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칼럼]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치매, 기억력과 달라

혀끝에서 맴도는 설단현상도 결국 기억력 문제 충분한 수면, 아침식사 거르지 않기 등 일상에서 노력해야

2023-04-28     주경심
▲ 기억날 듯 기억나지 않는 그 단어 ⓒpixabay

불혹을 넘긴 이후부터 나는 조기치매를 의심할만큼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공부를 하면서도 외웠다 생각했는데, 돌아서면 먹물처럼 까매지는 머릿속 때문에 당황했던 일도 많고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찾는 일도 허다해졌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건 친구들을 만나면 비슷한 증상과 고민을 얘기하게 되는데, 말을 하는 그 순간에도 “그 뭐지..? 뭐더라...아 있잖아..그거..” 기억날 듯 기억나지 않는  단어가 혀끝을 간지럽히는 설단현상과 사고끊김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지식사회, 정보사회로 갈수록 인간에게 주어지는 정보의 양은 많아지는 반면 기억량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길은 외우지 않아도 네비게이션이 알려주고, 지식은 외우지 않아도 검색만으로 찾아지며, 전화번호도 외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내 손에 들고 있어서 내가 주인같지만 기억과 정보에 있어서만은 기계에 의존하고 있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인간이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지식과 기억까지도 어느새,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잊어버리고 머리를 쥐어뜯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 충분한 수면과 영양공급이 중요해 ⓒpixabay

어떻게 하면 기억을 잘 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충분한 수면이다.

에빙하우스는 인간의 기억과 망각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정보를 접한 이후 충분히 수면을 취한 사람과 깨어있는 사람 중 깨어있는 사람들의 기억이 더 급격히 떨어지는 결과를 보인다고 하였다.

뇌가 기억을 저장하고 인출하는 기계라면 충분한 기름칠과 적절한 휴식이 기계의 성능을 높힌다는 것은 기본상식임에도 가끔 아이들을 재우지 않고 새벼까지 공부시키는 부모가 있고, 아이들 역시 남들보다 잘 하기 위해 잠자는 시간까지 할애하면서 공부를 하는데,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거나 공부한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어린이는 하루 최소 8시간에서 10시간의 수면을 취해야하며,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성인은 하루 최소 6시간의 수면을 취해야 비로소 몸이 회복을 하게 되며, 잠을 자는 시간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도 중요하다. 편안한 수면을 취할수 있는 상태인지를 체크하는 것이 기억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잠들기 전까지 핸드폰을 쥐고 있거나, 컴퓨터를 보면 블루스크린 증후군 및 뇌가 특정자극 이상에만 반응하는 팝콘브레인이 될 수 있으니 수면에 들기 30분 전에는 쉴 준비를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영양이다.

우리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에너지양이 있다. 그 중에서 어떤 운동보다 뇌가 사용하는 산소의 양이 많고, 그만큼 에너지 소비도 높다. 기억의 중추인 뇌가 건강해야 기억과 인출이 원활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양과 양질의 음식을 제때 섭취하는게 중요하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보다 먹지 않는 사람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내고 있고, 음식을 씹는 과정으로 잠자고 있는 뇌를 깨울 수 있기 때문에 아침식사는 영양분 섭취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세 번째는 잘 기억하는 것이다.

기억에는 잘 담는 것과 잘 인출하는 것이 있는데, 기억을 잘 한다는 것은 비슷한 정보끼리 연결짓고, 묶어서 보관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창고를 정리할 때 물건 별로 잘 정리해두면 나중에 꺼낼때도 쉽게 찾을 수 있는것처럼 기억도 마찬가지다.

또 한가지 자극만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소리-개념을 함께 연결해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냄새 및 장면과 연결해서 기억하는 것, 노랫말에 담아서 기억하는 것등의 예시가 있는데, 그렇게 기억을 하면 비슷한 단서만으로도 인출이 잘 된다.

네 번째는 다양한 경험이다.

인간은 감각 기관을 통해 정보를 접하게 된다. 감각기관에서 담아내는 기억은 무제한이다. 감각기관 활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하루 종일 방에만 있는 아이는 고작 방안에 있는 자극만을 담아낼 뿐이다. 감각적인 경험을 축적하면 책에서, 그리고 삶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자극을 나의 경험과 연결해서 기억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담긴 자극이 단기기억으로 넘어가게 되고, 반복과 부호화를 통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 기억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은 필수 ⓒpixabay

마지막은 심리적안정감이다.

기억과 관련된 뇌 부위가 감정 관련 뇌부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치매와 관련된 해마 역시 대뇌변연계에 자리하고 있다. 제 아무리 좋은 정보와 경험이 주어진다해도 심리적으로 안전하지 못하면 기억 역시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매슬로우 욕구위계론에서도 인간은 먹고자고 배출하는 결핍욕구 위로 안전감, 소속감, 자존감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자아실현을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기억과정을 거친 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망각의 원인을 보면 잘못 기억 된 경우가 있고, 쓰지 않아서 소멸된다는 설, 그리고 작업기억의 오류로 인해 잘못 인출되는 것, 또 하나는 새로운 기억이나 그 이전의 기억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 나에게 맞는 기억법을 알고 있어야 ⓒpixabay

사람마다 기억하는 법은 다르다. 누구는 단순한 암기를 잘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의미를 먼저 이해해야 비로소 기억이 되는 사람이 있다. 자신만의 기억법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나의 기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이것이 기능적인 문제인지, 심리적인 문제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심리적인 에너지가 없는 사람은 제 아무리 양질의 정보라 해도 잡고 있을 힘이 없으니 쉽게 놓쳐버리게 된다. 그리고 기억을 담는 그릇자체가 작은 사람은 그릇이 큰 사람과 달리 꼭 필요한것만을 선별해야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기억도 나에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억은 훈련과 연습이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한다. 원인발견이 곧 해결이 아니며, 원인을 찾았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숙고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