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추억의 빵집, 여수 싱글벙글 빵집
”우리 엄마가 여수여중 여고 다녔는데, 아저씨 빵 먹고 컸대요“
그리움에 찾는 추억의 빵집이다. 여수 관문동의 자그마한 빵 가게 싱글벙글빵집이다. 이곳 빵을 한입 배어 물면 옛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폭신한 찐빵, 달콤한 슈크림빵, 양배추와 오이를 품은 야채사라다빵, 야채고로케, 햄소세지빵, 팥도너츠, 꽈배기까지 일곱 종류다.
6일에 찾은 빵집은 최근 건축한 현대식 건물로 옮겨와서인지 예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빵에서는 나름 옛 시절의 추억이 묻어난다.
주인 부부의 정성과 마음이 깃든 수제 빵
빵 가격은 단돈 1천 원이다. 전부 다 각각 1천 원씩에 판다. 그러나 오는 5월 1일 일률적으로 다 200원씩 오른다. 주인아주머니는 식재료의 인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고소동에서 왔다는 어르신(62)이 팥도너츠와 야채사라다를 주문한다. “아침을 늦게 먹으면 점심 먹기가 그래서...빵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고 했다. 어르신은 “팥소를 듬뿍 넣어서인지 팥도너츠 식감이 좋다며, 보리차 물맛 또한 맘에 든다”고 했다
오랜만에 추억의 빵 맛을 봤다. 야채사라다빵이다. 빵 한가운데 채 썬 양배추와 오이, 햄을 넣고 마요네즈로 드레싱 했다. 빵 위에는 빨간 케찹을 뿌렸다. 어찌 보면 그냥 평범해 보이는 빵이지만 옛 추억까지 버무려져 끌림이 아주 강하다. 찐빵이 다 팔리고 없어 차선으로 선택한 팥도너츠의 맛 역시 만족스럽다.
빵집의 하루는 새벽 5시 30분에 시작된다.
“문 닫는 날도 없고 매일 새벽 5시 반부터 일어나서 일해요, 오전 11시 반 오픈이에요.”
“내가 빵을 파는 게 아니라 정을 팔았구나”
여수여중과 여고가 인근에 있어 여학생들이 주 고객이다.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이곳 빵집을 종종 찾곤 한다. 주인아주머니는 “학생들이 졸업 후에 다시 찾아올 때는 반가움에 마음이 울컥 하다”며 그럴 땐 “내가 빵을 파는 게 아니라 정을 팔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추억의 빵을 먹으러 오는 거죠. 학생들이 이제 졸업해서 오고 그러면 마음이 울컥해요, 반갑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도 빵 생각이 난대요, 우리 집은 다 수제 빵이잖아요.”
싱글벙글 빵은 주인 부부의 정성과 마음이 깃든 수제 빵이다. 여기에 “우리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만들어요”라는 가족애까지 버무려냈다.
30년 세월 동안 빚어온 빵에는 주인장(65. 김현수) 어머니의 손맛이 오롯이 배어있다. 솜씨 좋은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어머님은 돌아가셨지만, 어머니에게서 배웠지요. 이렇게 해서 이렇게 만든다고 알려주시면 나 나름대로 공부하고 연구를 했어요. 지난달에는 어떤 여자분이 오셔서 ‘진짜 예전 그 맛이라며 엄마 계실 때도 빵을 사 먹었죠’라고 했어요.”
”찾아온 손님들에게 맛있는 빵으로 보답하는 것이 내 목표“
그동안 세상에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여수 싱글벙글 빵집의 빵 맛은 언제 먹어봐도 그 맛이 한결같다.
주인장 어머니께서는 찐빵, 꽈배기, 팥도너츠, 세 가지를 만드셨다. 이후 슈크림빵, 야채사라다빵, 야채고로케, 햄소세지빵이 추가되었다.
이곳 주인장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데다 먹고살기 바빠 제빵학원에서 배울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서점에서 책을 구해 빵 만드는 방법을 독학으로 터득했다. 한때 제과점을 운영했던 지인의 도움도 있었다.
“제과점을 운영했던 지인에게 슈크림 어떻게 만들어요? 물었더니 레시피를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수없이 반복해서 만들어보고 학생들에게 맛 평가를 해달라 부탁하곤 했어요. 그래서 애들이 먹어보고 ’아 아저씨 괜찮아요, 이대로 팔면 되겠어요.‘라고 말하면 이제 됐다 싶어 팔곤 했지요.”
오후 시간, 아쉽게도 찐빵이 없다. 그렇다면 이 집의 인기 많은 빵은 무엇일까. 역시 찐빵이 대표 격이다.
“현지인 오시면 꼭 찐빵 먼저 찾아요. 애들(학생)은 야채사라다, 슈크림, 햄소세지, 고로케... 어른들은 뭘 찾냐 하면은 팥도너츠, 고로케, 찐빵을 찾아요."
방과 후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 여학생(여수여중 1학년) 고객은 자신의 엄마가 학창시절 이곳 빵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우리 엄마가 여수여중 여고 다녔는데, 아저씨 빵 먹고 컸대요.“
주인장은 세월이 지나도 항상 빵 맛있게 만들어서 ”찾아온 손님들에게 맛있는 빵으로 보답하는 것이 내 목표“라고 했다. 이어 ”이 꼬마들이 빵 먹고 커서 어른이 돼서 다시 찾아와주면 진짜 감사하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