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텡게르가 손짓하는 몽골‘ 오문수 작가를 만나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테니스고, 두 번째는 글 쓰는 일“
19일 여수 시내의 한 카페에서 <텡게르가 손짓하는 몽골>의 작가 오문수(70) 씨를 만났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테니스고, 두 번째는 글 쓰는 일“이라고 했다.
오문수의 몽골 이야기 <텡게르가 손짓하는 몽골>이란 제목의 책은 2018년부터 작가가 다섯 번을 돌아본 몽골 동서남북과 사계절의 기록이다. 페이지마다 최고급 프리미엄 아트지를 사용한 사진 배경이 독자들의 시선을 붙든다.
글쓰기 마중물은 ”삶의 경험“
7남매(5남 2녀)의 셋째였던 그가 ’글‘과의 만남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동아일보를 2년 배달했던 게 인연이라면 인연. 당시 생활고에 시달렸던 그가 글을 쓴다는 건 언감생심. 감히 그런 마음을 품을 형편이 아니었다. 궁핍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자신이 직접 학비를 벌어야만 했다. 군 제대 후에는 전봇대 만드는 공장에서 일 년, 용접부에 들어가서 일 년간 용접일을 했다.
스물여섯에 대학교에 입학, 대학 4년 동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면 공사판에서 일했다. 대학재학 중이던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했다. 대학 재학시절 학생회 일을 맡은 업보로 인해 대기업 취업 문턱에서 좌절을 겪기도 했다.
이후 여수상고(현 정보과학고)와 여도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다 퇴직 <오마이뉴스>에 2006년 8월 15일 첫 기사를 송고해 시민기자로 활동한다. 글쓰기 마중물은 ”삶의 경험“이며 ”대한민국헌법 요약권 5번 그리고 글쓰기 책을 한 서른 권을 읽었다“고 했다. 세계 53개국을 돌아본 여행 역시 글을 쓰는데 큰 자양분이 되었다.
”헌법 요약권 5번과 서른 권의 책을 읽으니까 이제 글이 다 보이는 거예요. 그러면서 나를 자꾸 탄탄하게 다져지게 하는 거죠. 수많은 경험이잖아요. 살아오면서 많이 아파봤고, 많이 울어 봤고...“
다음은 오문수 작가와 일문일답.
암각화 사진 찍다 국경경비대에 잡혀가기도
- 본인을 소개해달라.
중학교 영어교사를 퇴직하고 여수시민협 공동대표, 여수넷통뉴스 2대 대표로 재직했었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 전직 교사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 계기가 궁금해요.
2005년 교감 승진 대상자 선정 시 1등을 했는데 이사장이 2등을 지명하면서 교직원들이 집단항명을 했었죠. 그때부터 대한민국이 이렇게 불의한 나라인가? 라고 한탄하면서 내 손으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생각하며 오마이뉴스 기자가 됐죠. 그때부터 어려운 사람, 약자 편에 서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글쓰기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던데요.
부당한 일을 저지른 사람은 10년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은 복수의 길이 아닌 승화의 길을 택해 어려운 사람을 돕고 밝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글을 쓰고 테니스를 치며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 취재 중 인상에 남는 일(사건)은.
몽골여행 하던 중 알타이산맥 일대의 암각화 사진을 찍다가 국경경비대에 잡혀가기도 하고 제주도 돌하르방은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 떠난 동몽골 여행 도중 국경경비대에 또다시 잡혀가 한 시간 동안 조사받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걸 알고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자료 위치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줬습니다.
몽골 21개 아이막 중 19개 아이막 돌아봐
- 몽골여행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2018년부터 시작해 5년 동안 몽골 구석구석을 다섯 번 돌았습니다. 몽골 행정구역 명칭 ‘아이막’은 우리로 치면 ‘도’에 해당됩니다. 몽골 21개 아이막 중 19개 아이막을 돌아봤습니다.
- 최근 출간한 저서 <텡게르가 손짓하는 몽골>은 어떤 책인가?
5년 동안 몽골 동서남북과 춘하추동을 경험하고 쓴 글입니다. 특히 한국과 관련된 풍습과 문화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지구 둘레가 4만 킬로미터라는 데 몽골 3만 킬로미터를 돌아봤으니 많이 돌았죠. 며칠 전에는 몽골에서 10년간 살고 있다는 교민으로부터 자신이 선택한 목적지 두 곳을 선정해놓고 “어디를 선택하면 더 좋겠느냐?”고 전화가 와서 한참 웃었습니다.
글 덕분에 몽골대사관에 초대받기도 했습니다. 한·몽 수교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발표자로 초대받았습니다. 더욱 기쁜 소식은 교보문고에서 선정한 몽골 관련 서적 베스트셀러 39위에 랭크됐다는 소식이 들려와 기쁩니다.
- 몽골여행을 자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5대양 6대주를 여행했기 때문에 캐리어 끌고 다니는 여행은 식상 했다고나 할까요? 10여 년 전 아프리카 말라위 수도 릴롱궤에서 잠비아에 있는 빅토리아 폭포까지 2천 킬로미터를 돌아보는 동안 만나본 위험한 야생동물이라고는 하이에나 한 마리가 유일했습니다. 사자나 치타가 돌아다니고 창을 든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만날 거라고 상상했었는데 크게 실망했습니다. 기대했던 동물들은 야생동물 보호구역인 사파리에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몽골에 가니 6천만 마리의 동물이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었어요. 어려움에 처한 여행자를 따뜻하게 대접해주는 유목민과 수많은 동물에 매료됐죠. 몽골의 진정한 모습을 보려면 배낭 메고 텐트 치고 밥해 먹거나 유목민들의 게르에서 수태차를 먹으며 하룻밤 묵어봐야 합니다. 몽골 대초원에서 텐트 치고 밤하늘을 쳐다보면 별이 머리에 뚝 떨어져 상처가 날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도 있죠.
- 교사 퇴직 후 인생 2막인데 열정이 대단하군요, 그 원동력은?
제 글의 원동력은 수많은 경험과 독서, 그리고 혼자 걸으며 사물의 이치나 관계의 이치를 생각하는 동안 깨닫는 사유라고 하겠습니다.
- 기자인가, 작가인가? 어떤 사람으로 불리고 싶나.
기자라고 하면 좀 어색하고 작가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것 같으니 중간자가 적당한 것 같아요. 하지만 꼭 밝혀두고 싶은 것은 깨어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