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되지 못한 진실, 이야포미군폭격사건 재조명

여수시의회 미군폭격사건특위, 여수넷통뉴스 안도 이야포 현장 방문

2023-04-22     전시은
▲ 이야포미군폭격사건 조명 찾아가는 현장 간담회 참가자 한컷 ⓒ심명남

여수시의회 미군폭격사건특별위원회가 주최 주관한 ‘찾아가는 현장 간담회’가 21일 안도 이야포에서 열렸다.

간담회에는 여수시의회 미군폭격사건특별위원회 위원 9명과 여수시 공무원, 안도 주민, 시민추진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미군폭격사건을 재조명하고 희생자와 유족 명예회복을 위한 유해매장지 발굴을 요청하기 앞서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오전 9시 여수시의회에서 모인 참여자들은 여수 신월동 관공선 부두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이야포 해안의 목선 침몰 추정지역으로 향했다. 한시간 가량을 달려 바다 한가운데 멈춰선 배 위에서 참가자들은 침몰선이 가라앉은 곳을 추정해봤다.

▲폭격을 맞은 배가 침몰한 곳으로 추정되는 이야포 앞바다 ⓒ전시은

양영제 작가는 침몰선 부근을 가리키며 “폭격이 있고 나서 3년간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명남 추진위원장은 침몰선 추정 위치가 표시된 사진과 현장을 비교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불에 탄 침몰선 잔해가 여기까지 밀려왔다. 여수넷통뉴스는 초기 3년간은 처음 침몰한 위치에서 피난선을 찾다가 ‘여기서 침몰선 잔해를 봤다’는 해녀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박근호 대장이 수색 끝에 잔해를 찾아냈다”

당시 바닷속을 수색했던 박정우 여수넷통뉴스 편집위원장은 “가라앉은 배는 조류에 의해 밀려난다. 그래서 바닷물에 밀려와 배가 이곳에서 발견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 이야포미군폭격사건 현장을 지켜보는 여수시이야포특위 박성미 위원장과 정신출·김채경 부위원장 모습 ⓒ심명남

미군폭격사건 재조명 필요... 섬박람회 추진 중인 여수시, 지역 섬의 아픔도 다뤄주길

선상답사를 마치고 안도마을회관 2층 회의실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인사말에 나선 박성미 위원장은 “미군폭격사건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유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담아둔 아픔을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없다. 이번에 70년 전의 아픔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까지 간다면 가장 소중한 일을 해낸 것이 될 것이다”라며 간담회의 의미를 전했다.

▲ 안도마을회관에서 열린 현장간담회 ⓒ조찬현

발제는 심명남 추진위원장과 양영제 작가가 나섰다.

심명남 추진위원장은 안도 출신으로 올해로 6년째 이야포미군폭격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힘쓰고 있다. 심 이사장은 “제주의 아픈 4.3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너븐숭이를 방문하는 것처럼 안도 이야포의 역사도 널리 알려져 이곳이 역사를 배우려는 관광객이 찾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명남 추진위원장에 따르면 이야포 추모제는 지난 2017년 여름부터 매년 이어지고 있다. 이후 여수넷통은 5년간 170여건의 이야포 탐사보도를 통해 ‘이야포의 그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여수MBC 토크쇼에서 심명남, 박성미 추진위원장이 ‘이야포의 진실’을 주제로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심명남 추진위원장은 이야포의 진실을 밝히는 데 힘쓰고 있다 ⓒ전시은

“현재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세가지 요구를 했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진실규명과 침몰선 인양과 유해발굴 세 가지인데 거기에 대해서 진화위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이 왔었다. 여수시와 추진위는 5월부터 침몰선에 대해서 인양을 할 예정이다.

여수가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섬에 대한 부분이 빠진 것 같다. 이 부분을 언론에서도 부각시키고 있지만 중요한 부분은 안도 이야포 외에도 횡간도가 있다. 섬이 그저 섬으로 묻혀져서는 안된다.

이곳에 제대로된 평화공원을 세워 인권과 평화가 공존하는 반전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평화의 섬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여기계신 의원님들도 시 정부에 잘 전달해서 섬박람회에서 지역 섬의 아픔도 함께 다루도록 해주시길 바란다.”

시신이 든 배를 불태운 것은 조준폭격 없애려는 증거 (?)

