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생막걸리 쓴 캘리그라피 황진아 작가

[작가 초대석] 캘리그리피 황진아 작가 ’너처럼 예쁜 동시전' 6월 13~23까지 전남교육청학생교육문화회관 2층 갤러리 린 지역 작가와 지역 기업 콜라보레이션으로 매출 증대

2023-06-11     심명남
▲ 캘리그라피 황진아 작가가 13일 부터 개관하는 '너처럼 예쁜 동시전‘을 소개하고 있다 ⓒ심명남

 

캘리그라피를 예쁜 글씨로만 생각했다면 인식개선이 필요해요. 글씨를 통해 창작하고 글이 주는 메시지나 정체성을 작품에 담아야 합니다.

지난 6일 학동 찻집에서 만난 캘리그리피(calligraphy) 황진아(50세) 작가의 말이다. 황작가는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전하는 ’너처럼 예쁜 동시전‘을 앞두고 있다. 오는 6월 13~23까지 전남교육청학생교육문화회관 2층 갤러리 린에서 열린다. 전시회에는 여수캘리회 황진아 회장을 비롯 박연화, 박계림, 신애란, 서희자, 박미숙, 장유진, 오경자, 강정화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잃어버린 동심찾기 '너처럼 예쁜 동시전' 

▲ 황작가는 캘리 요즘 미디어에 익숙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그 분들이 시를 읽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명남

여수캘리회 황진아 회장은 "여수캘리회 두번째 글씨전은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사는게 힘들고 지칠때면 가끔 눈을 감고 어린시절로 돌아가 하루하루가 마냥 즐겁던 그때가 눈물나게 그리운 지금"이라며 "여수캘리회가 준비한 너처럼 예쁜 동시전을 통해 위로와 감동을 느껴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캘리그라피는 그리스 어원의 캘로스(kallos-아름답다)와 그라피(graphy-필사)의 합성어다. 즉 글이 가지고 있는 뜻에 맞게 아름답게 쓴 그림이 캘리그라피다. 한글 멋글씨가 바로 캘리그라피인 셈이다.

캘리그라피가 대중적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바로 2002년. 월드컵 응원단 티셔츠에 새긴 붉은악마나 대한민국 글씨인 캘리그라피가 뜨면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 여수 전통주 여수생막걸리 100주년 기념 때 유상국 작가의 여수꽃바다와 황진아 작가가 직접 쓴 여수생막걸리 글귀가 여수막걸리의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뀌어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심명남

국내 캘리그라피 작가로는 참이슬을 쓴 작가 이산선생이 유명하다. 여수지역 캘리그라피로 활동해온 황진아 작가는 2020년 여수 전통주인 여수생막걸리 100주년 기념 때 유상국 작가의 여수꽃바다와 황진아 작가가 직접 쓴 여수생막걸리 글귀가 여수막걸리의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뀌어 막걸리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역작가와 지역기업이 콜라보레이션을 이룬 셈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자 어린왕자 책 중에 어른은 처음부터 어린아이였다.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많지 않다는 작품을 통해 그것을 살려낸 작품과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밤하늘의 별들이 내 슬픔을 가져갈지도 모른다. 별빛을 보면 근심이 사라진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동심을 찾아보길 권한다는 작품을 소개했다. 

이날 함께한 박연화(46세) 부회장은 ’힘을 얻는 가위바위보, 아기손‘을 출품했다. 어떤 가위바위보는 난 가위 낼 게 넌 힘을 내. 난 바위 낼 게 넌 기운을 내. 마지막 보에 자신의 힘을 낼 수 있는 것을 그렸다. 박 부회장은 강아지랑 산책하는 풍경을 그렸다. 강아지와 산책하면 우울함이 없어지기 때문이란다. 아기손에 대해 자신이 잘 쓰는 손은 뭐든 잘하는 어른손이지만 잘 안 쓰는 손은 아기손인데 연습하면 어른손처럼 뭐든 잘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어메이징, 뷰티풀 연발, 멋글씨 캘리그라피!

▲ 황진아 작가의 작품 ⓒ심명남
▲ 황진아 작가의 작품 ⓒ심명남

황진아 작가에게 캘리그라피를 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원래 글씨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 공무원인 아버지가 서예가 취미였는데 아버지는 내가 글을 잘쓴다며 나는 글을 쓸테니 너는 먹을 갈라고 했죠. 제 능력을 눈여겨 보셨는지 집안 족보부터 경조봉투까지 글을 써달라고 많이 시켰어요. 학교 다닐 때도 담임선생님이 학급일지, 칠판 글씨나 차트는 거즘 제가 썼던 기억이 선해요. 그림보다는 글씨 쓰는 것을 좋아했던 것이 지금의 캘리그라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황진아 작가는 사회복지 상담심리를 전공하며 미술치료사나, 예술치료사를 꿈꾸었지만 전공이 맞지 않아 그만두게 됐다. 이후 40살이 되기 전에 제2의 인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린시절 재능을 찾게 되었다. 글이 사람에게 주는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30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캘리그라피를 전공하게 됐다.

황작가는 "작품활동을 해오면서 가장 보람된 기억을 더듬어보니 단순한 것이지만 나의 글을 통해 우시는 분도 있고, 엽서지 하나를 써드렸는데 환하게 웃고 가는 분들을 보면서 힘이 되었다"며 "특히 카톡 프로필 사진에 전시회 작품을 올려놨더니 많은 분들이 카톡 프로필 잘보고 있다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좋은 글들을 늘 올려놓는다"라고 말했다.

황작가는 독일에서도 전시회를 가졌다. 당시 가지고 간 전시작품은 '한글중심'이다. 이를 본 독일인들은 뷰티블(beautiful)과 어메이징(amazing)을 연발했다. 작년 전시회 때는 틱낫한 스님의 원심전을 주제로 전시회를 가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앞으로 여수에서 어떤 작품활동 하고 싶으냐고 묻자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전시회보다 생활 캘리를 하고 싶다"면서 "전시회장의 문턱을 낮추어 소수의 특권층만 볼 수 있는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것을 기획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캘리로 젊은 사람들 밥먹고 살 수 있나요?

▲ 황작가는 캘리그라피가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다며 제가 가르친 초등학생 아이가 택배온 상자에 시를 써서 아빠에게 드렸더니 아빠가 너무 좋아했다며 캘리그라피를 배워 강사를 나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심명남

캘리그라피하면 젊은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살수 있냐는 질문에 ”뭐든지 자기하기 나름이다“면서 ”아이들이 캘리그라피를 배우려고 이순신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문화센터, 학교에서 많이 신청하고 있다. 여기 선생님들 강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연화(46세) 작가는 센터에서 3년째 강의중이다.

황진아 작가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요즘 미디어에 익숙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 분들이 시를 읽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좋은 글귀를 한번 써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르친 초등학생 아이가 택배온 상자에 시를 써서 아빠에게 드렸더니 아빠가 너무 좋아했다는 말을 듣고 지금까지 아이들을 가르쳐 온 것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캘리그라피만의 매력이 바로 이럴 것이 아닌가 생각돼요.