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귀환어부 여수 탁성호...51년만에 '진실규명 결정'

수사기관, 승운호 탁성호 등 7척 160명 선원 영장 없이 불법구금해 "조사과정 가혹행위로 임의성 없는 진술... 자의 납북 아냐"

2023-05-31     전시은
▲ 지난해 3월 탁성호와 동림호 납북어부 피해 유족이 여수넷통 사무실에 모였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23일 국가의 불법감시와 가혹행위를 사과하고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한 결정통지서를 확정했다. 

제54차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승운호 탁성호 등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2)'에 대해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고 통보했다. 

해당 사건은 1971년 8월 4일부터 같은해 10월 25일까지 동해에서 조업하던 선원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받은 중대 사건이다.

북한경비정에 의해 납북된 승운호 등 7척, 160명의 선원들은 귀환 직후 불법구금되어 수사를 받고 국가보안법, 반공법 및 수산업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 결정 이유로 “각종 자료조사 및 신청인 등 납북귀환어부와 가족들에 대한 진술조사 결과, 수사기관은 1972년 9월 7일 직후부터 1972년 9월 21일 구속영장이 집행되기까지 승운호 탁성호 등 7척의 납북귀환어부들을 영장없이 불법구금하였음이 인정된다”며 “이는 형법 제124조 불법체포, 불법감금죄에 해당,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 소정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진실화해위는 당시 검사의 공소장 기재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귀환 전 선박이 납북될 것을 충분히 인식하였다는 검사의 공소장 기재 내용과 달리, 악천후로 인해 어로저지선과 군사분계선을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선장 등의 답변서, 월선 하지 않았다는 다수 선원들의 진술, 납북귀환어부들이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진술을 강요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당시 납북귀환어부들이 자의로 군사분계선을 월선하여 납북되었단 점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 결정 통지서

그러면서 “당시 납북귀환어부들이 북한을 찬양하고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점은 협박에 의한 강요된 행위이거나 귀환 후 수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로 인한 임의성 없는 진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진실화해위는 “수사정부기관이 1972년 9월 7일 귀환한 납북귀환어부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결정을 통지했다. 

진실화해위가 수사정보기관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구속영장 없이 불법구금한 점, 허위자백을 강요하며 가혹행위 한 점, 형사처벌 이후에도 당사자 및 가족 사찰 및 감시 등 공작수사를 지속한 점, 이후에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등의 간첩혐의로 2차 형사처벌한 점, 연좌제 등을 통해 직업의 자유, 주거이전의 자유를 비롯해 보편적 생활을 침해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 지난 10월 납북귀한 어부 유가족이 동고지명품마을에 모여 방송촬영후 기념사진을 찍는 탁성호 가족 ⓒ 심명남

진실규명을 받은 부산에 사는 탁성호 가족 심태형(57세)씨는 "51년만에 진실규명이 결정되어서 너무 기쁘다. 이 소식을 탁성호 가족들을 대신해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수에서 오징어잡이에 나선 탁성호 선원들을 납북된후 한많은 삶을 살았는데 아버님이 이 소식을 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눈물이 난다"라고 말을 흐렸다. 이어서 그는 "그동안 납북된 가족들은 한평생 국가의 감사를 당했는데 이렇게 명예회복의 길이 트여서 감개무량하다. 차분히 재심에 임해 좋은 소식이 꼭 오도록 소송준비에 돌입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