양영제 작가는 이야포미군폭격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 ‘두 소년’을 써냈다. 여러 자료를 수집해 실제 일어난 일을 모티브로 르포소설을 쓰는 양 작가는 ‘미군폭격기를 누가 불렀나’라는 주제로 이야포미군폭격사건의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하나씩 짚었다.

양 작가는 “6.25 전쟁 중에 일어난 이야포미군폭격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당시 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왔는데 이곳 이야포에서 희생되신 분들은 1차 피난민들이다. 즉 대부분 이북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북 출신임을 들키면 인민군들의 표적이 될까봐 즉시 부산으로 도망을 왔다. 피난선이 부산, 통영, 욕지도를 거쳐 이야포 바다에 왔다는 것이 이춘혁 어르신의 증언이다”라고 설명했다.

▲양영제 르포소설작가가 이야포미군폭격사건의 의문점을 하나씩 설명하고 있다 ⓒ조찬현

“미군 폭격기는 피난선이 이야포 앞바다에 정박해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정확하게 폭격했을까. 소리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폭격기가 상공을 두바퀴 돌고 바로 폭격을 가했다. 당시 미군 폭격기를 부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상군의 무전을 받고 폭격기가 오는 것, 다른 하나는 정찰기가 돌아다니면서 폭격기에 무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엔 지상군이 없었다. 정찰기를 보았다는 증언도 없다. 앞으로 조사할 중요 포인트는 폭격기를 누가 불렀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또한 안도에서는 이야포미군폭격이 일어나기 2년 전에 엄청난 일이 있었다. 김종원 호랑이부대가 안도 주민을 학살했다. 폭격이 벌어진 후 피난선 선장이 빨갱이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같은 소문을 만들어낼 사람은 경찰 밖에 없다. 피난민 200명을 이동시킬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춘 집단을 경찰밖에 없다. 이는 우연히 전쟁 중에 일어난 폭격이 아니다. 누군가 일부러 폭격기를 불러서 조준폭격을 했다. 시신을 건져서 배에 넣고 불을 지른 것은 이 조준폭격 증거를 없애기 위함으로 추정된다.”

그러면서 양 작가는 “누군가 미군폭격기를 이야포 해상에 잘못 보낸 것이고, 그 잘못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지른 것이 아닐까. 이런 엄청난 사건이 이곳에서 일어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발제가 끝나고 주민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주민 박희자 씨는 “폭격 소리가 들리니까 무서워서 모두 산으로 숨었다. 어른들은 위험하니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고 그 때문에 우리는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보지 못했다 비행기소리만 들리면 폭격인 줄 알고 집밖에 나오지 않았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주민 김영순 씨는 “폭격기가 때리자 나하고 언니하고 둘은 산으로 올라갔다. 조금 있으니 한차례 또 때렸다. 피난선은 3일을 지나 몇날 며칠을 타올랐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다른 주민 김종식 씨는 “저희 할아버지가 폭격으로 부모를 잃은 자매를 데리고 와 집에서 키우셨다고 들었다. 그 사람들이 영자와 희자다. 그때는 어려운 시기라 이들 고아를 돌산으로 보내 시집을 보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 간담회 참가한 안도 주민 김영순 씨가 폭격당시를 증언하고 있다 ⓒ심명남

간담회 자리에는 안도 김성수 주민도 함께 했다. 발제와 주민 발언을 조용히 경청한 김성수 씨는 “깨어있는 많은 분들이 안 계셨다면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은 역사 속에 묻혀 지워졌을 것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런 자리가 마련되어 사건이 널리 알려지고 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배가 인양되면 전시해야 할텐데 전시관도 잘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채경 부위원장은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시는 분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며 “용역비를 토대로 수장된 침몰선을 조사하여 당시 피난선이 탄 배가 맞다고 판명된다면 순차적으로 일을 처리해 여기 계신 분들이 살아계신 동안에 해야 할 일이 마무리되도록 하겠다. 박성미 위원장님을 비롯해 특위 위원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정신출 위원은 “시의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파악하고 희생자의 아픔을 쓰다듬는 것이 특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고 안도가 아픔을 딛고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수넷통뉴스와 여수시의회 이야포미군폭격사건특별위원회는 오는 8월 3일 이야포평화공원에서 추모제를 지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