, 부드러워요, 드릴까요?”
4일 여수 5일장, 돌산도에서 직접 농사지어 가져왔다는 아주머니의 방풍나물이다. 오전에 빨리 팔고 오후에는 밭에 나가 밭일을 해야 해서 방풍나물을 싸게 판다고 했다.
“김치도 담아 먹고, 장아찌 담아도 되고요. 3천 원이면 싸요. 아까 5천 원에 팔았는데”
여수 5일장, “비 오면 장사를 전혀 못 해요”
7년째 여수 장날이면 노점에서 농산물을 파는 돌산 우두리 이씨 아주머니는 여수 5일장의 현대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시장님도 장에 한 번 와보세요. 다른 데는 오일장을 깨끗하게 정비를 잘해 비가 와도 장사할 수 있는데, 여기는 비 오면 장사를 전혀 못 해요. 오일장을 여수 시내처럼 이렇게 해놓은 장이 없어요. 비 오면 (상인들)다 보따리 싸야 돼요.”
이어 아주머니는 “애써 농사지어 팔아봤자 싸게 파니까 솔직히 인건비도 안 나오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며 “땀 흘려 농사지은 농산물을 버리는 것보다 나으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여수 서시장 주변 도로를 따라 펼쳐진 여수 5일장은 전라도에서 열리는 5일장 중 제법 큰 규모다. 여느 재래시장처럼 별도의 점포가 없이 도로 가장자리와 인도에 노점이 펼쳐진다. 장날은 4일과 9일이다.
여수 5일장에는 없는 게 없다. 나비를 닮은 꽃 노란색 골담초꽃이다. 골담초는 우리 몸의 뼈에 이로운 약재다.
노점상 할머니(화양면 백초)는 “신경통에 좋아, 설탕에 재워 계속 먹은 사람들이 아픈 다리가 좋아졌어”라며 골담초 꽃 한 바구니를 2만 원에 사가란다. 이어 녹두 한 되 1만 2천 원, 서리태 콩은 1만 3천 원 받아야 되는데 1만 이천 원에 주겠단다.
“싸게 줘야 갖고 가지 비싸면 안 갖고 가”
봄날 여수 5일장에는 봄나물이 가득하다. 노점상 20년째인 할머니의 노점이다. 돌밭에서 따온 엄나물 한 바구니 5천 원, 두릅은 1만 원이다.
“이런 나물은 사방 데가 있고 다 돌밭이야, 그동안 잘 다녔는데 내년에는 못 가겠어, 아이고~ 몸이 올해 다르고 내년 다르고 달라”
연등천 하천가에서 오림동 아저씨가 닭을 팔고 있다. 닭은 그 크기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어미닭은 3만 원, 중닭은 1만 오천 원, 8천 원, 병아리를 갓 벗어난 닭은 7천 원이다.
“닭 장사, 한 이십 년이 넘었습니다. 장사해서 뭐 그냥 밥은 먹고 사니까요.”
뻥튀기 아저씨다. 뻥튀기 가격은 6천 원이다. 보리, 옥수수, 콩, 작두콩 등 콩과 곡물은 다 튀겨낸다. 말린 무와 여주도 볶아 튀겼다.
화양면 나진에서 온 어르신은 이웃들의 몫까지 챙겨왔다며 뻥튀기를 다섯 차례나 튀겼다. 이 많은 걸 어찌 가지고 갈 거냐는 물음에 이웃집 각시가 데리러 온다고 했다.
28번 시내버스를 타고 화양면 힛도에서 온 김씨 할머니(82)다. 밭에서 캐온 달래를 손질한다. 웅천 아주머니는 달래를 더 달라며 흥정을 한다. 할머니가 달래 한 줌을 더 얹어주자 “재래시장은 이런 맛이죠”라며 에누리와 덤 때문에 재래시장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싸게 줘야 갖고 가지 비싸면 안 갖고 가, 달래가 위에서 번지고 밑에서 번지고 그래서 많이 나와. 우리 마늘밭에서 캐왔지, 이거 다 번져서 자라요”
여수 5일장은 1930년 개설 93년 전통을 자랑한다. 전남병원-한재사거리-범민교-대동탕-충무교-공영주차장 뒷면 도로에서 장이 열린다. 이렇듯 도로에서 장이 서다 보니 오가는 시민과 상인들 모두가 불편을 겪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